hongsj
(국제펜클럽회원, 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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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딩 컴퓨터 받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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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는 소포 박스 하나가 왔다. 


“이게 뭐예요?”


“응? 빨리 왔네, 내가 주문한 거야”


“뭔데요?”


“맨날 컴퓨터 앞에 앉아만 있으니 자기 몸이 그렇게 되어서 안 되겠기에 컴퓨터를 서서 하라고 이걸 오더 했지” 


 언제부턴가 나의 생활은 서서 활동하는 시간보다 앉아서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 소파에 앉아 TV보는 시간, 차를 운전하든가 차에 앉아있는 시간, 식탁에 앉아 있는 시간 등, 오래 앉아 있는 것도 힘들면 아예 누워버린다. 그러니 어디 가도 앉을 데만 두리번거리게 되고 앉아있는 것에 중독됐다. 


 작년에 우리 집에 오신 손님 한 분이 식사할 때 보니, 식사만 잠깐 하시고 계속 서 있어서, 아니 왜? 서계시느냐고 소파에든 식탁 의자에든 좀 앉으시라고 하니  “서있는 것이 건강에 좋대요.” 하신다. 아무리 서 있는 것이 좋다고 해도 손님으로 와서 계속 서있거나 서성대고 있으니, 주인인 나는 불안하기만 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아랫배 윗배가 불룩하며 어깨는 둥그렇게 구부러지고, 허리는 노인처럼 뒤로 둥글게, 목은 거북 목, 허벅지 종아리 근육은 다 빠지고 무릎도 약해졌으니 영락없는 옛날 할머니 모습. 나이가 들면서 컴퓨터 앞에 앉으면 허리를 곧추세우고 오래 앉아 있게 되질 않는데 바른 자세야 말로 건강을 만든다는 사실. 


 남편은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다 하여 궁리하고 찾아 낸 것이 스탠딩 컴퓨터 받침대라는 것이다. 설명서대로 책상 위에 이것을 올려놓고, 그 위에 컴퓨터를 올려놓아 내 키에 맞추면 되었다. 서서 해보니 사이즈는 좋은데, 약간 흔들흔들 대서 그도 마땅치 않았다. 


 다시 찾고 찾은 것이 한국식 네 다리의 작은 상을 사다가 네 다리를 책상 위에 고정시키고 그 위에 컴퓨터를 올려놓으니 딱! 이었다.


 이제부터는 서서 컴퓨터를 하라는 것이다. 의자도 아예 저 멀리 치워놓았다. 슈퍼마켓의 캐쉬어들이나 서서 일하는 은행원들처럼, 자세를 반듯하게 하고 몸을 계속 움직이면서 컴퓨터를 하란다.


 나의 경우, 처음에 서서 30분 정도 해보니 허벅지부터 무릎 종아리가 아파서 앉고만 싶고 힘들었다. 점점 시간을 늘리고 계속 서서 허리를 움직이며, 엉덩이와 어깨운동, 기마자세로 예전에 코메디 이기동이나 이주일이 허벅지 흔들던 흉내도 내고, 팔도 흔들고 무릎도 구부렸다 폈다 등 온 몸을 움직이니 운동도 된다,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 십조, 그 이상의 대단한 효과라 할 수 있겠다. 집중력은 약간 떨어지는 것 같지만 나아지리라.


 스탠딩 컴퓨터 받침대 광고를 보니 하루 2시간 이상 서서 컴퓨터를 하면 점점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이 단단해진단다. 어깨를 펴고 아랫배 윗배를 집어넣고 엉덩이는 뒤로 빼고, 뒤 허리를 맘껏 앞으로 내밀어 옆에서 보면 S자를 비슷하게나마 만들 수 있었다. 


 친구가 나에게 실실 웃으면서 “무슨 S자야 70에”


“나이 70에 자세 S자 만들면 안 된다고 캐나다 헌법에 써있어? 왜 나이를 들먹거려? 나도 건강하고 몸매 좀 예뻐지고 싶어서 그러는데, 같이 해 보자고”


 서서 해보니 문제는 발바닥이다. 나이가 들면서 평발이 되니 어찌하오리까. 서서 움직이는 것이 좋다는 건 다 아는 건강 상식, 평발이 되어 오래 서 있을 수가 없는 것은 발바닥에서 불이 나기 때문이다. 


 궁리 끝에 내 발바닥을 찍어 만든 신발 깔창을, 뒤 부분이 조금 올라온 실내용 슬리퍼 안에 넣어 신으니 안성맞춤이다. 깔창은 족궁을 올려 주는 기능 때문에 평발을 막아주고 덜 피곤한데 시간이 가면 점점 나아지겠지. 


 자세! 바른 자세! 척추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초월한다. 모든 병은 자세로부터 온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바른 자세, 예쁘고 건강한 몸매야말로 나를 포함하여 많은 여성들의 로망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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