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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회원, 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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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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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네 딸 시집가서 사는 이야기이다. 


 “정말 성질 나서 돌아 버리겠네” 집의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핸드백을 세게 내 던지며, 상스런 말이 나오려 하는 것을 아들이 옆에 있어서 참았다는 딸. 뒤따라 들어오는 남편에게 “당신 이런 짝퉁 가방 다시 한 번 사왔다간 어떻게 되는 줄 알죠?” 벌떡대는 가슴에 분은 풀리지 않았단다. 


 지난번에 사위가 출장 갔다 오면서 딸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샤넬 가방 짝퉁을 사왔단다. 아내에게 선물이라며 진짜와 똑같으니 누가 보아도 이건 진짜라고 하면서. 보아하니 어쩌면 짝퉁도 이리 잘 만들었는지 정말 진짜 같았단다. 진짜는 아니지만 거의 대리 만족을 느끼며 진짜처럼 가끔 들었다는 그 샤넬 핸드백. 


 어느 날 프랑스에서 온 사장 내외와 미팅이 있어서 나갔는데, 무심코 그 샤넬 가방을 들고 나갔단다. 아니 이게 웬걸? 사장 부인이 내 가방과 똑같은 샤넬 명품 가방 진짜를 들고 나온 것이 아닌가? 


‘분명히 진짜였어. 가슴은 콩콩 뛰고, 내 가방을 슬며시 식탁 밑으로 내 허벅지 위에 놓고 식탁보로 가리고 있었어. 무슨 잘못을 저지르다가 들킬까 봐 나만이 하는 행동, 미소는 짓고 있었지만 만남의 반가움과 대화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고, 속으로 씩씩대며 남편에 대한 미움만 커가고 있었어. 그래 출장 갔다 오면서 제 아내에게 선물이라고 짝퉁 가방을. 오늘 당신 제삿날이다. 돈 없으면 사오지를 말일이지 짝퉁을 사오다니. ’ 


 명품가방이 뭐길래. 전에는 들어보지도 못했던 단어들, 명품, 짝퉁, 카피. 짝퉁을 순수한 우리말로 말하면 가짜. 그 프랑스 사장 부인은 사실 상대방이 가짜를 들었는지? 진짜를 들었는지? 안중에도 없었을 것으로 본다. 가짜를 들었거나 진짜를 들었거나 본인만 안다는 사실이다. 


 상대방이 진짜를 들었다면 나와 무슨 상관인가? 상대방이 짝퉁을 들었다면 또 나와 무슨 상관인가? 남은 나에게 큰 관심이 없는 것 아닌가. 관심이 있은들 남의 일인데 몇 시간, 혹은 며칠이나 가겠는가? 남이 아는 것이 그 무슨 대수인가? 


 “아니 도대체 네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샤넬 명품가방이 얼마라니?”


 “미국 돈으로 4천 5백 불에 세금. 캐나다 돈으로 치면 5천불이 넘어. ” 


“그럼 그 명품이라는 루이비통 가방은 얼마나 한다니?”


“그것도 디자인에 따라서 가격이 여러 가지, 최소한 미국 돈으로 2천불에서 3-4천불에 세금…”


“너는 그 명품 가방이 그렇게도 좋으냐?” 


“좋고 나쁘고가 어딨어? 들어보면 알아, 우선은 내가 만족이야. 쓰면 쓸수록 길이 나서 더 좋아지고 질리지가 않아, 그래서 명품인가 봐, 남이야 뭐라던 간에 내가 좋은 걸. 훼레가모 구두 한번 신어봐 얼마나 편안하고 예쁘고 튼튼한지, 신어봐야 알아 그리고 엄마는 가짜 다이아몬드반지 큰 것 끼고 다니고 싶어? 말해 봐, 말해 봐, 왜 말 못해?” 하더란다. 


 예를 들면, 다이아몬드 반지도 그렇다. 육안으로 보기에는 구별이 잘 안 된다. 잘 만들어진 카피 다이아몬드 반지는 어쩌면 그리도 진짜와 똑같은지? 캐나다에서 50 불 정도만 주면 2캐럿짜리 정도 카피 다이아몬드 반지를 살 수 있다. 육안으로 보기에는 비슷하다. 아니 진짜보다 더 잘 만들었다. 그러나 돋보기나 현미경으로 보면 대번에 알 수 있다. 


 진짜 다이아몬드는 현미경으로 보면 볼수록 얼마나 찬란하고 아름다운지, 현미경으로 보면 다이아몬드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 본 일이 있다. 역시 감탄과 감동이다. 


 본인이 진짜를 끼고 있다는 것, 혹은 가짜를 끼고 있다는 것. 그 반지를 끼고 있는 본인만이 안다는 사실, 남이 보아서는 알 수도 없고, 알아서 무엇 하리.


 명품들이라 이름 붙인 것들이 참 많다. 가방이나 보석뿐만이 아니라 시계, 옷, 신발, 가구 등등.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특히 여자들이 명품을 선호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인가 보다. 솔직히 말해서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나도 명품 좋아한다, 아니라면 거짓말이지. 


 토론토에서 운전하여 뉴욕에 들어가기 1시간 전쯤에 우드베리(Woodberry)라는 곳이 있다. 이름하여 세계적인 명품 아울렛 쎈터이다. 없는 품목도 있지만, 거의 다 있어서 명품들을 거의 반값에 구입할 수 있다. 주말이면 주차장이 없어서 30분에서 1시간 이상 기다리고 헤매는 것은 보통, 평일도 주차장 찾기가 어렵다. 뉴욕을 여행하는 여행사의 코스에 우드베리가 거의 다 들어가 있는 것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품 명소이기 때문이리라. 


 30여 년 전에 토론토에서 있었던 얘기다. 70이 넘어 보이고 촌스럽게 생긴 할머니를 만났는데, 그 할머니는 버버리 가방이 하도 들고 싶어서 토론토의 블루어에 있는 롯데백화점 (지금은 없어졌지만)에 수 없이 들락거리며, 그 가방을 만져보다가 끝내는 400불인가 (그 당시) 주고 샀다고 한다. 그 가방을 들고 지하철과 버스 타고 다니려니 누가 탐낼까 봐서, 가방을 사면 큰 헝겊주머니가 들어 있는데, 그 주머니에 버버리 가방을 넣어서 안고 다녔다고 한다. 남이 무슨 상관이냐고 버버리 가방을 든 자기 마음은 행복하다는 본능이다. 


 카피면 어떻고 명품이면 어떻고 무슨 가방이면 어떤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무얼 들면 어떤가? 자기 마음이 문제다. 모든 것이 마음 장난이다. 천국과 지옥이 저 우주 어느 공간에 있는 것이 아니고 마음속에 있다고 성경이나 불경은 말하지 않는가.


 그 때 그 때 형편에 따라서 마음 가는 대로 들면 되지, 명품가방은 국경을 넘나들 때나, 공항 세관 통관에서 걸리면 영수증을 보여줘야 되고, 시간 걸리며 애를 먹는다. 그래서 명품은 해외로 나갈 때는 대개 들고 가지 않는 것이 좋다. 


 명품이 그리 대수인가? 우리 인생에 명품보다 더 귀중한 것들이 그 얼마나 많은가? 


그 딸이 웃으면서 하는 말, “신경질 나서 남편에게 한번 해 본거야, 엄마 신경 쓰지 마요. 비닐봉지도 감사하며 드는데. ” 했단다.


 세계 2차 대전 때 미국의 조오지 스미스 패턴 장군은 독일의 벌지 전투에서 아군 8천여 명이 적군에 둘러싸여 있다는 소식을 듣고 눈보라 악천후에도 가려고 할 때 다른 장군들이 말리면서 “액팅하는 것 아닙니까?” 할 때 패턴장군은 “액팅하는 것 아니다. 남이 아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내가 아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렇다, 남이 아는 게 중요하지 않다. 내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도 명품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면 어불성설일까? 만나면 만날수록 더 정이 가고,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의지가 되며, 보면 볼수록 더 예쁘고 질리지 않는, 참되고 아름답고 순수한 나만이 아는 명품 사람. 


“그런 사람 어디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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