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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혜기

부동산캐나다 칼럼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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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라 언더 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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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창한 5월의 신록은 마음까지 싱그럽게 해주고 있다. Niagara-On-The-Lake 아름다운 작은 마을, 일곱 명의 글벗들이 소설가 K의 뜰에 모였다. 갈비, 상추, 풋고추 쌈장에 천사들도 질투할만큼 혀끝은 춤을 추고 위는 기뻐하며 몸 구석구석 피도 되고 살도 되어 심장을 뛰게 만들고 있다. 흐드러지게 핀 각색 꽃나무들의 화색은 연초록과 어울려 우리를 거리로 유혹한다. 산책길이 더 할 수없이 아름다웠다. 파릇파릇 잔디 너머로 잔잔한 호수 물결이 비단결만큼이나 곱고 푸르다. 잔잔한 호반 위 오리들의 행진도 여유롭게 보인다.


 K가 이곳에 정착하기 전 나이아가라 언더 레이크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찾아갔던 우리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던 관광의 거리로 밖에는 볼 수 없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19세기 영국풍이 물씬 풍기는 거리를 거닐며 백년이 넘었다는 호텔도 기웃거려 보고 옷가게도 들러 행여 명품 세일하는 것은 없을까, 숙녀티를 내며 드나들어도 봤고 좀더 멋을 낸다면 여름철 아이스크림 깍지 손에 끼워 어린애처럼 달콤한 부드러움을 즐기는 정도였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면서 말이다. 반나절 거리구경에 그쳤던 곳인데 K가 이곳에 정착한 후부터 그토록 멀게만 느껴졌던 나이아가라 언더 레이크가 이웃처럼 다가와 훈훈한 정에 끌려 1년에 몇 차례 만남의 나들이를 하고 있다.   


 그녀는 나의 문학선배다. 연륜으로 따지자면 그녀의 큰언니뻘은 되고도 남는데 이미 모국에서 소설가로 인정받은 그녀의 문학세계를 나는 따를 길이 없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작가정신을 사랑하고 지적인 통찰력 앞에선 그녀도 나도 약한 공통분모 때문에 지성인들의 평전이 자주 우리의 화두에 오르곤 한다. 마음도 나누고 생활도 나눈다. 소통에 막힘이 없어 우리는 서로를 즐기고 있는지 모른다. 때론 하룻밤을 지새며, 아니면 몇 시간이고 지칠 줄 모르고 우리는 공원 숲 호숫가 또는 계절과 상관없이 우리들의 발길이 닿는데까지 걷고 이야기하고 우리들의 화제는 끝이 없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 K부부는 우리 부부를 초청해서 네사람만의 정겨운 시간을 보냈던 그 시간 주고받았던 성탄의 정표가 아직도 가슴 밑바닥에 훈훈하게 남아있다. K와 그녀의 남편 짐 힐스 목사님은 우리를 위해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으니 내 생애에서 이런 호강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그 어디에 있겠는가. 


 Yonge/Finch에서 1시간 반이면 갈 수 있는 거리, 편리한 교통수단은 더 할 수 없이 내 발길을 자주 돌리게 하는 그녀가 사는 나이아가라 언더 레이크, 친구가 좋아 찾아가는 곳인가 아니면 타운의 매력 때문에 나의 방랑벽을 자극한 행보인가.   


 호숫가를 지나 우리 글벗들의 발길은 어느 사이 ‘The Romance Collection Gallery 앞 층계에 다다르자 마치 자석에 끌려가듯 돌층계를 딛고 올라가고 있다. 아름다운 여인의 포트릿이 눈길을 끈다. 여류화가 Trisha Romance 상반신 모습이 참 정아하고 아름답다. 그녀의 미술작품들이 담겨져 있는 화첩을 넘기며 곁에 있는 그림도 감상하는 동안 잔잔히 들리는 음악에 취하고 말았다. 화가가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이 담겨져 있다는 한 장의 CD를 보는 순간 20불짜리 지폐 한 장과 맞바꾸어 예쁜 백에 넣었다. 여류화가의 영혼을 깨워 붓 끝에서 그림이 피어나게 만든 음악 모음, Trisha Romance가 이 음악을 들으며 작품을 제작했다는 그 영감이 내 속에서도 글 기적을 만들어 내는 기운이 솟았으면 오죽이나 좋을까.


 토론토의 글벗들은 겨울 어느 날 다시 K와 함께 뭉치자는 후일을 약속하는데 넉넉함을 보였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깊은 겨울이면 더욱 좋겠지. 여럿이어도, 단 둘이만이라도 정갈스런 맛을 낼 줄 아는 분위기가 있는 K. 그런 K가 나이아가라 언더 레이크에 살고 있다는 것이 더 할 수 없는 행운이다.


 뚝 떨어진 타운에서 외롭고 그리움마져도 속으로 새기며 살아야 할 그녀에게 우리 글벗들은 그대가 그곳에 있어 우리들의 삶이 얼마나 윤택한가. 우리들의 숨통을 뚫어놓을 벗이 기다리고 있다니 이 얼마나 즐거운일인가. 이 말에 감동받은 K. 아무데도 가지 않고 든든히 베이스캠프를 지키고 있을 테니 벗들이여 잊지 말고 발길 녹슬지 않게 자주 찾아나주오. 금년의 5월은 이래서 눈발 날리는 11월의 첫눈 속에도 밝은 햇살 되어 내 가슴 속을 따뜻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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