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oonja
한순자

경기도 여주 출생,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기도 광수중학교 근무, 1992년 캐나다 이민, 캐나다문인협회 수필 부문 입상, 2006년 해외동포문학상, 작품집 <인생에 실패는 없다 다만 또 다른 삶이 있을 뿐이다>, <나이만큼 행복한 여자>, <밀리언 달러 티켓 나도 한장>,<행복이라는 이름의 여행>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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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너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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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가 좋다, 감성, 감정이 풍부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감성, 감정이 풍부하다는 것은 어떤 상태를 이름일까 생각해 본다. 보통 IQ니 EQ를 테스트하면 숫자로 나오니 그대로 믿는다. 그런데 대개는 본인의 EQ는 몰라도 IQ는 알고 있지 않나 싶다. 


 지금 기억으로는 중학교 때도 지능검사라는 것을 한 것 같긴 한데 내 지능지수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그런데 고등학교 진학을 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그때도 그 검사를 했던 것 같다. 


 단체로 하기는 했지만 그 자료는 선생님만 알고 보관하고 계실뿐 학생들에게도 다 알도록 해 주셨는지 그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랬기에 내 지능지수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고 2학년 때였는지 우리 반 아이 중에 다른 교실에 가서 청소를 하던 아이가 있었다. 그런데 그 교실선생님 사물함에 보관되어 있던 반 아이들 지능검사 보관 철에서 우리 반 아이들 것을 훔쳐보았던 모양이다. 그 결과 암암리에 누가 IQ가 얼마래, 누구는 몇이고 떠들다보니 나도 어떤 아이의 IQ는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친구가 몇 된다. 


 그것을 선생님 몰래 봤다는 애가, 내가 다른 아이보다 높게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나와 친한 친구에게 얘기 했었던 것 같다. 마침 우리 둘 사이를 시샘하다가 이때다 싶었는지 그 사실을 알게 된 친구는 그래서 내게서 멀어진 것이 아닐까 짐작만 하고 있다. 나와 가깝게 지내던 친구와는 멀어졌는데 그들 둘 사이가 좋아졌었는지는 모르겠다. 


 난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다보면 그 광경부터 우선 아른거린다. 그 숫자가 더 높게 나온 아이와 나와의 차이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어도 그 애들이 나보다 공부를 더 잘하지는 못했다는 거다. 그렇다면 머리가 좋은지, 나쁜지, 숫자를 가지고 아예 단정을 지어버리니 그런 선입견 때문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오류를 범하고 사는 것일까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난 그렇지 않아도 서울 아이들과 시골 아이들의 IQ차이는 타고 나는 것도 있겠지만, 어릴 적부터 보고 자란 ‘문화’에서도 많은 차이가 나지 않을까 싶었기에 그런 점에서도 시골 사람보다도 도시 사람이고자 싶을 때가 더 많았다. 


 그런 기억 때문에도 난 첫딸을 낳고 기르면서 어떻게 하면 아이의 IQ를 높여볼까 나름 고심에 젖기도 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책 읽어주는 것, 수리능력 테스트 같은 것을 익혀주려 신경을 쓰기도 했다. 


 그런 영향도 없지 않았는지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해서 성적표를 받아 왔는데 그때 아이의 IQ가 성적표에 기재되어 있었다. 아이는 그즈음 동네 아이들보다 점수가 더 높게 나와 엄마인 나보다 지능지수가 높으니 공부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겠지 조금은 안도하는 마음이기도 했다. 


 큰딸의 지능지수는 알고 있는 것에 비해 작은 딸은 그런 정보가 전혀 없어 때론 궁금해지기도 했는데, 딸아이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아이가 머리도 명석하고 감정이 풍부하며, 아주 자랑스러운 딸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아 지능지수도 그렇고 감성지수도 괜찮은가 생각해 보곤 한다. 


 난 평소에 마음의 변화가 심하다 생각지 않았건만 손녀딸을 보며 새삼 지능지수나 감성, 감정의 폭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말 그대로 한두 살 된 아이일 뿐인데 그 아이의 작은 행동에도 내 감정의 변화가 생긴다. 게다가 첫 손녀이니 무조건 예쁘기도, 귀여워하면 되었지 할머니가 되어 애만도 못한 감정에 휘둘리지만 남편이나 딸에게 말을 하지 못했다. 


 손녀딸의 돌잔치를 한국에 가서 하고 돌아왔다. 도착한 그날이었는지 아이들이 먼 길을 다녀왔으니 궁금하기도, 또 보고 싶어 한걸음에 달려갔다. 그런데 딸아이는 침대에서 아이와 자고 있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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