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oonja
한순자

경기도 여주 출생,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기도 광수중학교 근무, 1992년 캐나다 이민, 캐나다문인협회 수필 부문 입상, 2006년 해외동포문학상, 작품집 <인생에 실패는 없다 다만 또 다른 삶이 있을 뿐이다>, <나이만큼 행복한 여자>, <밀리언 달러 티켓 나도 한장>,<행복이라는 이름의 여행>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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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순이의 산기에서 출산까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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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순이와 럭키가 짝짓기를 한 후 삼순이가 과연 새끼를 가졌을까, 궁금하기도 조금은 걱정도 되었다. 삼순이가 새끼를 갖기에는 나이가 좀 많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었다. 


 삼순이의 임신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찌 보면 배가 불러오는 것 같기도, 어떻게 보면 살이 찐 것 같기도 했다. 개들의 임신 기간이 얼마 동안인지 모르고 있었다. 


 큰 딸아이가 인터넷에서 확인한 바로는 2달이라고 했다. 그 2달로 날짜를 짚어보니 출산 예정일이 10월 20일경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삼순이 배는 점차 불러오고 거동도 더뎌지면서 잘 먹지도 않았다. 


 삼순이가 임신한 것이 확실하다면 우선은 개들은 탯줄을 어떻게 자르는지 그것도 걱정이었다. 남편 얘기로는 개들은 탯줄이 없고, 각자 떨어져서 나오며, 어미 개가 잘 알아서 낳는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난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이민 오기 전 한국에서 개를 키우면서 개가 새끼를 가졌는지도 몰랐는데 어느 날 아침에 현관문을 여니 화단에다 새끼를 한 마리 낳아 놓아 너무 놀랐고 개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개가 새끼를 가진 줄도 모르고, 또 개가 몸을 풀면서 흙에다 새끼를 낳아 놓고 그것을 보살피느라 얼마나 애를 썼을까 그것이 마음이 아렸다. 


 그 후 언제부터인지 개가 연탄보일러실에 자주 들어가서 나오지를 않아 그런 개를 자꾸 밖으로 내어 쫓으며 털이 더 더러워진다고 아예 보일러실 문을 닫아 버리기도 하였다. 그런데도 개는 밖으로 나가지 않고 보일러실로 들어가 눕기만 하였다. 그때까지도 개가 새끼를 가진 줄도 모르고, 어디 몸이 아픈 모양이라며 개를 가축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그런데 아뿔싸! 그 세리라는 개가 새끼를 너무 많이 가진데다가 이젠 새끼를 낳을 수도 없을 만큼 기진해 있어 개복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개복수술을 하고 보니 새끼가 일곱 마리였다. 


 그런 새끼들을 낳아놓고 강아지들 어미는 너무 탈진을 해서 그 밤을 잘 지나고 나면 살 수가 있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세리는 그 밤을 넘기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눈도 뜨지 못한 새끼 일곱 마리만 남겨 놓은 채. 


 그때 마침 캐나다에서 어머님이 나와 계셨기에 아프다 비명 한 번 질러 보지도 못한 죽은 세리를 담요에 싸서 대문 밖 쓰레기 통 옆에 놓아두었었다. 날이 밝는 대로 어디엔가 가서 묻어 줄 것이라며. 


 그런데 누가 알았는지 아침에 나가보니 쓰레기 통 옆에 놓아두었던 개가 없어졌다. 산에 가서 묻어 줄 것이라며 우선 내다 놓았던 것인데 그렇게 없어지고 말아 더더욱 마음이 아팠었다. 


 남편에게는 차마 누가 가져가 버렸다고 말도 못하고 산에 묻어 주었다고 둘러 대었다. 그럼에도 남편은 한동안 세리가 불쌍해서 어떻게 하느냐며 술만 먹으면 들어와서 울먹이곤 하였다. 


 거의 30년이 넘은 얘기이건만 다시 상기하다 보니 가슴이 또 아려온다. 아프다, 힘이 들다, 말도 할 수 없는 내 집에서 키우던 동물이었기에 그래서 그것이 더 마음이 아프다. 


 우리가 키웠던 세리와 그런 애잔한 기억이 있었기에 그래서 삼순이가 새끼를 무사히 낳을 수가 있을까 더 걱정이 되었다. 


 큰 딸이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삼순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엘 다녀왔다. 엑스레이 결과 새끼는 여섯 마리이며 며칠 내로 낳을 것이라고 말해 주었단다. 병원에서 삼순이 밥이라고 영양식을 사다가 그 밤으로 그것을 먹이기도 하였다. 


난 병원에서 며칠 내로 낳을 것이라고 했다고 하기에 며칠은 여유가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병원엘 갔다 왔다는 그 밤에 자다 보니 삼순이가 내 옆에 와서 ‘쌕쌕’ 아픈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난 너무 졸려서 옆으로 밀쳐내고 자다 보니 침대 이불이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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