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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교육 선교관 모금 ‘우리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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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윤희(밀알선교단 간사)

 

 우리는 아직 집이 없습니다. 25년이 지났지만 집이 없습니다. 때로는 내가 그린 그림을 걸고 싶고 때로는 초대한 손님들에게 맛있는 음식도 대접하고 싶습니다. 내 물건을 소중하게 간직할 비밀스러운 공간도 있었으면 좋겠고 지치고 피곤할 때 잠시 쉴 수 있는 편안한 소파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집이 없었다고 해서 힘들거나 불편하게 지낸 순간보다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분들로 인해 내 집처럼 지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짐을 싸는 번거로움이 없는 나의 집이 있다면 그곳에서 우리들만의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습니다.

 17년 전 나는 밀알선교단에서 그들과 처음 만났습니다. 한국에서의 짧은 경험은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교만한 마음으로 봉사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내가 그곳에서 뭔가를 해줄 수 있다는 착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처음 받은 인상은 낯선 자유로움이었으며 발달장애인의 이해가 부족했던 그때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 위에 서있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들의 자유로움은 어느 날은 무엇인가 부서지기도 어느 날은 누군가의 손에 생채기가 나기도 하고 어느 날은 그들이 우리들의 눈을 벗어나기도 하고, 그런 날이면 열심히 뒷수습을 하고 치료받기도 하고 간담이 서늘해지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그때는 어렸던 그들도 이제는 청년의 모습으로 성장해서 부서지는 일도 생채기 나는 일도 없어져 우리는 그땐 그랬지라는 이야기를 웃으면서 할 수 있을 만큼 우리들의 이야기는 겹을 이루었습니다.

나는 여전히 그들과 함께 있습니다. 매주 토요일이면 그들을 만나러 갑니다. 이제는 그들과 함께하는 것이 나의 직업이 되었고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처음 그곳으로 발을 들인 것은 나의 연약한 이야기에서 시작되었고 왜 장애인봉사를 위한 곳을 찾았을까라는 의문을 오랫동안 생각했고 그 해답을 찾았을 때 나는 누구인지에 대한 존재가 함께 찾아졌습니다.

나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결국은 그들에게 발견되고 존재를 발각 당한 나의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그들에게 어떤 힘이 있어서도 아니고 그들이 무엇인가를 해주었기 때문도 아닙니다.  

그곳에 있어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었고 나의 부족함을 탓하지도 나를 방어하기 위해 쓴 가면과 위선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연약한 채로 있어도 그들은 나와 함께 그곳에 있어주었습니다.  

삶의 위로는 많은 말보다 나를 나로 받아들여질 때 그래도 괜찮아로 전달됩니다. 저의 이런 이야기가 건물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건물은 곧 공간이며 공간은 안전과 쉼이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그곳은 이야기들이 만들어지는 곳입니다.

그들과 내가 있고 나와 다른 타인을 만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은 개별성을 가지고 나와 다른 타인이며 장애인 또한 나와 다른 개별성을 가진 존재입니다.  

부모로부터 나서 누구에게나 사랑 받아야 하는 존재이며 그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기준에서 나누어져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장애인은 사회적으로 많은 불편을 감당해야 합니다.

당연한 걸음조차 불편할 수 있는 그들에게 정말 불편한 것은 시선이 아닐까요? 나와 다르기 때문에 불편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장애인이 아닌 편견의 시선을 가진 내가 아닐까요?

내가 그들의 이야기를 하고 그들과 함께하는 공간을 말하는 것은 밀알선교단이 많은 장애인단체의 일부에 불과하겠지만 나에게는 그들과 함께 그 시간을 공유하며 그 장소에 함께 있어 같은 경험을 하면서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좀더 나은, 더 좋은 것을 주고 싶고 앞으로도 함께 같은 공간에서 다른 경험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우리는 더 오랫동안 그들과 함께하며 그들이 나에게 나의 존재를 일깨워 주었듯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이 삶의 한가운데에서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그들과 함께하면서 알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나는 그들과 함께 머물며 그 시간과 공간 속에 존재하며 우리들의 이야기를 다시 만들어보고 싶어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던 소중한 시간들은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에게 머물러있습니다.

살면서 누구나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은 소망이 있듯이 우리 집에서 어지르고 뛰고 뒹굴고 싶습니다. 아직 큰집이 아니어서 많은 짐을 들여놓을 수는 없지만 또 다른 꿈을 가지고 시작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으니까요. 아직 먼 길을 가야 하지만 떠나는 것을 주저하기보다는 짐을 싸서 길을 나서는 용기를 가져봅니다.

밀알선교단에서 작은 건물을 구입했습니다. 저는 2004년 봉사자로 시작해서 지금은 밀알선교단 간사로 섬기고 있습니다. 장애인은 불쌍하고 도와줘야 하는 사람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그들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보여주고 싶은 교만으로 있다가 정말 연약함이 무엇인지를, 그들에게서 장애인이 그들인지 나인지, 그들은 누구인지를 오랜 시간 함께하며 생각했고 결국 그들에게서 저를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자체 건물이 없어서 불편함보다는 정말 사랑으로 밀알선교단을 받아주셨고 때로는 개인 비즈니스 건물을 행사 때마다 내어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하지만 공간을 내어주신 분들에게도 장애인에게도 불편에 대한 한계와 안전과 질적 성장을 위해서 어려운 시기에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기도해 주시고 기억해 주셔서 격려해주시고 응원해주시기를 소망해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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