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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교실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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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순(문예교실 수강생)

 

 오월 초, 우연히 신문에서 한인문인협회의 문예교실 봄 강좌에 관한 광고를 보고 신청을 했다. ‘문학, 삶과 함께 할 수 있을까?' 라는 주제로 김용택 시인, 김영수 수필가, 이준호 소설가, 세 분께서 10주 동안 강의를 해주셨다.

 살면서 노래하고 웃고 울고 아파하며 신음하는 감정들을 어떻게 글로 표현해야 하는지, 정성을 다해 가르쳐 주셨다. 강의를 들으며 내 안에 굳게 닫혔던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주변의 사물을 관심을 가지고 보는 눈과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산책길에 마주치는 사람들과 주인을 따라가는 개들도 반가웠다. 숲속의 나무와 조르르 달려오는 다람쥐, 땅바닥에 떨어져 흩어진 꽃잎조차 귀하게 여겨지고, 초록색 잎사귀 하나, 바람에 날아온 씨앗 하나, 살아서 움직이는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또한 온타리오 호수의 주변에는 여러 종류의 새가 서식하고 있음도 알게 되었다. 검정 가마우지, 로빈, 참새, 다리가 유난히 가는데 매우 빨리 달리는 이름 모를 새, 백조, 갈매기, 백로, 바다오리, 청둥오리, 캐나다 구스 등이 호수 위를 날아 오르기도 하고 유유히 헤엄쳐 가기도 한다. 이동할 때가 되었는지 앞장선 새를 따라서 흐트러짐 없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날아가는 철새 떼도 유심히 보았다.

 자연 속에는 내가 몰랐던 보이지 않는 질서가 내재해 있다. 새끼를 낳고 벌레를 잡아다 먹이고, 죽을 힘을 다해 지켜내는 위대한 모성도 보게 되었다. 자연의 생태계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깊이 바라보게 되면서 우리가 사는 이 땅은 서로가 함께 연관되어 공존 하는 것임을 깨달으며 아끼고 돌보아야 할 책임도 느껴졌다. 그것을 글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깊은 곳에서부터 송글송글 올라왔다.

 문학이 삶 속에 녹아 들 때, 그 힘은 내면을 깊이 있고, 풍요롭게 해준다. 사느라고 바쁘고 지쳐, 굳어지고 마비된 감성들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다. 개나리 꽃이 피었는지, 저물어 가는 석양의 노을이 얼마나 황홀한지 온 감각으로 느끼며 바라보니, 살아있음이 새삼 행복하고 감사하다. 닫혀진 마음의 창가에 다가간다. 나에게 말을 걸고 글로 옮기고 싶어진다.

 나에게 생명력을 가져다 준 문예교실이 많이 알려져서 곳곳에 숨겨 있는 무명 작가들이 세상에 나오고, 사람들의 손을 잡아줄 때 이민의 삶은 외롭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이 땅은 따뜻한 터전이 되리라 믿는다.

 이런 기회를 갖게 해주신 세 분의 강사님과 문예교실 운영위원회에 감사를 드린다. 비록 대면으로 만나지는 못했으나, 10주 동안 뜨거운 열정으로 함께 했던 수강생 여러분에게도 마음 깊이 감사 드리며, 또한 캐나다 한인문인협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