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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ced retreat(강요된 휴식)(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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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삼열 교수 에세이


(토론토대학교 정신의학과 석좌교수(은퇴))

 

 살다 보면 크고 많은 사고와 이에 따르는 부상을 겪게 마련이다. 대다수 부상은 육체적 부상으로 제한되고 치유되어 사라지는 경우처럼 미비한 것들이다. 조금 무게있는 부상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스스로 회복되기도 한다. 그런데 간혹 아주 미세한 시작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증폭되는가 싶다가, 급기야는 매우 심각한 상태로 변하는 경우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지난해 늦여름에 접어들면서 봄과 여름 내내 풀리지 않던 골프 스윙이 정돈되면서 비거리까지 늘어나 내심 많이 기뻤다. 그래봐야 보기게임 정도지만. 내킨 김에 가을 demo club sale에서 드라이버와 우드클럽 2개도 upgrade했다. 그만큼 내 몸의 컨디션이 좋았고 골프 시즌이 끝나는 것이 매우 섭섭했다. 그러나 3년째 코로나 대비를 위해 snowbirds 친구들과의 휴가에는 동참하지 않고 토론토에서 겨울을 지내기로 했다.

금년 1월이 끝나가기 전, 폭설 후 맑게 갠 날 오후, driveway 제설트럭이 다녀가고, 나는 늘 하던대로 현관 앞에 남은 잔설을 쓸어내고 소금을 살짝 뿌리는 작업을 마쳤다. 5분이 채 걸리지 않는 단순작업이었다. 집에 들어와 자리하고 차를 마시며 테이블 위의 책을 잡으려 하는데 실낱같은 경미한 느낌이 아주 짧은 한순간 꼬리뼈 근처를 스치며 지나쳤다. 그리고는 사라졌다.

생활은 평상적으로 이어졌다. 봄부터 여름과 가을을 지나며 근육유지를 위한 노력의 효과일 것이라고 내심 만족했다. 노인들은 muscle and balance를 잃으면 안 된다고 믿으며 한겨울동안 고가의 PT를 받았던 기억을 끌어올렸다.

그런데 2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오른쪽 low back pain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허리 디스크 퇴행이나 손상의 대표적 증상들이 조금씩 잦아들고 오른쪽 다리가 간혹 저린 것처럼 느끼기도 했다. X-ray 검사에서 몇 곳의 디스크 퇴행과 관절염 시작이 보인다고 했다. 조심스럽게 선별된 짧은 리스트의 스트레칭과 바른 허리 자세 유지 그리고 "당당한 걷기"를 지속했고, 많은 진전이 있었다.

회복이 가깝다고 느끼면서도 신청해 놓았던 MRI test 일자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MRI를 조사하는데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캐나다의 "socialist public health care system"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드는 시간이었다.

햇살이 좋았던 어느 날 오후 걷기운동을 위하여 집을 나섰는데, 드라이브웨이서 오른쪽 다리에 힘이 잘 잡히지 않아서 반등으로 왼쪽 엉덩이 쪽으로 주저앉는 가벼운 사고가 있었다. 그 후 자세에 따라서 왼쪽 hip 근처에 날카로운 통증을 느끼기도 했고, 2일 정도 잠자리가 편치 않았다. 그러던 중 화장실 사용이 조금씩 힘들어지고 personal hygiene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infection으로 해열제 효과가 떨어지면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극심한 오한으로 팔다리와 온몸이 와들거리는 shivering를 겪었다. 급기야 ambulance를 불러 응급실로 가서 입원했다.

왜 왔느냐는 물음에 허리 디스크 통증과 특히 낙상 후 시작한 왼쪽 허리에 발생한 sharp pain과 flu로 인한 심한 증세(그때까지 나는 infection은 flu라고 생각했다) 때문이라고 답했다.

얼마 후 허리와 엉치 주위의 CT scan을 마쳤다. 그런 얼마 후 이번에는 chest CT를 했다. 허리 CT 최상단에 흐릿한 것이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다음에는 복부와 머리를 찍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척추 전체에 MRI를 실시했다. 도대체 경미한 디스크 파손과 가벼운 낙상의 상태를 찍는데 웬 소동인가?

 결과는 전연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우선 심한 열과 전립선 통증은 flu가 아닌 e coli blood infection이었는데, 다행히 처음 쓴 항생제가 효능을 보여 1주 만에 치료가 가능했다. 그런데 여러 차례 걸친 CT와 MRI의 결과는 전연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를 보여줬다.

 요약하자면 폐 하단에서 암세포 덩어리 하나가 발견됐고, 세포들이 이전되어 척추를 따라 목, 등, 그리고 허리 하단에 걸친 여러 곳에 위치한 디스크 통증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머리카락 같은 미세한 부상이 커다란 결과로 급진하여 고생하는 경우를 지켜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massive한 상태로 들어나는 경우는 흔하지 않을 것 같다. 자신의 상태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작은 변화에 대한 조심스런 예방행위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어쩔 수 없이 강요된 긴 휴식에 들어가야 한다. 휴식 뒤에 밀려오는 많은 거대한 웨이브들에 당당히 대응하고 그들을 넘어야 하기에 충실한 휴식 동안 체력을 키워야 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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