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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란
(피커링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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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이 없으면 기쁨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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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햇살이 너무 맑아요. 이제 조금씩 악몽의 터널 끝자락에 있어요. 추위에 못 견딘 지하실 파이프가 동파되어 물이 넘치던 날. 열심히 수습했다는데 전혀 기억이 안 났으니, 밤 12시에 배관공(plumber)을 보더니 “아하 수도관이 터졌었네”
다음 날 아침엔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보험회사에 알리고, 그들을 만나고, 혹독한 추위와 충격이 컸고, 지난 2주 이상 심신이 지쳐있었다. 정신을 가눌 수 없었다.
내일은 아픈 어깨의 초음파를 하는 날이다. 결과를 보고 치료만 잘하면 난 정상인이다. 지하실 수리도 마쳐 정상 가동되고 있다. 고생은 기쁨도 가져온다. 회복 되면서 사부인이 손주의 성적표 얘기를 전해줬다. A+ 에 상금도 받았단다. 주말에 만난다. 할머니도 포상해야지, 축하카드를 준비하자. 잘했다. 더욱 열심히 해라.
 기분이 상쾌하다. 날씨가 이렇게 좋으니, 좌절은 금물이다. 희망은 힘을 내게 한다. 우울했던 지난 주 여러 사람이 안부를 물었다. 며느리는 아침 저녁으로 전화를, 딸아이도 “엄마 괜찮아?” 자주 물어왔다.
너희가 있어서 정말 고마웠다. 무엇보다 남편의 식탁이 정말 소홀했으니 오늘은 식품점에라도 가야겠다. 골고루 야채와 과일을 사서 저녁상을 멋지게 준비해야겠다. 
가방을 메고 천천히 산책을 했다. 무거운 것을 오랜만에 메니 몸에 무리가 됐다. 어깨도 아프고 손 움직임이 100%가 아니어도 새로운 세상인 듯 감사하며 걷는다. 80~90%는 회복이다. 고통을 잘 견디고 인내와 노력으로 내가 다시 돌아온 듯하다.
물망초 교실 친우들이 카톡을 보낸다. 수업한 뒤 사진을 찍어 올렸다. 모두 보고 싶다. 만나보고 싶은 정든 얼굴들. 차분히 책상에 앉아 지난 몇 주일간의 나를 떠올리면서 이만한 게 천만다행이라는 L 선생의 말대로 빨리 잊고자 한다. 오늘 커피 맛이 레몬 케이크와 제대로 어울린다.
내가 요즘 생전 처음으로 조용히 지내는 것 같다. 건강이 100% 되면 또 움직이자. 주말에 외손주 네 살 생일파티에서 모두 볼 거다. 맛있는 컵 케익을 만들어 줄 거다. 전화 목소리가 유난히 똘똘한 녀석이다. 너희가 없었으면 할머니는 무슨 재미로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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