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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란
(피커링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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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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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인들이 수, 목, 금요일에 비가 온다는 소식을 알렸기에 짐작은 했다. 나뭇잎들이 다 떨어지고 젖은 채로 길에서 밟히며 쓸쓸한 주말이다. 비가 와도 좋아, 우산과 외출 준비를 마치고 서둘러 걷기 시작했다. 10분 정도 걸어서 은행에 왔다. 주말이고 월 초라 줄을 서는 고객들이 많지만 모두 반갑다.


직원 Lean과 Jody가 정신 없이 손님을 대하면서도 “Hi”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도 일터에서 저렇게 바쁘고 했었지, 비까지 주룩주룩 겨울을 재촉한다. 


남편 가게가 요즘엔 바빠졌다. 부츠와 구두, 멋 부리는 젊은이들의 카우보이 신발까지 수선요청이 쇄도한다. 성실한 남편은 신발 바닥을 기계에 매끄럽게 갈아 청소도 하고 풀도 바르고 새로운 밑바닥(Sole)을 붙이고 심지어 꿰매기도 한다. 


장비도 입 마개에 안전 안경까지 다양하다. 매끄럽고 꼼꼼히 수선된 구두나 부츠 등 찾아가는 고객들은, 어쩜 이렇게 꼼꼼히 고쳤을까? 하는 고마운 표정이 역력하다. 흐뭇해하는 남편의 표정도 읽힌다. 


최선을 다해서 수선을 하니 일부 고객은 꽤 먼 곳에서도 우리 가게 ‘Genius Shoe Repair’를 찾아온다.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일인지. 수고의 보답이라고 팁을 카운터에 두고 가면서 “See you next time!” 한다.  


고객들이 있어 행복하다는 당신. 이제 일손을 놓아도 되련만 아침 일찍부터 일에 충실한 남편. 주님! 77살의 체력으로 9시간씩 매일 충실히 일할 수 있는 건강을 허락하시니 감사합니다. 손재주도 주셨으니 더욱 많이 일하고 싶다고 다짐도 합니다.


 쇼핑몰에 들려서 2019년 수첩을 구했다. 입학식을 기다리는 초등학생 심정이다. 무엇을 적을까? 생각나는 대로 계획을 적어 나간다. 우선은 가족들 생일을 표시해 놓고 연금일과 손주 보러 가는 날, 외출 계획을 짠다.


모처럼 적고 싶은 토픽이 오늘따라 생각난다. 다 적을 수는 없고, 우선 11살 된 손주 생일에 대해 적는다. 침착하고 온순한 유일무이한 나의 외동 손주다. 하나님이 허락한 귀한 친손자, 재능이 많고 예의도 제법이다. 지난주 거의 2달 만에 손주를 만났을 때 많이 크고 의젓해졌다. 


“제가 숙제 다 해놨어요. 지금은 게임 중이에요. 할머니 괜찮죠?” 그래, 조금만 해야 한다. 피아노와 태권도 교실에 간다면서 작별할 때도 “할머니 또 봐요” 귓전에 맴도는 손주의 목소리. 그날따라 더욱 기특했다.


딸 가족이 그나마 가까운 거리여서 자주 만나고, 외손주 녀석들이 8살, 4살 순하게 잘 커가고 있으니 감사한다. 큰 녀석이 땅콩알레르기가 있으니 정말 조심투성이이다. 4살된 엘리옷은 “할멈! my mom knows everything, you know?(우리 엄마는 모든 것을 다 아는 엄마)”라면서 나를 웃기고 힘이 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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