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ekim
(목사)
성경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진지한 사색과 탐구를 통해 완성한 대하 성경해설서 <성경에 나타난 전쟁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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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삭의 생애(4)-야곱을 축복하는 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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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곱이 이르되형의 장자의 명분을 오늘 내게 팔라.’ 에서가 이르되내가 죽게 되었으니 장자의 명분이 내게 무엇이 유익하리요?’ 야곱이 이르되오늘 내게 맹세하라.’ 에서가 맹세하고 장자의 명분을 야곱에게 판지라. 야곱이 떡과 팥죽을 에서에게 주매 에서가 먹으며 마시고 일어나 갔으니 에서가 장자의 명분을 가볍게 여김이었더라.” ( 25:31-34)

 

“이삭이 이르되내게로 가져오라. 아들이 사냥한 고기를 먹고 마음껏 네게 축복하리라.’ 야곱이 그에게로 가져가매 그가 먹고 포도주를 그에게로 가져가매 그가 마시고, 그의 아버지 이삭이 그에게 이르되 아들아, 가까이 와서 내게 맞추라.’ 그가 가까이 가서 그에게 맞추니 아버지가 그의 옷의 향취를 맡고 그에게 축복하여 이르되 아들의 향취는 여호와께서 주신 밭의 향취로다. 하나님은 하늘의 이슬과 땅의 기름짐이며 풍성한 곡식과 포도주를 네게 주시기를 원하노라. 만민이 너를 섬기고 열국이 네게 굴복하리니 네가 형제들의 주가 되고 어머니의 아들들이 네게 굴복하며 너를 저주하는 자는 저주를 받고 너를 축복하는 자는 복을 받기를 원하노라.” ( 27:25-29)

 

이삭이 결혼한 지 20년 만에 낳은 쌍둥이 형제 에서와 야곱은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 심하게 다투었다. 놀란 리브가가 그 까닭을 묻자 하나님은 그녀의 태중에 두 민족이 있는데 큰 아들의 족속이 작은 아들의 족속을 섬기게 될 것이라 말씀해 주신다.

그 말씀대로 먼저 나온 에서와 그의 발꿈치를 잡고 나온 야곱은 쌍둥이 형제답지 않게 외모와 성격이 판이하게 달랐다. 에서는 건장한 체구에 살결이 붉고 털이 많았지만 야곱은 자그마한 체격에 피부가 매끄럽고 부드러웠다. 성격도 에서는 직선적이고 쾌활했지만 야곱은 어딘지 모르게 답답하고 내성적이었다.

인간적인 관점에서 볼 때 에서와 야곱 둘 다 아브라함과 이삭에 이어 이스라엘의 족장이 되기에는 적합하지 못한 인물들이었다. 에서는 이삭의 장남으로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수행해야 할 사명의식 같은 것은 전혀 없이 세상 낙을 즐기며 살기를 원했으며, 야곱은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야비하고 간교한 마음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하나님이 택하신 이삭의 후계자는 야곱이었다. (창 25:23)

이것을 알고 있었던 리브가가 이 사실을 야곱에게 말했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야곱은 어려서부터 에서가 지닌 장자의 권한을 무척 부러워했다. 야곱이 에서의 발꿈치를 붙들고 태어난 것도 에서를 제치고 자기가 장자가 되고 싶었던 본능적인 욕구의 표현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야곱이 에서의 장자권을 획득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동생이 형이 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던 야곱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어느 날 그가 팥죽을 쑤고 있는데 사냥에서 돌아와 지치고 허기진 에서가 팥죽을 좀 먹겠다고 한 것이다. 야곱이 보인 즉각적인 반응은 “형의 장자의 권리를 내게 파시오.”였다. 잔 머리를 굴리는데 천재인 야곱다운 순발력이 발동한 것이다.

에서도 장자권의 의미와 그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구두로 승낙한다 해도 맏아들인 그가 둘째 아들이 된다고도 생각하지 않았고, 장자의 권리에 관한 것은 먼 훗날에 논의될 일이라고 에서는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에서는 즉시 “지금 배가 고파 죽겠는데 그까짓 장자권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팥죽을 달라고 손을 내민다.

야곱은 치밀했다. “앞으로 장자권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내게 맹세하시오.”라 요구한 것이다. 에서가 장자권을 포기했다는 법적 효력을 원한 것이다. 에서는 야곱의 그 같은 의도를 간파하지 못하고 떡과 팥죽에 그의 “장자의 명분”을 동생에게 넘겨주었다.

그 날 에서가 야곱에게 양도한 장자권은 단순히 아버지의 재산을 동생보다 두 배 이상 물려받는 권리(신 21:15-17)가 아닌 이스라엘의 3대 족장의 권한과 축복임을 그는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이 같은 에서를 성경은 “한 그릇 음식을 위하여 장자의 명분을 판 망령된 자”(히 11:16)라 말해준다.

에서는 일생일대의 과오를 범하고도 그 심각성과 중요성을 깨닫기는커녕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방여인을 아내로 맞이하여 이삭과 리브가에게 슬픔과 근심의 짐을 안겨준다.

노경에 접어들어 눈까지 어두워진 어느 날 이삭은 에서를 불러 말한다. “나는 이제 늙어서 언제 죽을지 모른다. 너는 들에 나가 짐승을 사냥하여 내가 좋아하는 별미를 만들어 오너라. 내가 먹고 너를 축복해 주겠다.”(창 27: 3-4)

이 말을 엿들은 리브가는 야곱에게 그 말을 들려주고, 살진 염소로 별미를 만들 것이니 아버지에게 들어가 장자의 축복을 받으라고 한다.

에서와 야곱이 태어날 때부터 이삭은 첫째를, 리브가는 둘째를 더 좋아했다. 이삭이 에서를 좋아한 것은 그가 씩씩하고 남자다워서 아브라함의 혈통을 이어가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리브가의 경우는 에서와 달리 항상 옆에서 그녀를 돌보는 야곱이 에서를 지배하게 하는 것이 하나님의 계획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 사료된다. 어쨌든 야곱을 향한 리브가의 편애는 그녀로 하여금 남편 이삭을 속여 야곱이 장자의 축복을 받도록 하는 계책까지 꾸미게 만든 것이다.

어머니의 계획을 들은 야곱을 기쁘면서도 겁이 났다. 아버지 이삭에게서 장자의 축복을 받는 것은 그가 간절히 원하는 바였지만 축복을 받으러 들어갔다. 그의 정체가 드러나면 저주를 받게 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야곱이 무엇을 두려워하는가를 아는 리브가는 “저주는 내가 받을 테니 염려말고 시키는 대로 하라”(창 27:13)며 집에 있는 에서의 옷 중 제일 좋은 것을 야곱에게 입히고, 염소 가죽으로 야곱의 매끈한 손과 목을 감싼 다음 그녀가 만든 별미와 떡을 야곱에게 들려준다.

어머니가 차려준 요리상을 들고 야곱은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이삭의 처소로 들어가서 “말씀하신 대로 사냥하여 별미를 만들어 왔습니다. 마음껏 잡수시고 축복해 주십시오.”라 청한다.

이삭이 어떻게 그처럼 빨리 짐승을 잡을 수 있었느냐고 묻자 야곱은 “하나님께서 도와주셔서 사냥감을 빨리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라 답한다. 그러자 이삭은 야곱을 가까이 오게 하여 그가 에서인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그의 몸을 만지면서 “음성은 야곱의 음성인데 손은 에서의 손이로구나.”라 말한다.

순간 야곱의 가슴은 덜컹 내려앉았다. 그러나 그는 “네가 정말 에서냐?”고 묻는 아버지에게 “네, 그렇습니다.”라 대답한다. 그 말을 들은 이삭은 야곱을 축복한다. 리브가와 야곱의 합동작전이 성공한 것이다.

이삭이 야곱에게 “하나님은 하늘의 이슬과 땅의 기름짐이여 풍성한 곡식과 포도주를 네게 주시기를 원하노라. 만민이 너를 섬기고 열국이 네게 굴복하리니 네가 형제들의 주가 되고 네 어머니의 아들들이 네게 굴복하며 너를 저주하는 자는 저주를 받고 너를 축복하는 자는 복을 받기를 원하노라.”라 축복한다.  

땅에서 거둘 수 있는 모든 농산물들을 풍성히 수확하며, 그의 집안의 형제들이 그를 우러러 보며, 세상 모든 나라와 민족들이 그 앞에 머리 숙일 것이란 놀라운 축복을 해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야곱은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네가 저주하겠다.”(창 12:3)고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하신 약속까지도 그에게 이루어질 수 있는 축복을 누리게 된 것이다.

야곱이 그의 축복을 받고 나간 후 에서가 잡은 짐승으로 별미를 만들어 들고 들어와서 축복해 달라고 하자 이삭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너 보다 먼저 고기를 가지고 왔던 사람은 누구냐? 내가 그를 축복했으니 그가 복을 받을 것이다.”라 말한다.

에서는 야곱이 교활한 속임수로 그가 받을 장자의 축복까지 가로챈 것을 알고는 통곡하며 자기도 축복해 달라고 아버지에게 애원한다. 그러나 이미 야곱에게 장자의 축복을 한 이삭이 할 수 있는 일은 형인 에서가 동생인 야곱을 섬기게 될 것임을 확인해 주는 것뿐이었다.

어렸을 때 야곱이 거짓으로 장자의 축복을 받는 과정을 읽을 때마다 에서에 대한 동정과 야곱을 향한 분노를 참기 힘들었다. 그리고 계획적인 사기행각을 벌인 리브가와 야곱을 벌하지 않고, 속여서 받은 야곱의 축복을 인정하신 하나님의 처사에 대해서도 불평만했었다. 그러나 에서 아닌 야곱을 이삭의 후계자로 택하신 분은 하나님이심을 깨닫는다면 모든 의문이 해소된다.

리브가와 야곱은 공모하여 그들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했지만 그들이 뿌린 거짓의 씨가 맺은 쓴 열매를 먹어야 하는 슬픔과 고통을 피할 수는 없었다. 리브가는 장자의 축복을 빼앗긴 에서가 야곱에게 품은 원한 때문에 야곱을 멀리 그녀의 오빠 라반에게 보내고, 살아생전 다시는 그를 보지 못한 채 쓸쓸하게 눈을 감아야 했다.

야곱도 속임수로 형의 장자권을 빼앗고 장자의 축복까지 받았지만 심는 대로 거두는 하나님의 법에 따라 그보다 한 수 위인 속임수의 달인 라반에게 여러 번 속은 사실을 성경은 증언해 주고 있다.

야곱이 악랄하고 간교한 방법을 써서 에서의 장자권을 빼앗는데 성공했다고 악이 선을 이긴다고 착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야곱이 어머니 리브가와 함께 사기와 기만으로 그들의 목표를 달성하기는 했지만 하나님의 공의는 유지되면서, 하나님의 뜻도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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