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ekim
(목사)
성경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진지한 사색과 탐구를 통해 완성한 대하 성경해설서 <성경에 나타난 전쟁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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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을 뒤돌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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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수아가 약속의 땅 가나안을 향해 전진해 들어갈 때 지녔던 결단과 각오로 경자년 새해를 살리라고 다짐하던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이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어떻게 가버린 지도 모르게 흘러가버린 지난 열두 달을 뒤돌아보니 이렇다고 내세울 만한 일이 없는 것 같아 서글퍼진다.

그러나 년 초부터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로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었느니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고, 나 자신을 변호해 보고 싶기도 하다. 그러다 문득 많은 사람들의 활동에 제동을 건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나름대로 해낸 일들이 생각났다.

그 첫 번째가 성지순례를 다녀온 것이다. 성지순례는 여러 번 계획했었고, 떠날 날까지 정해놓았던 적도 있었지만 예상치 못했던 사정들이 생겨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금년에는 결혼 50주년을 가장 의미 있게 기념하기 위해서라도 꼭 단행하기도 마음먹고 출발 일을 3월 5일로 잡아놓고 있었다. 그런데 출발 날이 다가오면서 별것 아닌 것 같던 코로나 사태가 불거지면서 “가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로 고민하게 되었다.

여러 지인들이 취소하는 것이 좋겠다고 충고했고, 아들과 딸들은 지금 어디를 가느냐고 강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떠나기로 결정했다. 돌려받을 수 없는 여행비용 보다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가기 힘들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끝까지 반대하는 아이들에게 “믿습니다.” 보험을 들고 떠나니 아무 염려 말라고 안심시키고, 예수님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우리의 발걸음을 지켜달라고 기도하며 이스라엘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열흘간의 짧은 기간 동안에 예수님이 사역하신 지역을 전부 돌아본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예수님의 발길이 닿으셨던 중요한 곳들을 찾아가 주께서 방황하는 무리들을 먹이시고, 돌보시며, 천국복음을 전파하시던 장면들을 머릿속에 그리며 인간을 향한 그의 놀라운 사랑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어서 감격스러웠다.

그렇다고 성지순례의 모든 일정들이 은혜로웠던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지나친 상술에 가려져서 예수께서 남기신 사랑의 발자취가 전혀 보이지 않을 때는 서글픈 마음과 함께 크게 실망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난 하나님께서 나의 기도를 들어주시며, 동행해 주신다는 것을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여러 번 체험하는 축복을 받았다. 그러기에 난 “나의 등 뒤에서 나를 도우시는” 예수님이 2,000년 전에 직접 다니셨던 땅의 흙을 밟아 보고 싶었던 것이다.

코로나라는 장애물을 타고 넘어 단행한 성지순례를 통해 이 같은 나의 바람이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내 생명의 불길이 꺼지는 순간까지 예수님은 나의 친구와 보호자로서 내 곁에 계실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같은 확신은 갈릴리 호수 한 가운데서 선상예배를 드리는 중 내 가슴 판에 분명하게 새겨졌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떠했는지 몰라도 내게는 갈릴리 호수가 성지순례의 정점이었다. 예수님의 발길이 닿으셨던 대부분의 장소들이 그때에 비해 엄청나게 변했고, 현대화 되었지만 갈릴리 호수만은 주위 환경은 예수님 당시와 비할 바 없이 달라졌지만 호수 자체는 그때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예수님의 사랑과 자비와 은혜의 파도가 넘실대는 호수 가운데서 예배를 드릴 때, 호수에 그물을 던지는 어부들을 향해 “나를 따르라.” 하신 말씀을 제목으로 설교하는 내 가슴에 표현하기 힘든 감사와 감격의 파도가 몰려들었다.

십분 만에 끝낸 짧은 설교를 하면서 난 “네가 나를 충실하게 따르는 한 난 너를 결코 홀로 두지 않을 것이다.”란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내게는 처음이요 마지막이 될 이번 성지순례의 기억은 내 가슴 속에 언제까지나 남아있을 것이다.

이스라엘을 향해 떠나면서 아내와 나는 우리가 돌아올 때는 코로나 사태가 끝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런데 돌아와 보니 진짜 사태가 시작되고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고, 각종 집회가 제한되며, 생활에 필수적이 아닌 모든 영업행위들이 금지되는 등 경험해보지 못한 사회 환경이 조성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돌아와서 하려고 작정했던 일들을 거의 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나이든 사람들은 더 쉽게 감명된다며 이이들이 교대로 생활에 필요한 필수품들을 사다 주며 철저하게 감시하는 통에 마음대로 나다닐 수조차 없게 되어버렸다.

아침마다 공원을 걷는 일은 계속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 전처럼 자유롭지가 못했다. 서로 필요한 간격을 유지하려면 2미터가 조금 넘는 공원 산책로에서 나란히 걷지 못하고 서로 한쪽으로만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오가며 아는 이를 만나도 다가가 악수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거나 손을 드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해야 했다.

그런 불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지만 어느 날 반대편에서 오던 사람이 나에게 숲으로 들어가라는 신호를 보냈을 때 못 본 척하고 그냥 걸어가기는 했지만 몹시 불쾌했다. 그의 손짓은 당신과는 2미터 거리로는 부족하니 길에서 벗어나 숲 속으로 들어가라는 신호였기 때문이었다.

그 일이 있었던 날, 난 반백년 전 캐나다에 발을 디뎠을 때 도처에서 느꼈던 인종차별이 다시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며, 그것이 나의 착각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콘도에서 승강기를 타면서 확인했다. 승강기 문이 열리자 내 옆에 서있던 백인 여자가 재빨리 안으로 들어가며 혼자 가겠으니 타지 말라며 문을 닫으려고 했다. 어이가 없었지만 상대가 여자기에 아무 소리 하지 않고 물러서면서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 같은 여자가 같은 행동을 하기에 그 여자가 문을 닫기 전에 승강기 안으로 들어서서 내가 사는 층의 단추를 눌러버렸다. 그녀는 도전적인 눈빛으로 나를 처다 보더니 승강기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 여자는 코로나가 발생한 중국에서 온 사람으로 보이는 나와는 같은 공간에 있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 후 코로나 사태로 인해 동양 사람들이 까닭 없이 모욕을 받고, 폭행까지 당한다는 신문보도를 읽으며 코로나가 지나갈 때까지 매사에 조심하고 참으며 지내기로 작정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코로나로 인해 동양인들을 적대시 하는 경향이 확대되지 않고 잦아드는 징조가 보이는 것은 기쁘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갑자기 등장한 코로나라는 장애물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의 질서가 무너지고, 많은 분야에서 경제가 파탄되고 있으며, 수많은 기관이나 단체들이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었음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힘들고 혼란스런 상황 속에서도 애국지사기념사업회는 금년도 주요 사업들을 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어서 참으로 감사하다. 특별히 <애국지사들의 이야기.4>를 계획한 대로 출간하여 출판기념회까지 거행할 수 있어서 감격스럽다.

책을 발행하는 것처럼 힘든 일도 드물다. 그런데도 코로나 사태의 혼란 속에서 이 일이 가능했던 것은 관련된 사람들이 직접 만나지 않고도 전화와 이메일로 소통하며 편집을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사업회의 임원진, 이사진, 필진들이 일심동체가 되어 이 일에 매달린 결과 작년에 발행된 3권에 이어 금년에 4권이 예정대로 서울에서 출판될 수 있었던 것이다.

출판된 책은 신속하게 정부 관계부서, 언론기관, 주요 단체에 배포되었으며, 신문과 방송에 크게 보도까지 되었다. 토론토에서 출판기념회를 할 수 있을까 염려되었는데, 온타리오 정부의 제재완화로 소규모 실내집회가 가능하게 되어 문제가 해결되었다.

제한된 인원만을 초청해야 한 것이 유감스러웠지만 그 어느 출판기념회보다 의미 있고, 보람되고, 성대하게 진행되었다. 금년에 열 번째로 실시한 애국지사들을 주제로 한 문예작품 공모에서 입상한 분들에 대한 수상식도 같은 자리에서 행해졌다. 성인부와 학생부 수상식을 함께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참석 인원제한 관계로 학생부 시상식은 9월 26일 별도로 거행했다.

그 자리에는 수상자 전원과 그들의 부모와 친구들과 본 사업회 이사들이 다수 참석하여 이민 일세와 이세가 함께 어울리는 아름답고 바람직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펜데믹으로 모두가 실망과 좌절 가운데서 보낸 한 해였다. 하지만 그런 중에도 사적으로는 오랫동안 원했던 성지순례를 다녀올 수 있었고, 공적으로는 내가 속해 있는 애국지사기념사업회가 금년의 사업으로 계획한 <애국지사들의 이야기.4>의 발행과 출판기념회, 보훈 문예작품 공모와 시상식, 한인회와 공동으로 주관한 광복절 기념행사까지 해낼 수 있었음은 진정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이다.

코로나 사태의 위기를 일치단결하여 극복하고, 이 모든 일을 성사시킨 사업회 임원진과 이사진 그리고 본 사업회를 격려해주시고 도와주신 동포 여러분들께 감사한다.

부족한 우리들에게 능력과 지혜를 주시며 모든 일들이 합동하여 선을 이룰 수 있도록 금년 한 해를 이끌어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송과 영광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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