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ekim
(목사)
성경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진지한 사색과 탐구를 통해 완성한 대하 성경해설서 <성경에 나타난 전쟁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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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과 사도들 - 사도 빌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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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예수께서 갈릴리로 나가려 하시다가 빌립을 만나 이르시되 ‘나를 따르라.’ 하시니, 빌립은 안드레와 베드로와 한 동네 벳새다 사람이라. 빌립이 나다니엘을 찾아 이르되 ‘모세가 율법에 기록하였고 여러 선지자가 기록한 그이를 우리가 만났으니 요셉의 아들 나사렛 예수라.’”(요 1:43-45)

 

“마침 유대인의 명절인 유월절이 가까운지라. 예수께서 눈을 들어 큰 무리가 자기에게로 오는 것을 보시고 빌립에게 이르시되 ‘우리가 어디서 떡을 사서 이 사람들을 먹이겠느냐?’ 하시니, 이렇게 말씀하심은 친히 어떻게 하실지를 아시고 빌립을 시험하고자 하심이라. 빌립이 대답하되 ‘각 사람으로 조금씩 받게 할지라도 이백 데나리온의 떡이 부족하리이다.’”(요 6:4-7)

 

“빌립이 이르되 ‘주여, 아버지를 우리에게 보여 주옵소서. 그리하면 족하겠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빌립아, 내가 이렇게 오래 너희와 함께 있으되 네가 나를 알지 못하느냐?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보았거늘 어찌하여 아버지를 보이라 하느냐?’”(요 14:8-9) 

 

 예수님의 열두 제자들은 모두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들 중 아무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칭찬받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들의 지적 수준도 별것 아니었다. 


그러나 빌립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그는 구약에 관하여 많이 알고 있었고, 사고력과 판단력도 다른 제자들을 능가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성경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그 첫 번째는 그가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았을 때였다. 


빌립은 베드로와 안드레의 고향인 벳새다 출신으로 세례 요한의 제자였다(요 1:43-44). 하지만 갈릴리로 향하시던 예수께서 그를 보고 “나를 따르라.” 하시자 예수님을 따르기 시작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세례 요한이 예수님을 향하여 “세상 죄를 지고 가는 어린 양”이라 하는 말을 듣고 야고보와 요한과 안드레는 즉시 주를 따라갔는데 빌립은 그들과 행동을 같이 안 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그의 지식이 동료들보다 낫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던 빌립이 예수님을 좀 더 지켜본 후에 그의 거취를 정하기를 원했음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 빌립은 그의 이성적인 판단으로 예수님과 세례 요한 중 하나를 택하겠다는 지성인의 면모를 보여준 것이다. 그러다 예수께서 직접 그에게 “나를 따르라.” 명하시자 주님의 제자가 된 것이다.


예수님을 따르기로 한 빌립은 친구인 나다니엘을 찾아가 “모세가 성경에 기록하였고 여러 선지자가 기록한 그이를 우리가 만났으니 요셉의 아들 나사렛 예수니라.”(요 1:45)라 말한다. 


빌립의 이 같은 말을 들으며 우리는 그가 구약 전반에 걸쳐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말 속에서 그가 하나님의 인류구원 계획과 모세, 이사야, 미가 등의 선지자들을 통해 예언된 오실 메시아에 관해(창 3:15; 사 18:18-22; 미 5:2)알고 있었음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빌립은 사고력과 판단력에 있어서도 동료 제자들을 능가했다. 예수께서 오병이어의 기적을 베푸실 때 빌립과 나눈 대화를 통해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를 따라 산 위에 오른 무리들을 가르치시던 예수님이 빌립에게 “이 사람들을 먹일 빵을 어디서 구할 수 있겠느냐?” 물으시자 그는 서슴없이 “한 사람에게 조금씩 나누어준다 해도 이백 데나리온(그 당시 한 남자의 8개월 품삯)어치를 사도 부족할 것입니다.”라 대답한다. 


장정만도 오천 명에 달했으니 여자와 아이들까지 합하면 이만에 가까운 군중들을 먹일 빵을 사려면 그만한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순식간에 계산해 낸 것이다. 


그런데 그런 돈도 없었거니와 그 많은 빵을 살 곳도 그 근처에 없었다. 따라서 빌립은 그들과 함께 있는 큰 무리를 먹일 빵을 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결론을 예수님께 말씀드린 것이다.


지적인 면에서는 빌립보다 조금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안드레는 예수께서 하시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러기에 안드레는 무리 중에서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를 찾아내 예수님께 데리고 왔고, 예수께서는 그 아이의 보리떡과 물고기로 오병이어의 놀라운 기적을 행하셨던 것이다. 


빌립은 예수님의 제자가 된 후 예수께서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되게 하는 것을(요 2:1-11) 보았고, 직접 가시지도 않고 먼 거리에서 죽어가는 왕의 신하의 아들을 살리시는 기적을 행하시는 것도 목격했다(요 4:46-54). 그런데도 빌립은 예수님의 권능을 믿지 못하고 그의 지식에 의한 판단을 했던 것이다. 


빌립은 하나님의 생각과 인간의 생각은 다르며(사 55:8), 하나님의 약하심이 인간의 강함보다 강하다는 진리를 몰랐던 것이다(고전 1:25).


빌립은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리실 때까지도 그가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만백성을 구원하기 위해 인간의 형상으로 세상에 오신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기에 그는 예수님을 만나 뵙기 원하는 그리스 사람들을 주께 데려오기를 꺼렸다. 예수님이 이방인들을 만나실 것이란 확신이 그에겐 없었던 것이다. 


빌립이 이 같은 인간적인 모습을 다시 한 번 들어낸 것은 예수님이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가지셨던 날이었다. 그날 만찬을 끝내신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그가 먼저 가서 제자들의 처소를 마련하겠다고 하시며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다.”(요 14:6)고 말씀하신다. 


그러자 빌립이 “주여, 아버지를 우리에게 보여 주십시오.”(요 14:8)라 아뢴다. 예수님은 슬픈 얼굴로 빌립을 바라보시며 “빌립아, 너는 아직도 나를 알지 못하느냐?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보았거늘 어찌하여 아버지를 보이라 하느냐?” 물으신다. 그때까지도 그가 누구인지를 모르는 빌립을 향한 책망이셨다.


빌립은 3년이나 예수님과 함께 지내며 예수께서 들려주시는 진리의 말씀을 들었고, 그가 행하시는 숱한 권능들을 지켜보았지만 주님이 십자가에 오르실 때까지도 그의 지식과 논리에 의존하는 신앙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예수님이 부활하셔서 승천하신 후 빌립은 기도의 사람으로 변했다(행 1:13-14).


오순절 성령강림 후에는 다른 사도들과 더불어 초대교회를 지키고 부흥시키는 하나님의 충실한 일꾼이 되었다(행 2:43-47). 그렇다면 빌립이 구체적으로 초대교회에 기여한 바는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사도 빌립이 사도행전에 등장하는 집사 빌립(행 6:1-6)과, 전도자 빌립(행 8:4-40, 21:7-14)이 동일 인물인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도행전에 나오는 세 빌립이 동일 인물이라는 정확한 근거는 찾을 수 없다. 하지만 Eusebius, Polycarp, Irenaeus, Polyerates, Tertullian 같은 초대교회의 교부들을 세 빌립이 같은 사람이라 생각한다(C. Bernard Ruffin: The Twelve, P 105). 


그들이 그렇게 믿는 까닭은 사도들이 일곱 집사들을 택할 때 집사들이 효과적으로 그들의 역할을 감당하게 하기 위하여 사도 빌립을 의도적으로 포함시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집사 빌립의 행적을 살펴보면 그가 집사로서보다는 사도의 역할을 담당한 면이 많다. 


스데반이 순교한 후 기독교에 대한 박해가 심해지자 사도들을 제외한 많은 성도들이 예루살렘을 떠나 사방으로 흩어지게 된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이 같은 현상은 예루살렘에서 시작하여 유대와 사마리아를 거쳐 땅 끝까지 복음을 증거하라는 하나님의 뜻이 실현되는 과정이라는 사실이다(행 1:8).


이때 예루살렘을 벗어나 사마리아로 간 빌립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함과 동시에 숱한 불치의 병자들을 고쳐주는 기적을 행한다. 이때 그 지역에서 마술을 행해 사람들을 현혹시키던 마술사 시몬도 빌립의 전도로 그리스도를 믿고 세례를 받는다(행 8:9-13).


그러나 시몬은 그 곳에 온 베드로와 요한이 기도하면 사람들에게 성령이 임하는 것을 보고 두 사도에게 돈을 주며 그에게도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을 달라고 하다 베드로에게 크게 책망 받는다(행 8:14-24).


빌립은 성령님의 지시에 따라 사마리아에서 가사로 가서 예루살렘에서 예배하고 돌아가는 에디오피아 여왕 간다게의 재무장관에게 이사야가 예언한 메시아에 관한 성경을 풀이해 주고 그에게 세례를 베푼다. 


빌립은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을 때 이미 구약에 관한 지식이 풍부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간다게의 재무장관에게 성경을 가르치고 세례를 준 전도자 빌립과 사도 빌립이 동일 인물일 가능성은 높아지는 것이다.


20여 년 후 빌립은 많은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사도 바울을 가이사랴에서 만나게 된다(행 21:1-6). 그 후 빌립은 그리스와 소아시아의 헤에라풀리스를 중심으로 선교하여 수많은 이방인들과 그 지역 각처에 흩어져 살고 있던 유대인을 하나님께로 인도하다 주후 90년경 로마 황제 도미탄이 기독교를 무자비하게 탄압할 때 87세에 순교했다고 한다. 


그는 베드로처럼 거꾸로 십자가에 달려 죽어가면서 “세상의 모든 악한 세력들과 싸우며, 모진 핍박을 이겨내다 지금 가오니 의의 빛을 비추어 주시고 영광의 옷을 입혀주시옵소서.”라 기도했다고 한다(C. Bernard Ruffin, P 110).


어떤 의미에선 사도 빌립은 세상과 하나님을 겸하여 섬기려 했는지도 모른다. 예수님을 수행하면서도 자기 지식에 의존하며, 자기 생각의 틀에서 헤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예수께서 부활하여 승천하신 후 성령의 능력으로 변화되어 죽도록 충성한 사도가 되었다. 사도 빌립의 생애를 보며 인간의 지혜와 능력만으로는 결코 하나님의 충성된 일꾼이 될 수 없다는 귀한 진리를 깨달아야 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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