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ekim
(목사)
성경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진지한 사색과 탐구를 통해 완성한 대하 성경해설서 <성경에 나타난 전쟁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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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잔이 넘치나이다
daekim

 

어느새 지난 열두 달을 뒤돌아 볼 수밖에 없는 12월이다. 고개 돌려 돌아보니 가버린 일 년이란 세월 동안 이룬 것은 별로 보이지 않고, 속절없이 한 해를 흘려 보낸 후회와 안타까움만이 몰려온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수시로 암송하던 시편 23편이 떠오르면서 지금까지 날 인도해주신 하나님을 향한 감사한 마음이 솟구쳐 오름을 억제하기 힘들다.

시편 23편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평안과 기쁨을 안겨주는 성경말씀도 찾아보기 힘들다. 주일학교 학생으로부터 백발의 노인에 이르기까지 이 시편을 모르는 교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로 시작되는 이 시편은 시대와 민족을 초월하여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말씀일 뿐만 아니라 결혼예식에서는 물론 장례식에서도 본문으로 사용되는 귀한 말씀이기도 하다.

이처럼 이 23편이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평안을 줄 수 있는 까닭은 그 속에 하나님께서 그의 양인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보살피시는 가를 너무도 상세하고 선명하게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6절로 구성된 이 짧은 시편 속에는 다윗의 생애가 압축되어 있기도 한다. 1절과 2절에서 다윗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아 그가 얼마나 보람되고, 안전하고, 행복한 인생길을 걸을 수 있었나를 들려주고 있다. 3절에서 다윗은 하나님의 세상의 모든 위험으로부터 그를 지켜주셨을 뿐만 아니라 그로 하여금 옳고 정의로운 길만을 걷게 해주셔서 그의 영혼이 만족한 가운에 하나님의 백성들을 돌보며 살 수 있었다고 말해주고 있다.

4절로 들어서면 다윗은 사울에게 좆기며 또 그가 치른 수많은 전쟁에서 하나님이 그를 위해 싸워주셨기에 그는 “사망의 골짜기”들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하나님의 능력의 지팡이와 막대기의 보호를 받으며 그가 죽음의 계곡을 벗어나면 하나님께서는 그의 모든 원수들이 보는 앞에서 그를 위해 잔치를 베풀어 주셨다. 이 같은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와 사랑에 감격한 다윗은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잔치를 베푸시고, 나를 귀한 손님으로 맞아주시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라 기도한 후 그를 향한 인자하심과 진실하심이 영원하신 하나님의 집에 영원토록 거할 것을 다짐하는 다윗의 결단이 기록된 6절의 말씀으로 시편 23편은 끝을 맺는다.

다윗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나 또한 숱한 위험과 고통과 슬픔과 아픔이 깔려있는 인생길을 걸어야 했다. 만일 하나님께서 나의 곁에서 함께 걷지 않으셨다면 난 결코 그 좁고 험하고 위험한 삶의 여정을 계속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나님은 내가 위태로운 인생의 고비를 맞을 때마다 지켜주셨으며, 내가 캄캄한 어둠 속에서 갈 곳 몰라 헤맬 때 빛을 비추어 갈 길을 보여주셨을 뿐 아니라 힘들고 지쳐서 쓰러져 일어날 수 없을 때는 날 안아 일으켜 주셨다.

하나님은 내게 필요한 모든 것들을 공급해 주시며, 모든 공포와 두려움으로부터 지켜주셨음은 물론 나의 간구에 귀 기울이셔서 나의 의지와 인내로는 감당할 수 없는 온갖 근심과 걱정으로부터도 날 해방시켜 주셨다. 나만큼 기도의 응답을 많이 받은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하나님은 내가 간구한 대로 때로는 원하는 이상의 것들까지 허락해 주셨다.

그렇다고 내가 드린 모든 기도가 빠짐없이 다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응답되지 않은 기도가 더 많았지만 하나님께서는 들어주지 않으심으로 나의 간구를 들어주셨다고 난 믿고 있다.

조국을 떠나 이역 땅 캐나다로 삶의 터전을 옮긴 후에도 내 앞에 놓인 인생행로는 험난하기만 했다. 그러나 타향을 고향 삼아 지낸 날들을 회상해보면 하나님은 내가 이 땅에서 지낸 51년이란 세월의 순간순간을 나를 시련과 역경을 통해 훈련시키며 이곳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셨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2022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하는 이때 지나간 열두 달을 뒤돌아보며 금년도 허송세월을 했다는 허탈한 마음에 잠겨있는 내게 문득 생각난 것이 시편 23편이었고, 거기 나타난 다윗의 생애를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와 자비를 가슴 속에 느끼며, 가버린 한 해도 하나님께서 부족한 날 그의 뜻에 따라 사용하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하나님께서는 내가 지금 이곳에서 할 수 있고, 또 반드시 해야 할 애국지사기념사업이란 사명을 맡겨주셨고, 그것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함께 해주셨다. 애국지사기념사업회가 출범했을 때 적지 않은 동포들이 남의 나라에 와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노라 안간힘을 다하는 이민자들이 그런 일까지 할 여력이 있겠으며, 또 그럴 필요가 있겠느냐며 기념사업회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역 땅에 살기 때문에 애국지사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일은 더욱 필요하다고 믿는 동포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부인할 이들은 없을 줄 안다.

지난 9월 22일 토론토를 방문하신 윤석열 대통령님이 마련하신 동포간담회에서 대통령에게 질의와 건의를 할 두 단체 중 하나로 애국지사기념사업회가 선정되었다는 사실이 이것을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믿는다.

우리 사업회의 금년도 주요 사업계획들인 <애국지사들이 이야기.6> 발간, 애국지사들을 주제로 한 문예작품 공모, 광복절기념 행사 등도 모두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며 마무리 되었으니 보람되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윗은 왕이 되기 전에 그를 죽이려는 사울을 피해 온갖 위험과 수모를 감수하며 여려 곳으로 피해 다녀야 했다. 왕위에 오른 후에도 그는 숱한 전쟁을 치르면서 죽을 지경에 처했던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다윗이 사망의 골짜기를 지날 때마다 능력의 손길로 그를 감싸주시며 그를 해하려는 적들을 물리쳐 주셨다. 그러고는 승리한 다윗 앞에 무릎 꿇은 원수들의 목전에서 그를 위한 잔치를 베풀어 주셨다. 이 사실을 다윗은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 주시고 기름을 내 머리에 바르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라 감사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부족하고 허물 많은 나 같은 사람까지도 홀로 버려두지 않으시고 함께 걸어주셨다. 금년 한 해 동안에도 여러 가지 어렵고 힘든 여건 속에서 지켜주시며 주어진 일들을 성실하게 해낼 수 있도록 지혜와 능력과 건강을 주심으로 나의 잔을 가들 채워주셨으니 저물어 가는 임인년의 끝자락에 서서 “하나님, 금년에도 내 잔이 넘쳐흐르게 채워주셨으니 감사와 찬송을 드립니다.”라 감사기도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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