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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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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의 분노”

 

새해 벽두부터 한국에서는 사고가 터져 지난해를 재연하는 것 같아 찜찜하다. 지난 10일 오전 9시 27분께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동의 한 10층짜리 아파트 1층 주차장에서 불이 났다. 악천후와 영하의 날씨에 소방관들의 고군분투로 다행히 불길은 잡았으나, 4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부상을 입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한모(여)씨와 안모(여)씨 등은 미쳐 빠져 나오지 못해 집안에서 질식하여 숨진 채로 발견됐다. 극적으로 구출된 남성도 병원으로 이송 중 숨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작년에도 여름부터 시름거리던 제2롯데 건물이 12월에 들어서서는 여기저기 균열이 생기더니 올 초에 와서는 지하주차장까지 바닥에도 균열이 생겼다. 롯데 관계자 말에 따르면, 어떤 콘크리트 구조라도 이 정도의 미세한 균열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한국건축시공학회장도 "구조체, 골조 위에 시멘트 시공을 하면 마감재 부분에는 언제나 건조•수축으로 인한 미세한 균열이 나타난다."면서 "구조체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보수만 하면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허나 그 말을 육하원칙(六何原則)만으로 믿기엔 허술한 구석이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건물이야 타일로 포장을 하면 되지만 물은 담수하는 것이라서 여간 견고하게 하지 않고는 물이 샐 수밖에 없다. 관련법을 손보면 된다지만, 저 큰 덩치를 손질해서 해결된다면 다행이겠지만, 임시 땜질식으로 봉합이 될 것 같아 노파심이 앞선다.


 지금으로부터 40여 년전인 1971년 12월 24일, 한순간에 112여 명의 인명을 앗아간 대연각 호텔 화재사건이 의정부시 아파트 화재와 너무 닮은 꼴이라 소게한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밤새 흥청거리던 나는 속쓰림과 시장기를 채우기 위해 새벽녘 회현동 골목을 기웃거리고 있을 때, 명동 뒤쪽 대연각 호텔에서 시커먼 화염과 동시에 불기둥이 치솟는 것을 목격하였다. 불길은 삽시간에 희뿌연 연기를 뿜으며 옥상으로 번졌다. 


 졸지에 화재를 만난 투숙객들은 창문마다 손을 허우적거리며 살려 달라 필사의 손짓을 했다. 생사의 처절한 손짓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점점 불길이 심해지자 극도로 불안을 느낀 투숙객들은 매트레스 하나만 달랑 껴안고 15~20층에서 낙하를 하지만 생존자는 하나도 없었다. 꽁꽁 얼어붙은 시멘트 바닥에 퍽퍽 떨어지는 인체는 금방 시체로 변하였고, 선열이 낭자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몸서리를 치게 했다. 


 2층에서 불이 난 호텔은 비상구도 없는 건물에 엘리베이터도 정전상태여서 더 인명피해가 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요즘과 같이 시설이 잘 되었으면 이렇게 큰 참사가 났겠을까만 당시는 호텔뿐만 아니라 거의가 낡은 빌딩들이라 이런 화재들은 다반사로 일어났다.

 

 그때 그 충격으로 나는 여러날 밤을 악몽으로 시달렸고, 그 앞을 지날 때마다 구천을 떠도는 영혼들의 엄습하는 섬뜩함에, 하루 속히 저승으로 입문하라고 습관적으로 명복을 빌곤 했다.


 당시 군사정권은 무지막지했다. 건설적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을 탄 오합지졸들이었다. 자주국방이라는 명제 아래 총칼이나 흔들던 군인들이 정치를 한답시고 발에도 익숙하지 않은 신사화를 신고 나와 조국이요! 민족이요! 외쳐대며 저들만이 애국자인 체, 군화는 팽개치고 막상 정치 일선에 나서고 보니 건설에는 문외한이고 탁상공론에만 의지하다가 결국 신촌 와우아파트(당시 김현옥 서울시장) 사건에 이어 대구 지하철 참사, 잠수교 붕괴사고 등 여러 크고 작은 사고들이 연일 신문 지상에 오르내렸다.


 예전의 건설업계 속성은 발주자와 수주자가 계약과정에서 반드시 이권이 묻어나는 병폐가 있다. 예컨대 100억 짜리 공사를 따려면 고급관리가 30% 떼어 먹고, 하급관리가 20% 챙기고 하다못해 말단 경찰까지 거웃어려 차, 포 떼고 나면 50% 밖에 안남는다. 그 안에서도 업주, 소장, 감독이 챙기다 보면 30% 공사가 되는데, 그렇게 지은 건물은 하느님이 밭쳐준다 해도 지탱하기가 힘들 것이다. 


 한국은 이제는 제 12권에 든 경제 대국이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으면 선진국 국민답게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하겠다. 언제까지 이권만 챙기려 철저한 감리를 무시한 채 금품으로 쓱싹하려 드는가? 더욱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화마에 수마까지 겹쳐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차후 일벌백계를 안 당하려면 롯데측은 전문가들과 심도 있게 논의해 유비무환의 만전을 기하여야 하겠다. 

 

201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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