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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사를 읽다가(3)-흥미로운 50, 60년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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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를 읽고 있는데, 도중 흥미로운 50년, 60년대 이야기가 있어 소개한다.


 
 이야기1


 며칠 전 지인과 갤러리아 슈퍼마켓 식당에서 ‘부대찌개’를 먹었는데, 찌그러진 양재기에 나온 음식 모양이 50년대 후반, 미군부대 근처, 천막식당에서 먹던 꿀꿀이 죽을 생각나게 했다. 가난하던 시절, 햄, 소시지 때로는 베이컨 조각이 들어간 잡탕찌개였는데, 당시로는 맛이 최고였다.
다음은 소설가 안정효씨 이야기인데, 꿀꿀이죽의 탄생신화를 알려주는 글인가 한다.


 ''아버지는 미군기지에서 목수로 일 하셨고…, 어머니는 부근 삼거리 교차로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셨다. 나는 날마다 집에서 좀 떨어진 쓰레기장으로 가곤 했다. 왜냐하면 내가 쓰레기더미 속에서 고기조각을 발견하는 날이면 가족이 고깃국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운이 좋아, 오렌지나, 초콜릿 조각, 젤리 사탕도 주울 수 있었다. 어느 날, 아직도 살이 많이 붙어있는 닭다리 한 무더기를 발견했다. 어머니는 닭 뼈와 닭다리에 보리를 넣고, 귀한 쌀도 약간 보태어 맛있는 국을 끓이셨다.


이렇게 많은 닭다리를 어디서 발견했느냐고 아버지가 물으셨다. 나는 사실대로 대답했다. 그날 저녁 아버지는 부엌에서 양동이를 꺼내오더니, 내게 쓰레기장 가는 길을 알려달라 하셨다”

 

 이야기2


 한일 국교정상화를 하고, 60년대 후반 일본인들이 한국을 찾기 시작했다. 다음은 당시 어느 일본 영화감독, 오오시마 나기사가 몇 달간 한국을 돌아보고 쓴 글이다.


 ''내가 만난 많은 사람들이 자기네 나라가 일본과 조화로운 관계를 발전시켜 주었으면 하는 진지한 욕망을 표현했다. 남한의 작은 어촌을 방문했을 때, 내가 20년 만에 처음 만난 일본인이라 하면서, 나를 보자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었다. 내가 그 사람에게 증오심을 느끼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증오와 비애를 느끼지만, 한편 향수도 느낀다고 대답하였다. (중략)


나는 그와 같은 사람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지만, 아이들의 경우는 느낌이 좀 달랐다. 나는 마산에서 부산으로 가는 차간에서, 내게 기대어 잠든, 내 옆자리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내가 일본인이라는 것을 알 턱이 없었을 테고…, 그의 따스한 숨결을 느끼며, 나는 생각했다. 이렇게 가까운 두 국민이 진지한 우호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날이 올 건가? 이 아이와 내 아들이 자라, 서로 죽이려 하기보다 서로 도울 수 있을까?''

 

 이야기3


꼭, 정확하다 할 수는 없지만 우리 보통사람들이 가끔씩 눈살 찌프리던 이야기가 있어 소개한다. 
50년대 대다수 국회의원들의 일상은 다음과 같았다 한다.


''국회의원이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하는 동안, 그의 운전사는 전쟁 잉여물자인 검은색 지프차의 시동을 걸고, 차 지붕의 먼지를 털고, 의자에 덥힌 하얀 시트를 반듯하게 펴놓는다.


그들은 곧 진지한 잡담을 좀 나누기 위해, 차를 타고 부근 다방으로 향하는데, 여러 시중 꾼들이 머리를 조아리는 가운데 먼지를 일으키며 출발한다. 한 두 시간 차를 마시며 주요 소문을 들은 후, 국회의사당을 향해 출발하지만, 다른 곳이 아니라 당 동료들이 집권당의 터무니 없는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농성을 벌이는 당 대변인 사무실로 가는 것이다.


기자들한테 짧은 논평을 하고 참모진이 대기하는 가운데 자기 사무실로 어슬렁 어슬렁 들어가, 굽실거리며 아부하는 집단에게 약간의 자선을 베풀고 사무를 좀 보고 나면, 동료들과 함께 다소 은밀한 일식집에서 점심식사를 할 시간이 된다.


거기서 기생들이, 나리의 주둥이가 나불대지 않는 드문 순간을 포착해, 젓가락으로 회를 집어 나리의 입안에 떨어뜨린다.


오후3시경, 측근들과 함께 차를 몰고, 입법부에 들어가서 아침나절의 일상을 되풀이한다. 그러나 태양은 이내 산 너머로 기울고, 이제 불고기와 소주, 그리고 환대하는 기생들을 찾아, 축제의 거리 명동으로 향할 시간이 된다. 


아니면 미 대사관에서 파티가 있을 수 있는데, 운전사가 나리의 ‘일시적 아내’를 물색하러 가고는 한다. 촌스런 마누라와는 달리 영어도 잘하고 외교관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ㅇㅇ여자대학의 아리따운 여대생을 물색하는 것이다.''
이런 장면은 신랄한 풍자처럼 들릴지 몰라도, 내가 이 경우를 한 두 번 목격한 것도 아니다(현대사 저자)

 

 이야기 4 - 다소 먹먹한 이야기


대령들의 작전개시는 61년 5월16일 자정. 국무총리 장면은 미 대사관 건너편 반도호텔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새벽 2시, 그는 쿠데타 소식을 듣고 서울 카르멜 수녀원으로 도망쳤다. 


새벽 3시, 육군총장이 미 사령관에게 미군을 동원하여 이를 진압해 달라고 요청하나 거절당하고, 총리는 아침에 미 대사관에 전화, 몸은 여전히 숨긴 채 매그루더 사령관이 상황을 장악하기를 요구한다.


다음날도 총리는 여전히 몸을 숨기고(그는 3일만에 수녀원을 나와, 내각 총 사퇴를 발표. 66년 지병으로 사망(68세)한다.

 

 결론적으로 역사는 반복한다. 역사의 음미가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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