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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의 노래(2)
chojungdae

 

낙엽의 노래(2)

 

 

 

너무 슬퍼하지 마라
외로워 하다가 끝내는
혼자 되는 것이 사람이다.

 

짙푸른 파도로 일렁이던
신록(新綠)들이
낙엽 되어 흘러내리는 모습을
산수유나무 가지 끝에서
늦가을 나비 한 마리가 앉아
옆 눈짓으로 보고 있다.

 

삶이란 본래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는 것.
쏴아쏴아 불어대는 산바람에
흩날리는 낙엽들이
시방,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말 없이 흘러만 가는 
비장한 세월의 아픔이다.

 

언젠가는 모두가 
떨어져 흩어져야 하는 것들.
한 점의 수분까지도 다 말리고
가벼운 몸짓으로 
마지막 떨어질 때
그 때의 모습이 밉지 않고 
조금은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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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무릎까지 빠지는 산길을 걷는 재미는 걸어 본 사람만이 안다.


일부러 발을 슬슬 끌어가면서 쌓인 낙엽을 발길로 차면서 걸어가는 낭만 가득 찬 재미를 누가 알랴.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낙엽이 시나브로 떨어져 쌓이고 있다. 마지막까지 버티며 붙어 있던 잎새들까지 산바람에 몸을 맡기고 눈처럼 사방으로 흩어져 내린다.


이럴 때면 일찍이 죽은 누이를 위해 재를 올리면서 지어 불렀다는 월명사(月明師)가 지은 신라의 향가 ‘제망매가(齋亡妹歌)’ 생각이 난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은/ 여기 있음 매 두려워지고/  “나는 간다”는 말도/ 못 다 이르고 갑니까? /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저기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한 가지에 태어나서도/ 가는 곳을 모르는가? / 아! 미타찰에서 만날 나는/ 도 닦아 기다리란다.>


월명사는 피리를 잘 불어 한번은 달 밝은 밤에 그가 사왕천사 문 앞 큰길에서 피리를 불며 지나가는데 그 소리에 달님이 운행을 멈출 정도였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 거대한 지구라는 이름의 나무에 제각기 다른 모양의 잎사귀로 붙어서 짧은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언젠가는 낙엽처럼 이 지상에서 떨어져 나가 혼자가 되어야 할 존재들이다.


언젠가 그날이 다가와 낙엽이 되어 떨어질 때는 아무쪼록 몸이 가벼워야 할 테니, 한 점의 수분 까지도 다 말리고 가벼운 몸짓으로 춤추듯 떨어질 준비를 부지런히 할 일이다.


그리고 우리의 하강을 받아주실 한없이 크고 부드러우신 자비의 손길이 있음을 믿고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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