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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 트레일을 걸어 마추피추(Machupicchu)까지(7)
chojungdae

 

 

 

잊지 못할 추억의 밤

 

 

마추피추를 마주보고 있는 산 정상에 꽂힌 초대형 쿠스코 국기를 만원경을 통해 내려다 볼 수 있는 Phuypamarka(3678m) 정상에서 마지막 점심식사를 하고 떠나 마지막 캠프장인 Winay Wayna(2700m)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내려오는 길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배낭을 벗어야만 겨우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바위동굴을 두 개나 지나야 했고, 급하게 내려가는 돌계단의 연속이라 위험한 곳들도 많았지만, 멀리 산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우르밤바 강을 어우르고 있는 거대한 정글계곡의 경치는 정말 특별했다.


샤워장이 있다는 말에 큰 기대를 하고 캠프장에 도착해 보니, 지난 이틀간 묵은 곳들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지 않는가?

 

 


가이드에게 물어 나중에 안 일이지만, 우리같이 3박4일 동안 잉카 트레일을 처음부터 걸어온 사람들과는 달리, 1박 2일 코스가 따로 있어 기차를 타고 온 사람들이 이곳 캠프장까지 걸어 올라와 하룻밤을 자고 새벽에 마추피추의 해 뜨는 절경을 보려 내려갈 사람들이 이곳에서 함께 묵는다고 했다.


오늘은 우리들의 산행을 도운 포터들과 보내는 마지막 밤이다. 특별히 잘 차려진 저녁 만찬(?)을 끝내고 우리들 일행 44명은 텐트 밖 마당으로 나와 달빛, 별빛 아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감사하고 서로가 서로의 행운을 빌어주는,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할 특별한 ‘작별의 시간’을 가졌다.


돌아가면서 자신의 이름과 나이를 소개하고 간단한 인사말을 곁들이기도 하면서 일일이 서로의 손을 잡고 행운을 빌어 주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얼마의 팁을 나누어 주고 또 준비해간 옷가지들도 고루 나누어 주었다.


그지없이 순박하고 착하기만 한 그 사람들이 한없이 가엽게 느껴졌다.

 

이튿날 새벽, 5시에 문을 여는 선 게이트로 들어가는 체크 포인트에 도착해야 마추피추를 향해 뜨는 첫 해돋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각 팀마다 서로 먼저 출발하려고 온 캠핑장이 야단법석이었다.


각자 준비해간 손전등으로 칠흑같이 어두운 돌계단 산길을 비추면서 빠른 걸음으로 달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새벽 산길이 풍기는 특유한 내음이 잠을 깨우면서 길을 열어주고 있었다.


한참 내려가다 보니, 점차 밝아오는 하늘을 배경으로 톱니 모양으로 이어진 산들의 능선이 그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었다.


예정시간에 체크 포인트를 통과하여 6시 20분에 우리 일행은 ‘선 게이트’에 도착했다.


선 게이트에 오르기 직전에 있는 50도 급경사 돌계단을 네 발로 기어서 간신히 올라서니 때맞추어 동쪽 산 정상에서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고 있지 않는가? 


반대편 산 저 아래로 내려다보니 세계 8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인 ‘공중도시’ 마추피추가 금방 떠오른 첫 햇살을 받으면서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아. 저것이구나! 드디어 우리가 해냈구나! 감격, 감격의 순간이었다. 


주위의 산들은 푸른빛 아침 안개로 아득했고, 방금 ‘선 게이트’를 통과한 햇살은 마추피추 중앙에 자리잡은 태양신전에 당도하여 퓨마의 그림자를 만들어 내겠구나 싶었다.


아주 조용히, 그 신비로운 광경을 침묵으로 지켜보고 있던 우리 일행을 포함한 모든 이들은 잠시 후 정신들을 차리고 일제히 환호를 지르면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1911년 7월 24일 미국의 역사학자 히렘 빙엄(Hirem Binghm)에 의하여 이 신비로운 유적이 발견되었다고 역사에 기록되어 있지만, 실제의 마추피추는 그에게 발견되기 그 이전부터 오랜 세월 동안 슬픈 역사를 되씹으면서 그곳에서 외로운 잉카 전성기의 흔적들을 안고 그렇게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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