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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들이여! 오늘 하루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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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프라이즈 광고라는 제목의 동영상, 몰래 카메라로 실제 상황으로 제작되었다는 그 광고를 보며 대한민국에서 아버지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 의미를 되짚어보았다.


 OECD 국가 중 연간 업무량 2위(2011년 기준), 바쁘고 피곤한 아빠들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특진의 기회, 2014년 5월 31일 오후 4시 현재, 안내 문자를 받은 사원들은 모이라는 안내방송들 듣고 모인 대회의실에서 인적성 검사가 시작된다. ‘나는 우리 팀의 목표나 업무추진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 참여한다. 회사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입니까?...’류의 질문을 거쳐 파트 2, ‘자녀의 키, 몸무게를 적어 보세요. 자녀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나 그룹은 누구입니까? 자녀가 아빠와 함께 한 가장 좋아했던 여행 장소는 어디입니까?…’라는 질문에는 모두들 시쳇말로 대략난감이다. 난다 긴다 하는 그들도 누구나 잘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는 자잘한 내용들, 자잘한 그 내용들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고 살았다. 


 회사에서 제시하는 요구와 추구하는 목표달성에 매진하기 위하여, 조직에서 이탈되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고, 노동을 바쳐야 하고, 연속되는 긴장상태, 결국 밤 역시 낮 근무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비록 잠을 잔다고 해도 충분치 않고, 쳐진 육신에 팽팽한 정신을 담고 피 튀기는 경쟁 속에서 견뎌내야 하므로 가정의 일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미쳐 신경을 쓸 여지가 없다. 관심이나 사랑이 없어서가 아니라 상황이 그렇게 내몰고 있다. 


 염려와 투정 섞인 아이들의 영상편지에 이어 아버지의 사무실을 방문한 깜짝쇼, 말하자면 오늘 하루만큼은 이 차장이 아니라 이지은의 아빠로 있어 달라는 메시지다. 다들 수긍하는 내용이어서 광고로서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는 것은 여전히 수월치 않으리라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생각을 했다. 

 

 그런가 하면, 같은 시기(2014년 6월 21일)에 미국의 소녀 캐티는 아빠가 다니는 구글(Google) 회사에 손편지를 보낸 것이 소셜 네트워크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아빠는 항상 토요일만 집에서 쉬는데, 다가오는 7월의 첫 번째 수요일인 아빠의 생일엔 집에서 함께 보낼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더불어 ‘참고로, 알다시피 휴가를 많이 가는 여름’이라고 서툰 글씨지만 침을 놓기도 했다. 이에 감동(?)된 구글의 인사담당자는, 하루가 아니라 7월 첫 번째 주 전부를 휴가로 주겠다는 답장을 보냈다. 더불어 ‘아빠는 세상의 많은 사람들을 위해 구글에서 훌륭한 디자인 일을 잘하고 있다’며 어린 딸에게 아빠에 대한 긍지를 심어주기도 했다. 그러잖아도 직원들의 복리 후생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구글은 이번 일로 더욱 회사의 이미지 개선이 된 셈이다. 


 가정은 사회의 기초단위이며 작은 회사이자 사회다. 아빠는 그 작은 회사를 이끌고 가는 파수꾼이며 동시에 구성원이다. 물론 아빠 혼자서 그 조직을 이끌고 가는 것은 아니다. 역할이 아빠와 버금가는 엄마도 있다. 그렇다고 그 사회가 엄마아빠만으로 굴러가는 것은 아니다. 자식들이 있다. 아직 가시적인 경제력은 없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생산적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중요한 구성원이다. 구성원들이 다 같이 만족해야 좋은 사회, 즉 좋은 가정이다. 


 가정이 튼실해야 그 힘이 사회와 국가로 뻗어가서 행복한 사회, 살기 좋은 나라가 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일 년 삼백육십오일 내내 수고로운 부모님들을 위해서 단 하루일망정 어머니날 혹은 아버지날이라는 이름을 붙여 그 의미를 새기게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든 우리나라든, 세계 어디든 총대를 멘 아버지에게 현실은 여전히 힘 든다. 


 얼마 전에 어머니날과 어버이날을 보냈지만, 그랬다고 해서 모든 부모님들이 행복했을까. 그것으로 일 년 내내 행복할 수 있을까. 절 받기도 힘 든다고, 그 하루가 오히려 더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다. 어쩌면 그 하루마저도 모든 일로부터, 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을 어머니 아버지가 많았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경제문제를 비롯한 가정의 크고 작은 문제로 결코 즐거울 수 없는 어머니 아버지, 그런 가정도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항상 어두운 곳에 있듯, 잘 사는 가정과 잘 나가는 가족들보다는 환경이 불편한 어려운 가정과 가족에게 눈 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잘 사는 가정의 즐거워하는 모습이 그들에겐 상대적인 박탈감과 결핍감을 안겨주는 아픔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잘 사는 가정이라고 해서 행복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가정마다 뭔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있기 마련이다. 다소 경제적으로 넉넉치 못하더라도 가족 간에 흐르는 정서가 서로 믿고 의지하며 보듬는 따뜻함과 신념으로 꽉 짜여있으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비록 경제문제가 아닌 관계의 문제라고 해도 서로 보듬고 의지하며 신뢰를 가지고 뭉쳐서 마음을 합한다면 해결이 될 것이다. 그것이 곧 힐링이고, 가정은 힐링 센터여야 한다.


 행복은 가정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회사로 이어지고 사회로 이어지고 국가로 이어진다. 결국 가정의 행복은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무겁고 느리다. 이렇게 다 아는 소리를 하는 것조차도 무엇인가가 쉽게 변화되고 좋아지리라는 기대를 해서가 아니다. 천천히, 한 걸음씩이라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한 쪽일 뿐이다. 


 가정과 회사를 오가는 셔틀 인생이라고, 복잡 미묘한 기계의 한 부품인생이라고, 흔쾌히 받아들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사뭇 거부할 수도 없는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조직에 끼어있는 작은 톱니 하나에 불과한 보잘 것 없는 인생이라고 절망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작은 톱니 하나가 망가지면 기계 전체가 무너지고, 부품 한 개 한 개가 공장의 원동력이며, 큰 조직과 작은 조직 사이를 오가며 행복을 나르는 셔틀인 바로 당신, 아버지들이여! 우리 모두 빛나는 아버지들의 삶에 박수를 보낸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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