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온타리오 호수의 깊이와 넓이-정태인(주토론토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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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 총영사

 


 
 지구상에서 강대국으로 부상했던 국가의 공통점이 있다. 다민족•다문화 사회가 운명이었다. 지중해를 통일한 로마 제국과 시차를 두고 뒤를 이은 오토만 제국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시아에서는 몽골 제국과 중국을 꼽을 수 있고, 현대에 이르러 영국을 승계한 미국과 구소련도 마찬가지였다. 


 최근에는 캐나다가 강대국의 흥망성쇠에서 얻은 교훈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발견한다. 미국과 북미 대륙을 공유하는 캐나다는 미국과 유사한 운명으로 출발했지만, 언제부턴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새로운 길로 접어든 후, 200여 년이 지나면서 격차가 현저해졌다. 이제는 몸집도 키우고 목소리도 키우려는 모습을 보인다. 


 영국계가 주류인 캐나다는 최초의 정착이주민인 프랑스계를 포용하고,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채택했다. 영국계의 정착과정에서 원주민에게 저지른 잔혹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포용하기 시작했다. 세계를 향해 이주의 문호를 열었다. 유럽의 영국계, 프랑스계, 이탈리아계 등 이민자들이 캐나다에 정착해 명실상부한 시민이 됐다. 


 중국계와 인도계 이민자는 각각 200만에 육박한다. 필리핀계, 파키스탄계, 이란계가 뒤를 따르고 있다. 이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이주민의 다양한 문화를 장려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지구상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면적이 넓고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캐나다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필요한 인력을 이민 형태로 받아들인다. 조만간 전체 인구가 4000만 명에 도달할 것이다. 내수 시장의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협력 대상의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다민족•다문화 전략을 바탕으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강화해 가고 있다. 미국 일변도에서 탈피하기 위해 아시아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내륙의 석유와 가스는 태평양 출구를 찾고 있다. 한국에 이어 중국과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하고, 환태평양 국가의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했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즈음해 우주산업에 눈을 돌리고, AI(인공지능)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다.


 캐나다는 국제사회에서도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및 UN 평화유지활동(PKO)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파리 기후변화협약의 선도국가 역할을 하고자 한다. 북한 핵문제는 캐나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한반도 평화정착에 기여코자 지난 1월에는 밴쿠버에서 북핵 논의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올해도 주요 7개국(G7) 의장국으로서, 4월 토론토 외교안보장관 회의 및 6월 샤를브와 정상회의에서 북한 핵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뤘다. 북한과 외교관계를 갖고 있는 캐나다는 아직 세계적으로 주목을 못 받고 있지만, 그 이상의 역할을 수행할 잠재력이 있다.


 오래 전 만주와 중앙아시아, 인도 등에서 이주해 한반도에 정착한 한민족의 후손들이 조선 500년의 잠에서 깨어나 캐나다에도 와 있다. 


 24만의 후손들이 한인사회를 형성하면서 다민족•다문화 국가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민족의 후손들은 과거 부족연합의 일면을 보이는 캐나다에서 이민 1세대를 지나 2세대에 이르렀다. 


 연방의원 및 주의원과 주정부 장관을 배출했다. 캐나다의 행보와 운명을 결정하는 데 기여하는 날이 조만간 올 것이다. 석유•가스 등 풍부한 천연자원과 고부가가치 산업이 근간인 캐나다는 한국과 상호보완적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2015년 한•캐나다 FTA 발효 이후, 한국은 캐나다의 6대 교역대상국이 됐다. 한국의 삼성과 LG는 첨단분야에서 캐나다와 협력코자 토론토에 AI 센터를 열었다. 2만명이 넘는 유학생이 캐나다에서 공부하고 있다. 캐나다의 해외취업자 수용 능력은 아직도 여력이 크다. 


 캐나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단계에 이르면 캐나다의 가치는 더 커질 것이다. 캐나다가 강대국의 흥망성쇠에서 터득한 지혜를 실현하는 날이 오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기여는 당연히 커질 것으로 본다. 한국정부와 캐나다의 한인사회가 그날에 대비한 준비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2018년 11월 한국 외교부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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