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담보로 투자했는데 막막해요” “남편과 이혼할 상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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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채굴업체 투자 한인들 막대한 피해…450계정에 미화 500만불선

 

파일코인 채굴로 수익 보장한다며 투자자 모집…9월부터 출금·해지 안돼

한국의 피해자들은 집단소송 움직임…강남경찰서, 채굴업체 수사 착수

 



 캐나다의 한인들이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는 가상자산 채굴업체를 믿고 목돈을 맡겼다가 막대한 피해를 당했다.
 

 한국의 비트뱅크라는 업체는 올해 초 토론토지역 한인들에게 금액의 크기에 따라 월 3~7%의 고정수익을 제공한다고 홍보해 자금을 유치했다. 지난 8월 12일에는 한국의 대표들이 토론토를 방문해 쏜힐에 있는 S한식당에서 사업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비트뱅크는 한국과 카자흐스탄 등 해외에 채굴기를 두고 파일코인을 채굴해 수익을 창출한다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이 업체는 안정적인 수익 보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일부 투자자들은 초기에 소액으로 수익금 인출이 원활한 것을 확인한 후에야 안심하고 맡겼다. 그러나 목돈을 입금한 후 수개월 만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해 현재는 원금마저 전혀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토론토 김모씨와 비트뱅크 한국 본사 한XX 부사장과의 카톡 대화

 

 이 업체는 휴대폰 번호 1개당 계정 1개를 만들 수 있도록 설정하고, 기존 투자자가 신규 투자자를 가입시킬시 보너스를 주는 다단계 구조로 사업을 운영했다. 신규 투자자를 유치할 때마다 레벨이 올라가 수익을 추가로 챙길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올해 가을부터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발생했고, 이들이 계정을 해지하고 투자금을 회수하려 시도했지만 업체에서 몇 달간 차일피일 지급을 미뤄왔다.


 이런 방식으로 원금조차 찾지 못한 토론토 지역의 피해자만 450계정(미국 달러만 가능)에 미화 500만달러 정도다. 다단계 구조라 투자자들은 수익을 늘리기 위해 본인 밑으로 남편(아내)이나 아들(딸)의 계좌를 만들어 분산 투자한 경우가 많아 정확한 피해 가정 수를 파악하기 어렵다.


 토론토에서 요식업소를 하는 김모(여)씨는 비트뱅크 캐나다 대표라는 김XX로부터 올해 2월 투자제안을 받았다. 믿을만한 회사인지 확인하기 위해 해약 인출이 가능한가 테스트 한 후, 미화 6만달러(본인 2만+남편 2만+딸 2만)를 입금했다. 6개월 정도는 별문제가 없어 보였으나 지난 8월부터 인출 한도에 제한을 걸더니 9월 중순부터는 출금을 완전히 막았다. 


 김씨는 “비트뱅크를 창업한 한국의 오XX 사장과 한XX 부사장과의 카톡방이 있다. 원금을 돌려줄 마음이 있는지, 돌려줄 자금은 있는 건지 진솔한 답변을 부탁했다. 그랬더니 한XX 부사장이 ‘뱅크런 사태가 지속되고 파일코인 가격 또한 하락해 회사 채산성 악화로 출금은 죄송하다’고 올렸다”고 말했다.


 한국보다 캐나다에 개인당 고액투자들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유사수신행위, 다단계 사기 등이 많아 의심을 갖고 소액만 투자해보는 경우가 많으나 토론토 한인들은 얼굴을 마주하고 얘기하면 너무 쉽게 믿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백모(75.여)씨는 지난 10월 2일 비트뱅크 관계자에게 H한식당에서 현금으로 9만5,000달러를 선뜻 건넸다. 이날 곗돈 10만달러를 탔기 때문에 손에 목돈을 쥐고 있었다. 이에 앞서 9월에는 집을 담보로 마련한 돈 가운데 미화 2만달러를 또 다른 업체 관계자에게 현금으로 전달, 피해액이 12만 달러를 넘는다.


 백씨는 “나이가 많아 계좌를 만들고 입금하는 것을 잘 모른다. 그래서 현금으로 주고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일부는 집을 담보로 뺀 돈이었다. 수익금은 못 받아도 상관없으니 원금만이라도 돌려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김모(여)씨는 미화 12만 달러를 남편과 아들을 포함해 3계좌로 투자하고 6개월 만에 수익금 7만달러를 만들어 이중 6만달러 정도를 인출했다. 그러나 지난 7월말에 해지 신청한 남편과 아들 계좌의 8만5,000달러는 못 받고 있다. 이자 수익금도 계속 원금에 보태왔기 때문에 실제로 받아야 할 돈은 훨씬 늘어나 있는 상태다.


 임모(남)씨는 “세일즈 관계로 오랜 친분이 있는 손님이 권해서 거절하기 어려웠다. 한달 수익률 7%씩을 복리로 받게 되는 구조라 1년만 가지고 있으면 돈이 2배로 늘어난다. 그래서 피해자들이 유혹을 받게 되는 일종의 폰지 사기다”고 말했다.





▲한 피해자와 비트뱅크 본사 한XX 부사장과의 카톡 대화



 한 가정주부(34세)는 “가계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고 처음에 1만달러를 넣었고, 이후 추가로 투자해 총 4만달러를 물렸다. 수익금으로 쌓인 3,000달러를 빼본 게 전부다. 원금은 해약하기 전에는 인출할 수 없는 구조다. 남편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오모(여)씨는 “시장 일을 하며 힘들게 번 돈 3만5,000달러를 피해봤다. 올해 2월경에 아들, 딸, 사위의 계정까지 만들었다. 노후자금을 만들려고 했는데 너무 허무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경찰은 이 업체에 대해 투자금을 반환하지 않은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또한 한국의 피해자 200여명은 이 회사 대표를 유사수신행위, 사기 혐의 등으로 집단 고소할 움직임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개별적으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대표 오XX를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뱅크는 투자자들이 집단소송에 나서자, 지난달 9일 투자자 조합을 결성해 파일코인 채굴 하드웨어와 가상자산 등 회사 자산에 담보권을 설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또 본사 규모를 축소하고 회사 고정비를 절감하는 등 투자금 복구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토론토 피해자들은 “지난 8월 비트뱅크 한국 본사에 이미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이곳에서 사업설명회를 열어 투자자를 확대 모집했다”고 강조했다.


 올해 비트코인을 비롯한 전 세계 가상자산들이 폭락하면서 규제를 받지 않고 쉽게 만들 수 있었던 취약한 구조의 가상코인들로 인한 피해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 한인들은 코인으로 수익을 올리겠다고 투자금을 모으는 업체들에 의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가 요구된다.


 토론토 피해자들은 “더 이상 우리와 같은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환기시켰다. (김효태 기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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