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koo2013
구본석
(노스욕 로얄한의원 원장)
온타리오주 공인한의사, 세계중의학연합회 의사
647-965-9956 / [email protected]

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22 전체: 297,270 )
신경과에 관한 병(34) -건망증(1)
bskoo2013

 

   
 일시적으로 기억이 잘 되지 않는 현상

 

 

 

 건망증(健忘症.benign forgetfulness)은 의학용어라기 보다는 생활용어로 많이 쓰인다. 예를 들면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나면 건망증이 심해졌다라고 말한다. 노인들은 노화의 자연스런 경과로 나타나는 기억력 감퇴를 건망증이라고 표현하고, 청장년층에서도 중요한 약속을 잊어버리거나 물건을 잃어버리면 건망증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건망증은 단기기억 장애 또는 뇌의 일시적 검색능력 장애로 정의된다. 즉 뇌의 기질적인 문제없이 시간.공간적인 맥락에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기억현상에 착오가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건망증은 단순건망증과 병적건망증으로 나뉜다. 


 단순건망증은 정보를 기억하는 상황에서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기억 자체가 불완전하게 저장되어 생긴다. 이야기를 대충 흘려듣거나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는 상황에서 주의가 분산될 때 주로 나타난다. 다만 기억을 떠올리려 했을 때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해내긴 어려워도 연관된 정보를 주면 내용을 기억해 낼 수 있다.


 병적건망증은 새로 알게된 정보나 지식이 아예 뇌의 해마(hippocampus)에 입력되지 않아 힌트를 주어도 기억해내지 못한다. 식사를 하고 상을 치운 뒤 식사를 안했다고 다시 상을 차리거나 방금 한 이야기를 되풀이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처음에는 단기기억의 상실 증세를 보이다가 점차 저장된 기억도 사라져 가족도 알아보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특히 노인들 중에는 기억력 저하가 심해지면 혹시 치매가 아닌지 한의원에 문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고령화 사회로 들어서면서 노인이 늘면서 주변에 치매환자가 늘었고, 치매의 주요 증상이 건망증 같은 기억장애로 알려졌기 때문에 건망증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그러나 건망증과 치매는 전혀 다른 병이다. 물론 치매 초기에 기억력이 약간 떨어져 있을 때에는 단순 건망증과 감별이 어렵지만 원인부터 다르다. 건망증은 일시적으로 기억이 잘 되지 않는 현상으로 뇌의 신경회로가 좋지 않을 때 나타난다. 반면 치매는 뇌신경세포의 손상이나 퇴행성 변화로 인하여 판단력과 통찰력이 떨어지며 장소와 시간에 대한 전반적인 지적 능력의 이상을 가져온다. 


 즉 건망증은 뇌 손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해야 할 정보가 너무 많거나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심리적 어려움이 있을 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건망증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회복되지만 치매는 쉰다고 회복되지 않는다. 


 만약에 산책을 했다하면 산책한 것은 기억하나 산책하는 동안 만났던 사람을 잊어버리는 것은 건망증이고, 산책했다는 사실 자체를 완전히 잊어버리는 것은 치매이다. 또한 건망증은 자신의 기억 저하를 스스로 아는 반면 치매의 경우에는 자신에게 건망증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책상 위에 서류를 두고 온종일 사무실을 뒤지거나 손에 자동차 열쇠를 든 채 열쇠를 못 찾아 안절부절 하거나 전화벨이 울리자 전화기 대신 다리미를 들었다는 사례는 건망증의 대표적인 예로 많이 소개된다. 더욱이 건망증도 정도가 심해지면 기억장애가 일어나는 병일 수도 있다. 다음의 병들이 기억장애와 관련된 병으로 알려져 있다.


 *알츠하이머병 : 뇌의 신경세포가 서서히 파괴되어 가는 병으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초기에는 뇌의 측두엽에 있는 해마의 뇌신경세포가 감소하기 시작하므로 바로 전의 기억이 떠오르지 않게 되고, 뇌신경세포의 감소하는 속도가 빨라 뇌기능 장애가 생긴다. 


 건망증과 알츠하이머병의 구별은 뚜렷하지 않으나 건망증은 뇌의 단기기억 기능이 얼마간 저하되었을 때 일어나기 때문에 일상적인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즉 뇌 속에 있는 기억을 잘 꺼낼 수 없는 것뿐이며 시간이나 장소가 바뀌면 기억이 떠오른다. 이에 반하여 알츠하이머병은 기억장애가 심해서 어느 부분의 기억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


 *뇌졸중 :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뇌혈관에 이상이 생겨 갑자기 뇌에 국소적인 기능 부전이 생기고 이로 인하여 다양한 신경학적 결손이 수반되는 질환으로 뇌출혈.뇌경색.지주막하출혈이 있다. 뇌의 일부가 기능하지 않음으로써 나타나는 증상으로 감각저하.언어장애.보행장애.기억장애 등이 나타난다.


 *기타 뇌종양.정상압수두증.피크병.갑상선기능저하증.우울증 등에서도 기억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갑상선 호르몬 분비가 감소함에 따라 생기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은 몸에 활력이 없어지고 우울해지며 기억력이 감퇴한다. 식욕이 없고 잠이 안 오고 외출할 기분이 안 나는 우울증은 기억력 감퇴라기보다는 맑은 정신으로 있으려는 의욕이 없어져서 기억력 저하가 일어난다.


 한의학에서 건망증은 건망.선망.다망이라고 하는데 기억력이 약해져 지나간 일을 잘 잊어버리는 증상을 말한다. 심(心)은 정신을 주관하고, 비(脾)는 생각을 주관하며, 신(腎)은 정을 저장하고 뇌와 연계되어 있으므로 건망증은 심.비.신과 밀접히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건망증은 심비신이 허약하거나 열병.오랜병으로 음액이 손상되어 뇌수를 자양하지 못하거나 담음이나 어혈 등에 의하여 생긴다고 본다.


 심신허증은 정신이 맑지 못하고 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건망증이 있으며 어지럼증.이명.유정 등이 있다. 신정을 지나치게 소모하였거나 열성 질병을 오래 앓으면 신정이 부족해지고 이에 따라 뇌수도 함께 부족해지기 때문에 건망증이 오는 것으로 본다. 


 심비허증은 건망증과 함께 얼굴이 창백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꿈이 많고 숨차며 피로하며 헛배가 부른다. 지나치게 생각하거나 지나친 피로는 비의 소화흡수 기능이 장애되기 때문에 심신에 영향 공급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이에 따라 심신이 안정되지 못하여 건망증이 생기고 수면장애와 함께 꿈이 많아진다. 


 습담증은 눕기를 좋아하며 정신이 흐리터분하면서 어지럽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건망증과 함께 수면장애가 있다. 정서장애로 간기가 울결되면 비의 운화기능이 장애되어 수습이 온몸에 퍼지지 못하고 머물러 담으로 된다. 이 습담이 위로 치밀어 심신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건망증이 생기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잠을 자지 못한다. 
 

어혈증은 건망증이 갑자기 나타나고 혀가 뻣뻣해져서 물을 넘기지 못한다. 또한 배가 그득하고 아프며 만지는 것을 꺼려한다. 어혈이 경맥을 막으면 기혈이 돌지 못하여 심신에 영양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기 때문에 건망증이 생긴다.


 일반적으로 심신허증과 심비허증은 허증에 속하고, 습담증과 어혈증은 실증에 속한다. 따라서 변증을 정확히 하여 허증일 때에는 주로 심.비.신을 보하는 방법으로 실증일 때에는 습이나 어혈 등 사기를 없애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다음 호에 계속)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