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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읽는 경전
bh2000

 
9월에 읽는 경전 
 

 

 

9월은 유독 생이 가볍다
곡식 익어가는 따가운 햇살을 등에 업고
앉아 있노라면 성자가 따로 없다
죄다 숙연해진다
그래서 9월의 오후는 고독하다
둥그런 저녁이 남아있는 몽상의 시간은
근심으로 가득 차 있다
돌이킬 수 없는 말들이 난무하고
듣고 싶지 않은 소리들이
편의점처럼 가까이에 있다
그것들이 우리를 지치게 한다
무한의 풍경이 이파리 끝에서 열리는
상수리나무 아래서 바라본 생의 단출함
내 기억에 유일하게 남은 건
나무도 사람처럼 위로받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빛의 생살 앞에
고요를 보는 눈
말을 듣는 귀
정말이지 9월의 오후는 경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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