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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일기(2.글썽이는 곶감 )
bh2000

 
이민 일기
(2.글썽이는 곶감 )


 

 

 

남도 땅 끝에서 어머니 보내신 
곶감을 펼쳐 놓으면
그녀의 숨결이 내 목을 감싸 온다
달큰한 맛에 목이 메이면
헐렁해진 가늘고 긴 팔로 나를 안고는
두 손으로 언 뺨을 비벼 온다

 

그러면 나는 그녀가 굽은 허리를 펴서
종일 매달린 감을 올려다 봤을 날들을 생각한다
침침한 눈을 비비면서
곶감을 만들었을 손길을 떠올리며
-뭐하러 그렇게 힘들게 해서 먼 나라 딸에게 보내시는지
그걸 누가 먹는다고 어머니도 참.
나는 혼잣말을 한다
그러다가 어쩌면 이 곶감도 
마지막일 거라는 생각에 손이 풀린다

 

펼쳐 놓았던 포장지 위에 곶감을
들었다 놓았다 
한나절 손에 일 잡히지 않고
콧등 시큰거려 내다본 창 밖엔 어느새 눈보라

 

먼데서 달려온 성긴 눈발 
글썽이며 질펀하게 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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