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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탁본
bh2000

 
물의 탁본  

 

 

 

강을 따라 걷고 있네
발바닥에 김이 날 것 같은 뜨거운 광장을 지나니
몸에서 강물소리가 들리네

 

강은  턱을 괴고 앉았네
신중한 자세로 물속에 박힌 돌멩이와 눈이 마주쳤고 
그 위에 돌을 던지니 물의 탁본이 일렁이기 시작하더군 
가장 뜨겁고 마른 시간의 인기척을 모래 속으로 밀어 넣고서
이건 심장의 일 
강물은 둑을 무너뜨리고 범람했었지

 

강이 입술을 열고
물속보다 깊숙한 데서 말을 하려 하네 
그곳은 깊고 푸른 광장이었네 

 

놀랍게도 짤막한 귀결을 얻어 돌아가는 비옥한 산책자
정말 온전히 깊어지려면 
적막한 물소리를 들어야 한다기에   
조금 빠르게 걸음을 옮겼네
물소리와 함께 걸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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