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anghyunsoo
마인즈프로덕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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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하나
Hwanghyunsoo

 

벌써 17년째 매주 신문에 글을 쓰는 건국대 조용헌 석좌교수는 칼럼 쓰기를 야구에서 투수의 볼 배합에 비유한다. 변화구를 던질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슬라이더, 또는 체인지업을 던진다. 어쩌다가 한 번씩은 강속구도 필요하다. 같은 공을 계속 던지면 두들겨 맞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야기를 모아 놔야 한다고 한다. 그런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야만 다양한 공을 던질 수 있다. 독서와 현장 답사, 강단과 강호에서 이야기 보따리를 가지고 있는 고수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 본다고 한다.

 

나는 글을 쓰며 차(茶)를 마시는 습관이 생겼다. 글이 잘 안 써지면 차(茶)에 물을 부어 우려서 마시는 동안 머릿속의 낱말들이 제자리를 찾기도 한다.

 

 자주 차를 마시다 보니 마시는 방법도 다양하다. 뜨거운 물을 먼저 잔에 붓고 차를 나중에 넣기도 하고, 차를 먼저 넣고 물을 부어 내는 방법도 있다. 또 물을 절반 가량 부은 후에 차를 집어넣고 물을 다시 첨가하는 방법도 있고, 반쯤 마시다 놓은 잘 우려진 차에 그냥 찬 물을 넣어 마셔도 좋다. 또 두세 번 뜨거운 물에 우려먹어도 괜찮다.

 

글쓰기도 비슷하게 한다. 그냥 낙서하듯 쓰다가 주제를 찾기도 하고 주제나 제목을 먼저 정해 놓고 글을 써 나가기도 한다. 어떤 때는 두 개의 글을 섞어서 만들어 보기도 하고, 지난 주제를 재탕하기도 한다.

 


▲타이완의 해발 1,300m 지점에 아리산 고산차 재배 지역이 있다. 이 차 밭에서 나는 고산차는 우렁차로 산의 기운을 받아 깊은 향이 특징이다.

 

 요즘 마시는 차는 어머니 집에서 가져온 타이완 고산차다. 타이완의 아리산(阿里山)에서 채취한 우렁차로 해발 1,300m 지점의 차 밭에서 수확한 것이다. 아리산에서 사는 소수민족인 쩌우족이 재배한 것인데, 네덜란드에 의해 타이완이 점령당하자 원주민들이 새로운 문명을 피해 산속으로 밀려와 차를 만들고 팔아 살고 있다. 아리산의 기운을 받은 고산차는 깊은 향이 특징이다.

 

처음 이 차를 마실 때는 컵에 찻잎을 넣은 후 뜨거운 물을 넣고 잎이 펴져도 빼지 않고 먹었다. 처음 마실 때는 맛이 괜찮은데, 시간이 지나 우려 마시니 맛이 쓰고 강했다. 그래서 어떻게 마시나 찾아봤더니, 우롱차를 처음으로 우려낸 물은 버리고, 두 번째로 우려낸 차부터 마셔야 한다고 한다. 이것을 ‘세차’라고 한다.  

 

그리고 보니 한동안 세차한 물만 마신 셈이다. 아리산 고산차는 뜨거운 물에 빠르게 우려내어 찻잎을 건져내 마시는 것이 좋다. 세 번을 우려내는데, 첫 번째는 1분 정도, 두 번째와 세 번째는 40초 정도 우려내면 된다. 찻잎을 꺼내지 않고 계속 우려내면 맛과 효능이 떨어지고 카페인 폭탄이 된다고 한다.

 

 고산의 햇빛은 서늘하고 뜨겁지만 아침과 저녁으로는 안개가 끼어 평균 일조량은 적기 때문에 차엽의 쓰고 떫은맛은 약해지고 단맛이 돌고 우아한 향기가 생기는 특징이 있다.

 

 ▲고산차는 뜨거운 물에 빠르게 우려내어 찻잎을 건져내 마시는 것이 좋다.

 

 고산차는 체온 상승과 신진대사가 활발해진다. 지방 분해, 지방 연소, 변비 개선도 되고 노화 예방에도 좋다고 한다. 카페인과 타닌 성분은 정신을 안정시켜 주어서 나는 막힌 글을 풀 때 한잔하곤 한다.

 

글을 쓰며 생긴 다른 습관은 걷기다. 일주일에 한두 번 걷던 걸 이제는 매일 걷는다. 아니, 매일 걸으려 노력한다. 걷는 동안 무엇을 써야 할지 정해지곤 한다. 몸에도 좋고 머리도 맑아진다.

 

매주 칼럼을 쓰다 보면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인 경우가 있다. 지난 글들을 정리한 이번 주는 특히 그렇다. 그 동안 어떤 메시지를 알리려 한 것인지, 너무 아는 척한 것은 아닌지, 부끄럽다. 잘 알지도 못하며 남의 지식을 훔쳐 쓴 것들도 많아 반성한다.

 

나름 자신 있는 분야인 문화 예술 관련 글을 쓰려했는데 거리가 멀었다. 글도 현대 미술처럼 기발한 아이디어나 작가의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 주위에도 도움이 되는 나만의 글을 찾고 싶다. 하지만, 그런 글쓰기를 아무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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