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anghyunsoo
마인즈프로덕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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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속에 한 점이 되어라”
Hwanghyunsoo

 

 오늘 오전 내내 집 구석구석을 뒤졌다. 이민 올 때 가지고 온 연이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보이질 않는다. 전통 연 기능 보유자인 노유상 옹의 작품인데, 1998년경인가 어느 전시회에 갔다가 큰 맘 먹고 산 방패연이다. 그렇게 사온 연을 아내가 마음에 안 들어 하더니 슬그머니 갖다 버렸나 보다. 노유상 옹이 돌아가셨으니 연의 가치는 몇 배 뛰었을 텐데… 


 

 


1970년대 말,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여러 가요제가 많았는데, ‘라이너스’가 부른 <연>이라는 노래가 나온다. 시원시원한 연주와 노래,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 거기 다가 따라 부르기도 좋은 가사로 인기가 좋았다. 


 1979년에 열렸던 '제2회 젊은이의 가요제'에서 우수상을 받은 곡이다. ‘라이너스’는 연세대와 고려대의 연합 그룹 사운드였는데, 연대생인 조진원이 작곡을 하고 고대생인 최광수가 기타와 보컬을 했다. 


동네 꼬마 녀석들 추운 줄도 모르고 언덕위에 모여서/ 할아버지께서 만들어 주신 연을 날리고 있네/ 꼬리를 흔들며 하늘을 날으는 예쁜 꼬마연들이/ 나의 마음속에 조용히 내려앉아 세상 소식 전해준다/ 풀 먹인 연실에 내 마음 띄워 보내 저 멀리 외쳐본다/ 하늘높이 날아라 내 맘 마저 날아라 고운 꿈을 싣고 날아라/ 한점이 되어라 한점이 되어라 내 맘속에 한점이 되어라/ 동네 꼬마 녀석들 추운 줄도 모르고 언덕위에 모여서/ 할아버지께서 만들어 주신 연을 날리고 있네.


이 범상치 않은 가사는 당시의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연을 날리곤 했다. 서울 신당동은 전신주가 많아서 연이 걸려야만 집으로 돌아오곤 했는데, 그나마 난 솜씨가 없어서 동네 친척형이 대신 연을 날려 주는 경우가 많았다. 


근처 가정집 같은 곳에서 연을 만드는 곳이 있었는데, 만드는 모습이 신기해서 가끔 친구들과 구경 가곤 했다. 당시만 해도 창호지가 귀한 때라 영자신문이나 포스터 등을 재활용해서 연을 만들었다. 동네에 전깃줄이 더 많아지다 보니 연을 날릴 만한 곳이 점차 없어졌다. 


하루는 집 뒤에 있는 수도국 산에 연을 날리러 혼자 올라 갔다가, 길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진땀나게 헤맨 기억도 있다. 수도국산은 얕은 언덕이지만, 수돗물 저장 시설과 방공호 같은 것을 만드느라 주변 나무를 다 정리해선지 연날리기가 좋았고 솔개나 까마귀, 꿩, 참새 같은 새들도 꽤 있었다.


연은 한자로 솔개 연(鳶)자를 쓰는데 바람을 타고 훨훨 나는 모습이 솔개가 공중에서 날개를 펴고 빙빙 도는 모습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전통연은 형태에 따라 크게 방패연과 가오리연으로 나뉘며, 방패연은 장방형의 중앙에 방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고, 가오리연은 마름모꼴에 꼬리가 달린 연을 말한다. 전통연은 놀이이기도 했지만 통신 수단이기도 했다.


 전통연 기능 보유자인 이종옥 선생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서해에서 왜적을 물리치면서 장군선에서 예하 거북선과 판옥선 수장들에게 명령을 내릴 때 사용했던 긴꼬리 눈쟁이 등의 신호연이 30가지였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힌다.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신호의 수단으로도 이용했다는 연은 주로 검정색, 빨강색, 흰색만을 사용하여 문양을 그렸는데, 그 이유는 연이 하늘에 떴을 때 가장 눈에 잘 띄는 색이기 때문이다. 


색은 주로 방향에 대한 의미가 담겨 있고, 문양은 장소에 대한 의미가 담겨 있는데 <기봉산 눈쟁이연>은 기봉산 ‘앞바다에 모여라’, <홍외당 가리연>은 ‘적의 남쪽을 공격하라’, <짧은 고리 눈쟁이연>은 ‘태풍이 일 때 배와 배를 짧게 묶어라’, <머리 눈쟁이연>은 ‘산마루를 공격하라’ 등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통신 수단이자 작전 지시 용으로 연을 이용했다고 한다. 내가 해군 출신이지만 정말, “야, 이순신장군 만세다!” 

 

 


 
 스마트 폰으로 세상이 하나 되고 각종 정보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시대이다. 인간의 생활이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본질적인 문화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이기도 하다. 
고국의 문화가 세계 중심에 도전하는 요즘, 한국의 전통 통신 수단인 연에 대한 관심도 필요 할 듯싶다. 코로라 19 바이러스에도 맥 못 추는 세상이니, 인터넷과 통신도 어떤 바이러스에 그 기능을 못할지 모른다. 선조들이 지혜를 발전시키는 것은 당연히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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