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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모름-강옥구
Byunchangsup

 

그런 모름 
        - 강옥구

 

 

 

우리가
몰랐다고 말할 적엔
아는 것,
아주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조차 모르니까.

 

그런데
꽃이 그 아름다움을
산이 그 의연함을
어진 이가 그 착함을
모르는
그런 모름이 있다.

 

우리를 감동시키는
눈빛
종소리
한 줄의 시
그들은
그러한 모름에서
길어 올린 생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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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광주 출생 (1940 ~ 2000)

[현대문학] 시 등단
                [문학사상] 북미 통신원 역임
       시집 <허밍버드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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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정말 모른다는 것은 모르는 것조차 모를 때를 말하겠지요. 그와 같이 꽃이 그 아름다움을, 산이 그 의연함을 모르듯이, 어진 이가 착함을 행하면서도 그 자신은 착한 줄 모르는 것, 바로 그것이 진정한 착함이라고 시인 강옥구는 말합니다.  장자도 말합니다. “있는 그대로를 그렇다 하는 것, 그러면서도 그런 줄 모르는 것, 그것이 도(道).” 라고. 
   

진정한 부처는 자신이 부처라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오늘 부처님 오신 날에, 부처는 누구인가, 아니, 부처란 무엇인가, 생각해 봅니다.  부처는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나 부처가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부처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참선과 수행하는 과정에서 부처의 유혹에 빠질 것입니다. 해서 달마 선사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고 합니다.  부처가 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그 마음을 죽여야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부처가 되고 싶은 욕망은 이미 부처의 마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천국’을 말한다면, “만약 그대가 천국에 들어가기를 바란다면, 그대는 결코 천국에 이르지 못하리.” 이는 천국에 들어가기를 갈망하는 사람은 그 욕심이 이미 천국백성으로서 자격미달이라는 말입니다.  


   시인은 결구에서 나직이 말합니다. 무엇을 보이고자 혹은 무엇이 되고자 하는 욕구에 의해서가 아닌, 마음씀이 없는 <그런 모름>에서 길어 올린 한 줄의 시가 우리를 감동시키고, 목마른 삶을 적셔주는 생수라고.


   그의 수필집 <마음없는 마음의 길>의 제목처럼 무심의 경지를 향해 높고 깊고 넓은 도의 길을 걸었던 강옥구 시인은 시뿐만 아니라 수필가와 번역가로 활동했습니다.  선불교의 ‘무심/무공’의 세계와 크리슈나무르티, 달라이라마와의 만남을 통해 ‘진리/ 자유’의 문제에 천착해 왔으며 작고하기 전까지 왕성한 창작의욕을 보인 시인이자 참선자였습니다. 강옥구 시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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