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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섭 시평]사이-박덕규
Byunchangsup

 


사이
           - 박덕규

 

 


사람들 사이에
사이가 있었다 그
사이에 있고 싶었다

 

양편에서 돌이 날아왔다

 

 

 

     

 

1958년 경북 안동 출생
 <시운동> 동인으로 시작 활동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으로 등단
 시집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

 

 

 


사이 사이에 사이가 있다

 

 “우리는 우리에 갇혀서 산다/ 어떤 형태의 우리이든 우리는/ 우리 안에서 산다” 


 이렇듯 우리말에는 동음이의어가 많습니다. <사이> 도 그렇습니다. 시를 다시한번 읽어 봅시다. 우선, 첫 연 (stanza)을 보면, “사람/사이/있다/싶다”라는 단지 네 마디의 단어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짧은 문장에 세번이나 나오는 <사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살펴보는 것이 이 시를 이해하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첫 줄의 <사이>는 ‘집과 집 사이에 길이 나 있다.’라고 할 때의 ‘사이’로써 공간적 의미를 지시하며, 둘째 줄의 <사이>는 ‘영자와 순자의 사이가 좋지 않더라.’와 같이 사람들이나 집단들 혹은 국가들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심리적 상황을 의미합니다. 셋째 줄의 <사이>는 위의 두 의미가 합쳐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첫 연은 걸끄러워진 사람들, 집단들 또는 국가들 간의 사이(관계)를 화해 시키려고 그 <사이>에 있고 싶었는데, 오히려 양쪽에서 욕만 먹었다 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시의 시적 화자는 ‘나’일 수도, ‘너’일 수도, ‘그’일 수도 있는 이른바 무인칭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보편적인 상황을 말하려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이런 경우를 자주 경험합니다. 이러한 세상살이의 한 면을 이 시는 단지 네 줄의 짧은 글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시의 맛입니다. 만약 이것을 길게 늘여 한 편의 수필로 썼다면, ‘그거야 다 아는 얘기 아닌가’하고 실망할 것입니다. 이것이 시와 산문과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또한 이 시는 시각적으로도 새로움을 보여 줍니다. 첫 연의 세 줄이 모두 사이를 띄워 놓고, 둘째 연의 “돌”에 맞춰 시작합니다. 따라서 둘째 연의 “양편에서”라는 말을 돋보이게 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습니다. 


 사족으로, 이 시를 ‘사람’ 대신에 다른 말을 대입해서 연습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이를테면,


 “[ Q ] 사이에/ 사이가 있었다 그/ 사이에 있고 싶었다


 양편에서 [ A ]이 날아왔다]”는 식으로…


 Q 1; 여자들, Q 2; 남자들, Q3; 남녀, Q4; 중미 


 A1; 손톱, A2; 입술, A3; 윙크, A4; 주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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