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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wlee
경제 및 시사문예 종합지 <한인뉴스 부동산캐나다>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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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편의 연극- 누구나 자신의 배역 있기 마련
ywlee

 

-역할 끝나면 무대에서 내려 와야 

 

연극 ‘맥베스’의 한 장면

 

 2년 전, 한 후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갓 이민을 왔는데 인사 좀 드리겠단다. 여기서 어떻게 정착을 하려나 궁금해서 한국에서 무엇을 하다 왔느냐니까 간략히 자기 소개를 했다. 언뜻 들어도 경력이 예사롭지 않았다.     

 

 명문대 수학과 졸, 법학박사 수료, 회계법인 법무실장 전무,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 한국사내변호사회 회장, 한국세무변호사회 회장, 고대, 연대, 서강대 로스쿨, 법무대학원 주임교수…

 

 최근에서야 그를 만났다. 뭘 하고 사나 궁금했는데 현 직업이 꽤나 특이했다. 한국 기준으로 보아서는 ‘이런 사람이 이런 일을 하고 있다니…’ 할만 했다. 허름한 작업복에 모자를 쓰고 비좁은 공간에서 열심히 치킨을 튀기고 잔치국수를 말아내고 있었다.

 

 ‘법학박사 교수 변호사’가 2년여 만에 셰프로 변신한 것이다. 인상이 환하고 밝은 그의 부인도 상냥하게 웃으며 손님들을 맞느라 분주했다. 이들의 ‘과거’를 묻지 않는다면 그저 평범한 가게주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0…그와 인터뷰를 했다(B24면). 그는 낯선 이국 땅에서 모국의 어떤 경력도 모두가 무용지물이더라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뭐든지 열심히 할 각오로 뛴 결과 이젠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어찌 눈물겨운 사연이 없겠는가. 치킨을 사업아이템으로 정한 뒤 실전경험을 위해 치킨집에서 일했다. 하지만 이런 일을 한번도 안해본 터라 주방일에 대한 개념이 없다며 출근 하루만에 잘리고 말았다.

 

 새 일터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매일 실수하고, 이유도 모르고 혼이 날 땐 마음속으로 눈물짓는 날이 많았다. 아들뻘 되는 직원한테 무시당하고 욕먹기 일쑤였다. 그러면서도 내 이름으로 된 치킨집을 창업하겠다는 목표만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그러기를 8개월여. 수많은 실험과 실패를 거쳐 마침내 15가지 종류의 소스 레시피와 한식요리를 포함한 30개의 고유한 메뉴를 개발했다.

 

 그는 말한다. “치킨집을 운영하면서 창조의 기쁨도 알게 되고 우주의 신비도 느끼며, 영적성장도 이뤄짐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고맙고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매일이 육체적으론 힘들지만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이뤄질지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 캐나다에서 인생 2막을 열어준 하느님께 감드립니다.”(이들 부부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다)

 

0…직업에 귀천은 없다. 캐나다 같이 비교적 평등한 사회에서는 더욱… 하지만 사람의 뇌리엔 선입견이란 것이 있다. “이런 사람이 왜 이런 일을 하지?”

 

 그 모든 선입견을 빨리 버려야 정착도 빨리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체험을 통해서 안다. 특히 한국에서 ‘가방끈’이 길거나 경력이 화려한 사람일수록 이곳에서의 성공 가능성은 낮아진다. 몸을 사리고 모험을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집착할 수록 더욱 그렇다.

 

 이곳 토론토에서도 나름 성공했다는 동포들을 보면 이력이나 학력이 화려한 분은 별로 없다. 그 알량한 경력과 타이틀(title)이란 것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가. 인간은 외형적으로 덮여진 경력의 허울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진정한 참모습을 찾게 된다. 

 

0…인생은 연극이다. 누구에게나 배역이 주어진다. 화려한 주인공도 엑스트라1,2,3번과 같은 단역이 없으면 빛날 수가 없다. 하나의 작품을 위해 얼마나 많은 무명배우와 스탭들이 동원되는가. 그 누구도 결코 소홀히 할 수가 없다.

 

 그만큼 나의 존재는 특별하다. 나에게 이민자라는 배역이 주어졌으면 그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다. 이 세상엔 조명이 없어도 빛나는 것이 너무도 많다. 나도 그중 하나다.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는 인생을 자주 연극에 비유했다. '뜻대로 하세요'(As you like it)에 이런 말이 나온다. “온세상은 무대이고 모든 여자와 남자는 배우일 뿐이다. 그들은 등장했다가 퇴장한다. 어떤 이는 일생 동안 7막에 걸쳐 여러 역을 연기한다.”

 

 MacBeth에선 “인생이란 한낱 걸어다니는 그림자, 불쌍한 광대들, 무대 위에 서 있을 때는 장한 듯이 떠들어대지만 그 다음은 고요. 그것은 바보들의 이야기, 광포와 소란으로 가득하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이야기…”(Life’s but a walking shadow, a poor player That struts and frets his hour upon the stage, And then is heard no more; it is a tale Told by an idiot, full of sound and fury, Signifying nothing)라고 했다.

 

0…예수보다 6개월 먼저 태어나 예수의 길을 예비했던 사람, 세례 요한(John the Baptist). 그가 많은 사람을 가르칠 때 많은 이들이 그에게 와서 세례를 받고 그를 따랐다. 어느날 제자들이 찾아와 말한다. “저쪽 강변에 선생님이 말씀하시던 그 분이 세례를 주고 있는데 사람들이 모두 그에게 몰려가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세례 요한을 따랐는데 이제 새로운 인물(예수)에게 가고 있으니 제자들의 마음이 불편했던 것이다. 요한은 그 말을 듣고 이렇게 말한다.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

 

 세례 요한처럼 자신이 지니고 있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세상을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인생은 한바탕 연극이다. 자기의 역할이 끝났으면 내려와야 한다. 이민사회에서 성공하려면 기득권부터 내려놓을 일이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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