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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梨花)(5)
young2017

 

 

(지난 호에 이어)
나는 그가 내가 기대하는 만큼 “잘 될까?” 라는 마음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가 어릴 적 아이의 순수함에서 기뻐하던 것을 지금 저 아이의 열정에서는 걱정으로 보는 것이다. 


나는 그가, 내 아이가 열정적으로 말하는 할머니와의 삶의 경험담을 가슴 벅차게 이야기 할 때 내 뒤통수에 달린 눈으로, 귀로 제 삼자의 눈으로 가슴으로 여과된 그림자를 보고 듣는 것이다. 


나는 그의 열정의 아름다움과 맞닥뜨리고 있지 못하는 것이다. 동호의 제스처가 슬로우 모션으로 지나가며, “보아라, 저 ㅡ 날리는 꽃잎들을” 하며 엄마의 그 고운 목소리가, 황금심의 목소리보다 곱다는 그 목소리가, 코러스에서 main singer 가 되어 울려 퍼진다.


스치는 바람에 빨간 모과 꽃잎들이 우수수 떨어지면서 황녹의 잎들이 흔들린다. 자기의 집으로 가고 있는 아틀란타 언니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 고속도로에서 질주하는 차들이 역시 슬로우 모션으로 지나가고 있다.


누군가가 옆에서 “Good-morning!” 하는데, 내 상념의 나래는 접히고 만다.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우체부가 우리 집에 온 우편물을 넣으려 우편함 쪽으로 가고 있다.


그래서 그 쪽을 쳐다보니 옆 대문이 우뚝 서 있다. 그것은 작년에 뒷마당의 큰 나무가 없어지고 나서 허전하여 남편과 둘이서 세운 것으로 지난 주에 완성되었는데 마음에 들었다. 


대문의 서있는 어떤 면이 엄마의 한 이미지로 스쳐 지나간다. 저것이, 지금 보니 완성되고 나서 엄마가 돌아가신 것이다. 엄마가 다운페이먼트를 주셨기에 마련한 집이다. 


엄마는 우리와 가까운 근처의 아파트에서 혼자 사시다가 거동이 불편하신 이년 반 전에 우리 집에 들어 오셨다. 엄마는 우리가 집 가진 것에 대해 늘 기뻐하셨다. 


앞 마당도 좋고 뒷마당도 좋다고 하시며, 우리가 집 가진 것에 대해 늘 좋아하셨다. 남편은 앞 마당 뒷마당에 철철이 나는 꽃을 그것들이 필 때마다 한 송이씩 가져다 드렸다. 


그는 그 연유를 말한 적이 있다. 하루는 우리 둘째 아이가 할머니께 노란 민들레 한 송이를 뒷마당에서 따다가 드리니 엄마가 그렇게 좋아 하시더란 것이다. 그래서 그도 그것을 보고 철철이 나는 꽃을 한 송이씩 가져다 드리고, 때로는 다발로 화병에 꽂아 놓고 엄마가 보시게 하였다.


엄마는 그 꽃들을 보고 아주 좋아하셨다. 그래서 그랬는지 엄마 장례식 때 그가 드리는 엄마에게의 헌사(獻詞)는 꽃피는 사월에 태어나시어 꽃피는 사월에 돌아가신다는 구성으로 되어 있었다.


저 대문이 엄마를 닮은 것 같다. 웃으실 때는 천진난만한 어린이의 웃음처럼 해맑지만 말이 없으실 때는 저 대문에서 풍기는 적당한 무게로 땅에 박히어 위엄과 침묵의 말씀으로 보이는 엄마, 보였던 엄마. 


이제 엄마는 이 곳에 없다. 엄마는 돌아가셨다. 엄마가 좋다고 철철이 말씀 하시던 뒷마당을 놓아두고, 우리들을 놓아두고 돌아 가셨다. 이것은 현실이며 사실이다.


엄마의 장례식이 엿새가 지났다. 아침이다. 지난밤, 여러 번 깨었던 밤이었다. 엄마의 방에 깃들은 밤은 엄마의 소리들이 부재한 침묵이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쓰시던 침대는 특수하게 고안된 것으로 바람을 고정적으로 들어 있게 하기 위하여 침대에 붙은 모터는 항상 이다시피 작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 엄마가 아파서 내시는 소리, 때로는 갑자기 부르시는 예전에 엄마가 기분 좋을 때 즐겨 부르던 노래를 부르면 나는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엄마의 목소리는 참 아름답다. 참 아름다웠다. 맑은 하이 소프라노의 음색으로 고복수의 타향살이나 황금심의 노래를 부를 때 사람들은 가수보다 더 잘 부른다고 말하였다. 


아마도 그 시절에 작곡가가 엄마를 먼저 보았더라면 그 노래들을 엄마에게 부르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또는 작곡가들이 엄마의 목소리에 맞게 엄마의 품위에 어울리게 노래를 지어 부르게 했으면 아주 독특한 노래로 우리들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절 엄마는 그럴 수 없는 마님이셨다. 유행가 부르는 것을 천하게 여기던 엄마의 젊은 시절이었다. 지금 세상 같으면 그런 아름다운 목소리가 자신과 세상에 어떤 의미로운 것으로 보람되게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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