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이나 자동차 보험을 취급하는 에이전트나 브로커들 마저도 보험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과 원리를 잘못 알고 있는 경우를 종종 발견합니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많이 접하고 있는 보험은 크게 손해(실비)보험과 정액보험으로 구분됩니다. 대표적인 손해보험으로는 자동차 보험, 집보험, 가게보험등 사물의 사고, 화재, 도난을 취급하는 일반보험(General Insurance)으로 이러한 보험은 보상금 지급사유 발생시에 그 손해액을 평가(Post-Underwriting)하여 보상(Reimbursement)합니다.

반면에 사람과 관련하여 사망이나 질병시 생길 경제적 손실이나 부담을 대비하는 생명, 중병보험은 가입시에 ‘보험금’을 약정(Pre-Underwriting)하는 정액보험입니다.

 다시 말해 자동차 보험과 같은 일반보험은 손해입은 부분을 보상해 주기 위한 실비보험이기 때문에 보상액은 정액이 아니라 최고 보상액(Up to …)을 뜻합니다. 따라서 사고가 발생하면 그 시점에 손해액을 평가하여 그에 대한 보상을 최고 보상액 한도 내에서 하게 됩니다. 그러나 생명보험은 가입시점에 사망시의 손해액을 미리 정하고, 사망할 경우에 그 약정된 정액의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즉 자동차 보험은 사망한 사람의 경제적 가치를 산정하여 그 손해액을 최고 보상액의 한도 내에서 보상금으로 지급하는 반면에 생명보험은 이미 약정된 ‘보험금’(Death Benefit)을 지급하기 때문에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더라도 그 혜택은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또한 손해(실비)보험은 손해본 금액 이상은 보상하지 않는다는 손해보상 원칙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손해보험은 보험가입 후에 사고나면 또 손해보는 것입니다.

반면에 미래에 생길 사망에 대한 ‘보험금’을 가입할 때 미리 확정하는 생명보험의 경우에는 손해보상 원칙과 상관이 없는데 왜냐하면 생명보험은 보험회사가 사망에 따른 손해의 정도를 판단하여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입시에 보장된 ‘보험금’을 지급하기 때문입니다.  

 생명보험은 여러 사람이 모여서 죽음을 대비하여 적은 금액을 예치하여 공동으로 재산을 축적했다가 그 구성원 가운데 사망자가 생기면 그 가족에게 미리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상부상조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가입자들이 지금 매달 내고 있는 ‘순수보험료’(Insurance Cost)는 일종의조의금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어떤 분이 자기의 기대 수명에 이르기 전에, 오늘 또 사망했습니다. 슬픔에 잠겨 있을 그 가족을 위하여 가입자들이 조의금을 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조의금은 위험분담 차원에서 ‘공평’하게 부과되고 여기서 ‘공평’이란 남자가 여자보다 많이,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많이, 나이가 많을수록 많이, 건강이 나쁠수록 많이 낸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생명보험은 젊을때 건강할때 가입해야 내는 적은 ‘순수보험료’를 내게 됩니다.

 그러나 생명보험도 ‘보험금’에 대한 ‘순수보험료’를 내는 동안 사망하면 약정된 ‘보험금’이 지급되지만 사망 전에 그 ‘순수보험료’를 내지 않을 경우에는 계약이 종료(Termination)되고 아무런 잔존가치가 없습니다.

즉 생명보험의 ‘순수보험료’도 자동차 보험의 보험료와 마찬가지로 생보사에 지불되는 비용으로, 다시 말해 ‘순수보험료’를 낸다는 것은 사망시에 ‘보험금’의 혜택을 받기 위한 일종의 소비행위인 것입니다.

다만 사망 전에 못(안) 낼 경우 아무런 잔존가치가 없는 ‘순수보험료’만 부과해서는 가입을 유도하기 어려운 경제적, 사회적 배경 때문에 ‘순수보험료’(비용)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부과하여(미리 더 내게 유도하여) 저축의 기능을 부가하게 된 것이며, 그로 인해 생명보험을 저축으로 오해하는 풍토가 생기게 되었는데 이 뿌리깊은 고정관념을 버려야 생명보험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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