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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구경
leed2017

 

 나는 대학을 마치고 은퇴할 때까지 사람 접촉이 많은 직장에서만 일을 했습니다. 보일러공이나 배를 타는 선원 같은 직업은 학교 선생보다는 사람을 자주 만날 기회가 적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 글 제목을 사람구경이라 했으니 “저 사람이 학교 선생을 했다고 하니 사람 구경은 많이 했을텐데 또 무슨 사람 구경?” 하며 의아스럽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사람 구경이란 지나가는 모습을 한번 쓱 훑어보고 느끼는 감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콩을 심어보면 콩의 키나 줄기에 달리는 콩의 숫자는 제각기 다를 것입니다. 어떤 놈은 키가 다른 콩보다도 더 크고, 잎이 무성하고, 콩도 많이 달리는가 하면, 어떤 놈은 키는 커도 콩이 달리는 것을 보면 실망스럽습니다. 이렇게 콩이나 다른 식물들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관찰한 농업연구가들이 고안해낸 통계적 방법으로 변량분석(analysis of variance)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내가 대학원에 다니던 시절에는 이 변량분석법이 집단을 비교하는 심리연구에서는 단연 필수. 당시 심리학 분야 박사 논문의 80~90%를  차지할 정도로 변량분석이 유행하였습니다. 경험주의 심리학이 북미대륙에서 판을 치던 그 시절은 통계, 특히 변량분석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논문조차 쓰기 힘들었습니다.

 

 사람도 콩과 다른 것은 별로 없습니다. 한 아버지 한 어머니에서 내어난 형제들도 다 서로 다르지 않습니까. 서로 비슷한 공통적인 점이 있지만 자세히 보면 많이 다르지요.

 

 나는 비행기를 갈아탈 경우, 기다리는 시간이 별로 없이 곧바로 환승장으로 가야 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오래 기다리다 바꿔타는 것을 좋아 한다는 말입니다. 느긋한 마음으로 앉아서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 시간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습니다. 최대 7, 8시간까지는 조금도 지루하지 않지요. 사람 구경이래야 “저 사람은 돈이 많은 것 같다”든가 “저 여자는 참 복스럽게 생겼구나” “저기 저 젊은 사람은 바람깨나 피우겠다” 등 사람의 첫 인상을 말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첫 인상이란 여러가지를 살펴보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극히 제한된 한 두가지의 자료를 토대로 극히 짧은 시간에 결정된다는 것이 인상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젊은 시절, S대학교 학생지도연구소라는 곳에서 그 대학생들에게 지능, 적성검사, 성격, 흥미검사 같은 것을 해준 적이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며 생각나는 사례(事例) 하나는 공대를 다니던 학생 P가 생각납니다. 지능검사를 했는데 검사에서 나온 결과로 자기의 지능지수를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지능검사가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설명해줘도 눈꼽만큼의 변화도 없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P는 심리치료의 암(癌)이라 불리는,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강박관념(obsessive-compulsive) 환자였던 것입니다.

 

 연구소에 파견된 정신과 의사에게 의뢰했지요. 상담이나 심리치료분야는 설명은 요란해도 치료는 허무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 연구소에 파견 근무하는 정신과 의사도 강박관념에 대한 설명은 휘황찬란하였으나 치료효과에 있어서는 빵점이었습니다. 그 공대생 사례가 끝나기 전에 나는 유학길에 올랐으니 그 학생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심리치료의 치유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보아 그 학생은 평생 그렇게 살고 있지 싶습니다.

 

 공항 대기실이나 뉴욕의 록펠러 센터 앞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는 재미는 지극히 한가롭고도 재미있습니다.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인데도 어떤 이는 밉상으로 보이는 이가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이는 복스럽게 생기고-. 이 모든 현상을 전에 혹은 일반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해볼 수 있겠으나 억지 춘향 헛소리에 지나지 않을 것 같아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돈 드는 일도 아닌 사람 구경에 이렇게 큰 재미를 느끼니 내 취미도 축복받은 취미라고 해야겠지요. 젊음이 끓어오르던 대학시절, 젖꼭지가 보일락말락하는 현란한 옷을 입은 여인이 나타날 때는 와! 이건 분명 대박. 나는 이런 옷을 입고 길을 나서는 여성을 본체만체 한다는 것은 남자로서는 큰 죄를 짓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처녀에게는 자기를 넋을 잃고 쳐다보던 청년 이동렬이 여간 귀엽고 고마운 청년으로 보이지 않았겠지요.

 

 나는 도대체 남에게 어떤 인상을 줄까요? “긍정적인 착각” 이론을 빌려오면 정상적인 사람은 누구나 정직성 같은 긍정적인 특성에 대해서는 남이 자기를 평가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긍정적인 것으로 보고, 잔인성 같은 부정적인 특성에 대해서는 남보다 덜 부정적인 쪽으로 평가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상적인 사람들은 남과 자기 자신이 보는 차이, 즉 착각의 크기가 제일 크고, 우울증 증세가 있는 사람들이 제일 적다고 합니다.

 

 이걸 보면 “네 자신을 알라”는 말은 좋게는 들리는 말이지만 말도 안되는 말이라는 것이지요. 이 세상에 자기 자신을 남이 보는대로 착각없이 바로 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네 자신을 바로 알라”는 말은 흔히 스님이나 목사, 신부 같은 성직자들이 자주 하는 말이나 이들이라고 긍정적 착각이 없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아무리 사람 관찰을 전공한 사람이나 사람을 한번 척 보면 어떤 사람인지 다 안다는 말도 자기 과시나 헛소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버티고 있지 않습니까. (201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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