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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leed2017

 

 묵은 잡기장(雜記帳)을 뒤적이다가 다음과 같은 어느 전문가가 발표한 늑대의 특성에 관한 발표를 적어둔 것이 눈에 띄었다.


*늑대: 늑대는 한 평생 한 마리의 암컷만을 사랑한다: 늑대 자신의 암컷과 새끼들을 위해 목숨까지 바쳐 싸우는 유일한 포유류(哺乳類)다: 늑대는 사냥을 해오면 암컷과 새끼들에게 음식을 먼저 양보한다: 늑대는 제일 약한 상대가 아닌 제일 강한 상대를 선택해 사냥한다: 늑대는 독립한 후에도 종종 부모를 찾아와 인사를 한다: 늑대는 인간이 먼저 그들을 괴롭히지 않는 한 인간을 먼저 공격하지는 않는다.


 정말 그럴까? 평생 늑대를 관찰하고 그 행동을 기록한 사람의 보고이니 사실과 크게 빗나간 말은 아닐 것이다. 앞의 묘사를 보면 늑대는 집안에서 자기 자식들을 끔찍이 사랑하는 자정(子情) 많은 아버지요 밖에서는 약한 상대보다는 강한 상대를 골라 사냥을 하는 사나이 중의 사나이다. 또 독립한 후에도 부모를 찾아와 인사를 한다고 하니 효행(孝行)도 지극한 편.


특히 일평생 사모님 한 분만 모시고 산다 하니 이 세상에 이보다 더한 애처가가 어디 있을까. 내가 알기로는 짐승 중에 부부간 사랑이 이 정도로 돈독한 것들로는 원앙새 밖에 없다. 원앙은 자기 배우자가 죽으면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며칠을 울기만 하다가 피를 토하고 죽는다고 한다.


 셰익스피어 비극의 주인공 햄릿(Hamlet)처럼 “상여를 따라가는 눈물도 마르기 전에” 또 다른 배우자를 찾는 인간의 모습과는 좋은 대조가 된다. 나는 앞으로 부부의 인연을 맺는 청춘 남녀의 결혼식 주례라도 설 기회가 있으면 “당신이 늑대라면 정말 늑대 같은 신랑이 되라”고 신부 옆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애숭이 늑대에게 당부하려고 벼르고 있다.


 이렇게 인간답게 살아가는 늑대를 왜 그다지도 흉물스럽고 포악한 짐승으로 볼까? 내 대답은 잘못된 신념과 믿음 때문으로 볼 수 있지 싶다. 잘못된 신념은 복잡한 정보의 바다 속으로 유목화(類目化 , categorization) 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유목화는 우리가 세상을 더 쉽고 빠르게 이해하도록 간추려 주는 역할을 하는 개념 형성의 필수적 요소. 유목화 하는 능력이 없다면 우리는 개념이 없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각종 자극에 방향에 잃고 정처없이 표류하고 말 것이다. 


 무수한 묘사들을 간추려서 ‘탈북자’니 ‘오렌지족’ ‘바람둥이’ 좌빨’ ‘학자’니 하는 개념 덕분에 얼마나 빨리, 그리고 쉽게 이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지. 잘못된 믿음이나 신념은 태도, 습관이나 인간의 사회적 행동이 형성되는 것과 같은 과정을 밟아 형성 발달된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연 상태에서 늑대를 본 적이 없다. 늑대가 사람을 해치거나 다른 짐승에게 행패를 부리는 것을 본 적은 더더구나 없다. 그러니 늑대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책이나 이야기를 듣고 ‘늑대는 포악 음흉한 짐승’이라는 잘못된 신념에 이르고 만다. 이 잘못된 신념이 변경될 기회가 없이 그대로 굳어진 신념은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만일 늑대가 개나 고양이처럼 아침저녁으로 볼 수 있다면 늑대에 대한 우리 생각이나 믿음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늑대를 본 적이 없으니 늑대와 경험도 있을 수 없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나 책, 간접적인 정보로 늑대라는 개념이 생기고 잘못된 믿음과 신념이 형성된다. 이렇게 한 번 형성된 믿음은 여간해서 바뀌지 않는다. 


 믿고 있는 것과 반대되는 정보가 나와도 그 정보를 무시 혹은 지나쳐 버리거나 의도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론 직접 경험으로 형성된 믿음이라고 해서 잘못된 믿음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늑대로 시작한 얘기가 턱없이 길어졌다. 한 마리 짐승에 지나지 않는 늑대에 대해 잘못 형성된 믿음이 이렇게 오래도록 없어지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의 다른 믿음도 얼마나 허무한 근거 위에서 생겨나고 이 잘못된 믿음과 신념이 얼마나 끈질기게 오래 달라붙어 대를 물리는가를 알 수 있다. 신기하다기 보다는 무서운 생각이 든다. (20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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