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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씨의 죽음
leed2017

 

 우리가 사는 콘도미니엄에서 자동차로 7~8분만 가면 오른편으로 벽돌로 지은 나지막한 건물이 나오고 그 건물 앞에는 정부기관임을 알리는 캐나다 국기가 펄럭인다. 두드러진 문패도 없는 이 건물은 ‘토론토 서부 단기 수용소(Toronto West Detention Center)’라 불리는 곳이다. 캐나다 시민이 아닌 여행자들 중에 캐나다 공항 출입국 관리들이 보기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하루, 이틀, 혹은 몇 주 동안 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머물러야 하는 무서운 곳이다.


 한국에서 캐나다를 방문하는 여행객들 중에 가끔 이 수용소에서 며칠동안 신세를 지는 사람들이 있다. 몇 년 전 한국의 유명한 조폭 두목 C씨가 뒤늦게 예수를 만나서 거듭 태어났다며 토론토에 있는 어느 한인교회로부터 부흥사로 초청받았다. 캐나다에 입국할 때 공항에서 이민관들은 C씨의 과거 경력을 문제삼아 이 수용소에 집어넣은 적이 있다.


 이 조용하던 수용소가 얼마 전 토론토 신문 1면을 장식하였다. 이유는 S씨의 죽음 때문이다. 캐나다에서 강제추방 명령을 받은 체코 출신 S씨는 출국하기 전 2일간 그 수용소에 있었는데, 그 전부터 심장병이 있던 S씨는 수용소에서 갑자기 가슴이 아프다며 신음을 했으나 주위에 있던 이민국 관리들은 물론, 달려온 수용소 파견의사와 간호사들도 강제 추방을 피하려고 부리는 꾀병으로 생각했다.


 S씨가 계속 아프다고 신음하면서 그 무서운 이민관의 지시도 따르지 않고 가슴을 쥐어뜯자 S씨는 근처에 있는 큰 종합병원으로 옮겨졌다. 진찰을 한 의사도 ‘건강상 아무 문제가 없고 비행기를 타도 될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신문에 난 S씨에 대한 기록은 ‘Faking medical condition, uncooperative. Doctor cleared to fly.’(허위병 증세, 비협조적, 의사는 비행기를 타도 된다고 했음)으로 적혀있다.


 수용소에 돌아온 S씨는 계속 아프다고 가슴을 쥐어뜯고 울부짖었으나 이민관이고 간호사고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았다. 자기 나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하루 전, S씨는 수용소에서 세상을 떠났다. S씨가 죽기 전 받은 진단은 faking medical condition(허위 병 증세)였으나 죽고 나서는 심장마비였다.


 놀라운 사실은 S씨의 심장마비 증세는 수용소의 그 많은 이민관들, 사람을 한 번만 쓱 쳐다봐도 그 사람이 무슨 수입금지품을 가졌으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항에 물고기 들어다 보듯 알 수 있다고 으스대던 그 이민관들도 진짜 증세인지 가짜 증세인지 몰랐다. 하물며 수용소에 파견된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E종합병원 의사들과 간호사들까지 모두가 한결같이 S씨의 증세는 강제추방을 피하려는 꾀병으로 보았다.


 S씨의 죽음은 이민국 관리, 의사, 간호사들이 S씨에 대해 가졌던 인지구조, 주제, 혹은 이전(以前) 지식이랄까 선입견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이 같은 S씨에 대한 선입견은 S씨의 행동을 올바르게 해석하지 못하게끔 만들었고, 이 오류는 S씨의 심장마비 증세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인간은 자기 주위에 있는 정보를 처리하는데, 정보를 지각하는대로 수동적으로 차곡차곡 쌓아두는 동물이 아니라 이전부터 가졌던 주제 혹은 인지구조에 따라 새로 들어오는 정보를 왜곡하기도 하고 빼먹거나 보태기도 하는 능동적인 정보처리 주체다. 그런데 새로 들어오는 정보가 이전의 주제나 인지구조와 들어맞지 않거나 애매모호한 것일 때는 왜곡해 버리거나 무시해 버린다. 이 인지구조는 복잡한 정보를 몇가지 요소로 요약해서 정보처리를 간단하게 도와준다.


 발표된 지 벌써 30년이 넘은 연구이지만 그 결과가 너무나 생생해서 또 한번 소개한다. 어느 심리학자가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즉,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어느모로 보아도 정상적인 청년 한 사람이 취업면담을 하는 것을 비디오로 만들어 심리학자들과 정신과 의사 60명에게 보여준 후 이 청년이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진단을 내려보라고 하였다. 그런데 비디오를 보여주기 직전에 이들 절반에게는 이 청년을 ‘정신병 환자’로, 나머지 절반에게는 ‘구직자’로 소개하였다. 결과는 비디오를 보기 전 청년을 소개한대로였다. ‘정신병 환자’로 소개받은 심리학자들과 정신과 의사들은 그 청년을 ‘비정상적인’ 청년으로, ‘구직자’로 소개받은 집단은 ‘정상적인’ 청년으로 진단을 내렸다. 선입견이나 이전 지식은 우리 판단에 상상 외로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실감나게 보여준 것이다.


 S씨로 돌아가자. 이민관을 비롯한 수용소에 파견된 의사와 간호사, 종합병원 전문의와 간호사들의 이전 지식 혹은 선입견은 S씨가 어떻게 해서든 추방을 당하지 않고 캐나다에 살고 싶은 것이었다. 그러니 S씨가 통증을 호소하는 새 정보는 S씨에 대한 선입견과 꼭 맞아 떨어지는 것이었다. 일단 이러한 인지구조가 형성되면 우리가 듣고 보는 모든 정보는 그 인지구조에 들어맞도록 왜곡해석이 되는 것이다.


 이웃에 사는 어느 부인이 바람기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자. 이런 소문이 돌면 그 부인의 바람기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이처럼 선입견은 주위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 바람기 있다는 부인은 선입견으로 명예를 잃는데 그치지만 S씨는 목숨을 잃었다. (20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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