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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고착화
leed2017


 

 신문에서 본 내용이다. "우리나라 시조(始祖) 단군은 하느님의 아들인 환웅과 곰이 사람으로 변한 웅녀(熊女)와 결혼해서 탄생했다는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한국일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984년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22.8%가 '그렇다'고 대답을 했고, 인구 절반에 가까운 48.5%가 '허위'라고 대답했으며, 28.7%가 '무어라 말할 수 없다'로 대답했다고 한다.


 한편, 2012년 6월에 실시한 갤럽(Gallup) 여론조사에서는 46%의 미국사람들은 "1만 년 전에 신(神)이 현재 상태의 사람을 만들었다"는 것을 믿고 있다고 응답했다. 인류가 지나온 발자취로 보면 1만 년은 그리 오랜 세월은 아니다. 수백만 년 전부터 꾸준한 진화과정을 거쳐 오늘의 인간에 이르렀다는 인류학자들이 내놓은 방대한 자료를 생각하면 병아리 시절은 없고 갑자기 성숙한 암탉, 수탉으로 되었다는 주장. 이 허망한 주장에 절반 가까운 미국 사람들은 '그렇다'고 대답을 한 것이다.


 미국의 제44대 대통령 오바마(B. Obama)는 캔자스대학교 인류학도였던 백인 여성과 케냐에서 유학 온 흑인 남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아버지, 어머니 모두가 하와이에서 만나 결혼을 하여 낳은 아들이다. 그런데 그가 태어난 곳이 하와이가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의 케냐(Kenya)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오바마는 하와이에서 태어났다는 많은 증거 자료를 내보이고 자서전에서까지 출생에 관한 사실을 밝혔으나 별 소용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신문기사를 보니 2012년 10월 현재 오바마가 태어난 곳은 아프리카 대륙 케냐라고 믿는 사람들이 미국 백인들의 25% 가량 되는데 최근 그 숫자가 30%로 불어났다는 보고다. 위의 세 경우, 철석같이 믿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한 가지가 엿보인다. 즉 이들 모두 현안의 '문제'에 대해서는 객관적 자료나 과학적 연구 결과, 혹은 이성(理性)에 입각한 논리적 추리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소설 같은 이야기를 열심히 믿는 사람들은 육영수 여사가 아직도 성북동 어딘가에 숨어 살다가 죽었고, 미국의 영화배우 제임스 딘(James Dean)은 남미 어디에 가서 살다가 죽었다고 믿는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은 일단 형성된 믿음은 고착화(固着化)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믿음의 고착화란 자기가 믿는 것이 틀림없이 사실이라고 믿는 나머지 자기의 믿음과 반대되는 증거가 나와도 오불관(吾不關)이다. 자기가 믿고 있는 것을 아무 수정 없이 그대로 보유하고 옹호하는 성향을 줄이는데는 어떤 방법이 좋을까? "객관적으로 생각해라, 편견에 빠지지 말아라" 따위의 충고는 이 믿음의 고착화를 줄이는데 아무런 효과가 없고, "반대되는 입장에 서서 판단해 봐라" 따위의 충고는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면 믿음의 고착화나 편견 같은 것은 우리의 일상생활을 망치는 해로운 존재인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는 매일 생활에서 정확한 논리, 편견 없는 논리를 써야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우리 생활은 인지, 믿음의 편견이 만연하고 논리적 추리를 거치지 않는 결정이 대부분이라도 아무 탈도, 문제도 없는 경우가 십중팔구다. 


 예로 어떤 의사가 증세 A와 B, 그리고 C가 질병 X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때마침 자기 환자가 증세 A, B, C를 가지고 있으면 이 의사는 "이전에 이런 증세를 가진 환자를 하나 봤는데 오늘 이 환자도 증세가 같으니 바로 그 X질병 환자일 것이다."는 직감(直感)에 호소해서 X질병이라는 진단을 내릴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이런 식의 진단은 정식으로 논리적 추리과정을 통해서 내린 진단은 아니다. (질병 X외에도 증세 A, B, C를 가진 질병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 않는가!) 


 왜 이 믿음고착화 현상은 어떤 사람에게는 많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적을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추측만 무성할 뿐 아직 확인된 주장은 없다.


 아무튼 사람의 믿음을 인위적으로 고착화시킬 수 있는 세상이 왔다고 상상해 보자. 이는 사람의 믿음을 마음대로 변화시킬 수 있는 테크놀로지가 있다는 말과 마찬가지. 이런 세상이 온다면 수많은 반공(反共) 신념을 가진 젊은이들을 양성할 수 있을 테고 정부는 국방에 그다지 큰 신경을 안 써도 좋을 것이다. 


 그 반대로 요즈음 한창 떠드는 종북(從北)사상을 가진 사람들을 키워두면 이 사람들은 앞으로 남북 평화통일에 막대한 공헌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아, 무섭다. 이런 세상이 오기 전에 이 세상을 하직하는 것도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지혜라는 생각이 든다. (20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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