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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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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로크네스의 괴물 네시
knyoon

 

인버네스 성에서 플로라와 치셤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버스를 탄 우리 부부는, 로크네스를 따라 남쪽 끝에 호수를 향해 서 있는 어콰트 성채(Urquhart Castle)에서 내렸다. 호수로 걸어 내려가는 둑방길엔 하얀 찔레꽃과 노란 개나리꽃들이 무더기로 피어 있었다.
 



  스코틀랜드의 하일랜드에서 인버네스와 포트윌리엄 사이에 있는 좁고 긴 단층계곡엔 3개의 호수가 잇대어 있다. 로키, 오이크, 로크네스. 이 중에 제일 유명한 호수가 러크 혹은 네시라는 괴물이 물속에 살고 있다는 깊은 호수인 로크네스다.

 맑은 날씨인데도 호수는 가슴이 서늘해질 정도로 짙푸른 정적에 잠겨있다. 호수 앞엔 특이한 구조로 지은 중세기의 고성, 어콰트 성채가 반쯤 허물어진 채 스코틀랜드 역사의 마지막 유물인 양 서 있다. 물안개가 서린 저녁이면 괴물 네시가 나올법한 분위기로.
 어콰트 성은 스코틀랜드 독립전쟁을 이끈 윌리엄 월리스(1272-1305)가 에드워드 1세 왕과 격전을 벌인 곳이다. 최근에 멜 깁슨이 월리스 경을 소재로 한 영화 ‘Brave Heart’에 감독과 주연을 맡아 엉겅퀴 꽃 같은 사랑과 전쟁을 실감나게 연출해서 더 알려졌다. 
 



 
월리스와 에드워드 왕과의 전투에서(1296년) 우리나라 문경새재의 관문과도 같은 이 관문은 에드워드 왕에 의해 거의 파괴됐으나, 스코틀랜드인의 손에 다시 복구되어 1359년에 로버트 치셤이 마지막 성주가 됐다. 
그러나 1692년에 영국의 윌리엄 공이 *자코바이트의 침입을 막고자 이 성을 복구하지 못하게 하는 새 법령을 만들어 반 폐허의 성채로 남아있다. (*1688년에 망명한 영국 James 2세의 지지자들)  

 

 
1707년에 영국과 스코틀랜드가 연합왕국이 되는 서글픈 역사를 안고 있는 이 성채 앞에는, 영국군이 이 성을 향해 쏘아 올린 산같이 높은 투석기(The Trebuchet: 중세기에 사용한 성문 파괴용 투석기)가 총탄으로 썼던 축구공만한 돌덩이 탄알들과 함께 전시돼 있다. 
치열했던 전투를 알 리가 없는 한 어린이가 아빠와 함께 무거운 돌 총알을 쏘아 올렸던 지렛대에 매달려 놀고 있다. 그 당시에 쌓아 올린 전사들의 돌무덤 탑 옆에 젊은 연인들이 주검보다 강한 사랑을 다짐하는 듯 서로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치열한 싸움터가 이제는 스코틀랜드 젊은이들의 결혼식장이 되고 옛 상처를 보상하는 듯 큰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어디선가 ‘여보~ 유니스~’ 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와 깜짝 놀라 소리 난 곳을 올려다보았다. 허물어진 성채 망루 꼭대기까지 올라간 남편이 호숫가에 앉아있는 나를 어콰트 성채가 쨍 하도록 큰 소리로 부르고 있었다. 나는 ‘알았어요’ 하고 조그만 소리로 중얼거리며 내 카메라를 들어 중세기의 무기인 양 그를 향해 한 샤트를 쏘아 올렸다.
 


네시의 전설은 아일랜드를 통해 스코틀랜드에 기독교를 전파한 콜럼바 성인의 전기를 쓴 아담난의 글에서 비롯한다.
 주후 584년경에 픽트 족의 왕이었던 말콘 왕 가족을 그리스도교로 개종시킨 콜럼바 성인이 인버네스 성에 사는 부루드 가를 방문하기 위해 이 어콰트 성에 머물렀다고 한다. 그 당시 이 검푸른 호수엔 시도 때도 없이 호수 위로 튀어 올라 사람을 해치는 네시라는 괴물이 공포의 대상이었다. 
 어느 날 콜럼바의 한 제자가 호수 위의 보트를 끌어오려고 헤엄쳐 가고 있는데 네시가 돌연 호수에서 튀어 올라 괴성을 지르며 덮치려고 했다. 놀란 수도승의 외침을 듣고 콜럼바는 네시를 향해 두 손으로 십자가를 표시해 보이며 호령했다. “썩 물러서지 못해?! 그 사람 건드리지 말고 돌아가거라!” 그러자 괴물은 재빠르게 헤엄쳐 달아났다고 한다. 
 문제는 그 후로 계속해서 그 괴물을 보았다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사진들이다. 1933년에 런던의 한 외과의사가 이 호수 위에 떠오른 네시의 사진을 데일리 메일에 내면서 다시 이목을 끌었다. 그 후에도 그럴듯한 네시의 사진들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다가 그 외과의사의 사진이 조작임이 1994년에 와서야 들통 났다. 
 그 후에도 네시를 보았다는 극성맞은 관광객들의 사진이 신문과 잡지에 오르내렸다. 2003년에 BBC 탐사팀이 음파탐지기와 위성추적장치로 600차례나 로크네스를 뒤졌으나 네시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나를 포함해서) 신비스런 적막감에 쌓여있는 이 호수 위로 네시가 꼭 나타날 것만 같은 야릇한 심리를 뿌리칠 수 없게 된다. 그 때문이었을까. 내가 찍은 사진 가운데 하나는 놀랍게도 런던의 외과의사가 조작한 사진과 아주 비슷하게 나왔으니까. 
 전설 속의 네스를 아직도 찾는 사람들이 현대에 와서는 하늘을 기웃거린다. 미확인 비행물체 (Unidentified Flying Object)의 하나인 비행접시를 현대판 네스로 만들어간다. 비행접시를 가장 많이 목격한다는 케이프타운의 한 보컬그룹이 올해 들어 정부에 탄원서를 냈다. 
“제발 이 지구를 자주 방문하는 물체의 기밀문서를 정부가 해제해준다면, 더 이상 UFO가 실체가 아니란 생각을 멈출 수가 있겠다”고. 그 기밀문서가 있기나 한 것인지? 이 UFO현상을 믿는 사람들은 의외로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란다.
 사도 바울이나 콜롬바 성인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믿음’의 귀함을 수 없이 가르쳐 주었건만, 이따금 나타났다 사라지는 비행접시에 왜 쓸데없이 마음을 빼앗기는 건지?!
 우리는 성벽 꼭대기에 윌리엄 월리스가 꽂아놓았을 것 같은 스코틀랜드의 푸른 깃발(성 앤드루의 하얀 십자가를 그린)이 여전히 스산한 로크네스의 바람에 날리는 것을 바라보며 콜롬바 성인이 살았던 아일랜드의 이오나 성지를 향해 다시 나그네의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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