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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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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의 옛날옛적이야기-아름다운 세 공주 이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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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어빙 지음 / Yunice 윤경남 옮김&사진

 

 (지난 호에 이어)

 공주들은 그곳에서 세상에 더 바랄 게 없는 향락에 둘러싸여 그들이 바라는 대로 척척 시중들어 주는 시녀들 틈에서 세상과 격리되어 지냈어요. 기분 좋은 정원 산책, 진귀한 과일과 꽃들이 가득한 향기로운 작은 숲이며 향내 피우는 목욕탕까지 갖추어 있었죠.

 

그 성의 삼면이 온갖 종류의 가지각색 식물이 풍성하게 자라는 계곡으로 둘러싸여 있고, 한 면엔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넓은 바다가 내려다 보였어요. 이렇게 좋은 기후와 맑은 하늘아래 멋진 거처에 살면서 세 공주는 빼어난 미인들로 잘 성장했어요.

 

모두 같이 자랐어도 그들의 성격은 제각각이네요. 큰 공주 자이다는 대담한 성격에, 세상에 나올 때처럼 모든 일에 동생들을 이끌어갔어요. 호기심이 많아 질문하기를 좋아하며 만사에 근원을 캐내곤하지요.

 

 둘째 공주 조라이다는 미적감각이 뛰어나, 거울이나 분수에 비치는 자기 모습을 들여다보기 좋아하고, 꽃이나 보석, 세련된 장신구에 일가견이 있답니다.

 

 막내공주 조라하이다로 말하면, 온화하고 섬세하여 그가 아끼는 애완용 꽃과 새와 동물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보면 그 다정한 성품을 잘 알 수 있어요. 공주의 즐거움이란 조용한 명상이나 공상에 잠겨 여름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거나 바다에 달이 떠오르는 것을 바라보며 발코니에 몇시간씩 앉아 있곤 할 때였지요.

 

그럴때면 어부들이 부르는 노랫소리가 해변에서 희미하게 들려오고, 때로는 돛단배에서 무어인들이 부는 풀류트 소리에 마음을 빼앗기곤 했어요. 자연이 일으키는 작은 소란에도 깊은 낙심에 빠졌으며, 천둥이 한번만 울려도 기절 해버리곤 했지요.

 

  똑소리 나는 카디가의 충실한 보살핌 속에 이럭저럭 여러해가 탈 없이 흘러갔어요. 해안의 한 언덕위에 서 있는 살로브레냐 성 위에 감시탑이 있는데, 격자창을 달아 바닷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정자 같았어요. 공주들은 무더운 대낮엔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어요.

 

어느 날 호기심 많은 자이다가 정자의 창가에 앉아 있고, 동생들은 긴 의자에 누워 낮잠을 즐기고 있는데, 해안으로 노를 저어오는 돛단배가 자이다의 눈에 들어왔어요. 배가 가까이 다가오자 무어인 병사들이 기독교인 포로들을 끌고 좁은 해안에 상륙했어요.

 

호기심 많은 자이다는 동생들을 깨워 셋이서 함께 촘촘한 격자창살 사이로 조심스레 내다보았어요. 포로들 중엔 화려하게 정장한 히스파냐 기마병이 세 명이나 보이네요. 꽃다운 나이에 고상해 보이는 그 기사들은 적에게 둘러싸여 사슬에 매여 있음에도 당당한 자세를 잃지 않고 있군요.

 

세 공주는 숨막힐 듯 강렬한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았어요. 시녀들에게만 둘러 싸여 새장에 갇혀 살던 공주들은 해안의 어부나 흑인노예 밖엔 보질 못하다가, 그 당당한 젊은 용모와 남자다운 세 기마병의 등장은 가슴 뛰게 할만한 사건일수밖에요.

 

  “저 주홍빛 옷을 입은 기사보다 더 고상한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저 자신만만한 태도를 좀 봐! 마치 주위엔 자기 노예들 뿐이란 듯 당당한 모습을 보라구!” 큰 공주 자이다가 동생들에게 소리쳤어요.

 

  “저 녹색 옷을 입은 이는 또 어떻구! 얼마나 기품이 있는지! 우아하구! 기백있어 보이구!” 둘째공주도 큰소리로 말했어요. 얌전한 조라하이다는 아무 말도 하진 않았지만, 마음 속엔 하늘색 옷을 입은 기사에게 마음이 끌리고 있었지요.

 

 세 공주는 포로들이 눈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았어요. 그리고는 무거운 긴 한숨을 내 쉬고 돌아서서 잠시 서로 바라보다가 긴 의자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기며 쓸쓸해졌어요.

 

 똑소리 나는 카디가는 이내 눈치를 챘어요. 세 공주가 그들이 본 기마병 이야기를 해주자 시녀장의 차가운 가슴에도 온기가 스며드는군요. “불쌍한 젊은이들이군요. 그들이 잡혀와 고향에 있는 아름답고 지체 높은 숙녀들은 아주 상심했을 게 뻔해요. 아, 공주님들, 그 기사님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상상도 못하실 거에요. 마상시합 때의 그 짓궂은 모습! 숙녀들에 대한 한 없는 헌신! 그 멋진 구애와 세레나데!”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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