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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숙
문협회원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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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밤 폭포에 걸린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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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밤에 나이아가라폭포에 갔다. 장식전등이 점화된 나이아가라폭포와 ‘겨울 원더랜드’(Winter Wonder land)가 보고 싶던 차에 ‘말하는 머리’(Talking Head)라는 조형물이 새로 설치되었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용기를 내었다. 


깜깜한 들길은 얼음 눈 위에 차 바퀴자국만 두 줄로 길게 패였을 뿐 매운바람이 길바닥을 훑으며 쓰레질을 하고 있었다. 황량한 겨울벌판의 추위가 차 안에까지 스며드는 듯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수 만개의 작은 전등으로 점철된 폭포주변은 휘황찬란한 불야성이었다. 성탄절과 송구영신 이야기로 형상화된 전광조형들이 하얀 수정꽃 핀 나무들과, 얼음바위에서 떨어지는 폭포의 물줄기를 배경으로 환상의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나이아가라 강물은 낭떠러지로 쏟아지면서 폭포를 이루고 수력발전을 하여 전기를 출력하고, 이로 말미암아 세계에서 가장 큰 ‘꽃시계’를 만들 수 있고 ‘겨울 원더랜드’를 가능케 하였다. 외형적인 아름다움뿐 아니라 ‘꽃시계’는 장애인을 위하여 시계의 초침은 목발로 만들어지고 ‘겨울 원더랜드’는 자연생태계를 보호육성하기 위한 기금모금의 목적으로 계획되었다. 새로 설치하였다는 조형물은 예술적 교육적 가치와 기여도가 크다는 평이다.


육중한 수력발전소 건물 앞에 시커먼 두 개의 철제흉상(胸像)이 있었다. ‘그 대가리 참 크다’. 누군가 첫 인상을 큰소리로 외쳐 폭소를 터뜨렸다. 헝가리예술가 빅토르 비세크(Victor Vieseck) 작품으로 얼굴전면에 지압표시 같은 작은 점들이 파란빛으로 명멸하면서 표정을 바꾸고 있었다. 사람은 얼굴표정을 나타내기 위해 근육을 사용하지만 이 얼굴은 빛의 가능성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각각 개별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4000여 개의 LED에 의해 다른 얼굴표정을 지어낸다는 설명이었다. 


점점이 파란 빛이 웃는 모습, 화난 표정 등을 계속적으로 그려내고 있었지만 보는 이에게 전해지는 깊은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너무 큰 것을 기대한 때문일까 약간은 허한 마음으로 돌아서는데 때마침 폭포 위에 무지개가 흘러갔다. 5색 7색 조명등이 천둥소리를 지르며 부서져 내리는 폭포와 어우러져 출렁댔다. 용트림하는 청룡이 하늘로 치솟는가 하면 순식간에 뛰놀던 백조들이 푸드득 날기도 하였다.


 날씨가 청명하고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는 어김없이 폭포 위에 무지개가 떴다. 시간에 따라 이동하는 무지개는 온전한 반원형에서부터 길이가 길고 짧게, 색깔도 뚜렷한 것, 희미한 것 여러 모양이지만 신기하게도 색 띠의 순서는 언제나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색이다. 무지개는 물 한두 방울에 의한 프리즘 현상이 아니라 수억 개의 물 입자에 의해서 이루어진 막중한 질감과 부피를 가진 색의 집합체라 배웠다. 


무언가 머릿속에 풀리지 않는 덩어리들로 답답할 때 곧잘 폭포로 달려왔다. 무지개를 한참 바라보노라면 는개비처럼 촉촉한 색 입자가 특유의 전파를 보내는 듯 마음이 짜릿하게 흔들렸다. 튀어 오르며 산산이 부서지는 폭포의 우렛소리가 온 몸을 흔들어대어 마음구석에 끼여 있던 응어리들을 말끔하게 털어내는 듯 가슴이 후련하고 차분해지는 것이었다.


인간의 감정은 순전히 환경에 투사된 자신의 표정이라는 깨달음이 들자 빛에 의해서 이루어진 철제 표정과 비교되면서 상념에 젖게 하였다. 4000여 개의 LED의 가능성이 수 억 개 물입자의 힘을 따를 수 있을까. 4000여 개의 LED로 같은 표정만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머리는 사색하거나 판단할 수 있는 머리가 아니라 단순한 철제 대가리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주제로만 프로그램 된 동일한 내용의 방송 연설과 무엇이 다르랴. 눈에 보이지 않아도 희망의 약속을 증언하는 무지개를 따를 수 있을까. 


새해 경자년엔 지구촌 곳곳에 선거도 많고 자발적 결단을 내려야 할 중대사로 꽉 차 있는 듯하다. 대가리 아닌 지각 있는 머리 되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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