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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sarang_canada
박근혜 팬클럽 캐나다 모임 입니다.
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2 전체: 44,515 )
엄마, 숨을 못 쉬겠어!
hyesarang_canada



아! 대구여... 와룡산이여!... 추악한 인간들에 의해 이땅을 떠나 영면의 안식처로 드신 중앙로 지하참사에 희생되신 님들의 영전에 삼가 눈물로 명복을 비옵니다!... 의문스런 발생 과정과 신속한 증거인멸 과정의 뒷 배경이 국민은 정녕 궁금하지만 이제 영원한 미스테리로 남겨질 것이 아닌가?!... 와룡산 지하 비트속에 처참히 죽어 11년을 묻혀있어야 했던 개구리소년들! 누가 왜 그 동심들을 무참히 죽여 암매장 하였는가?!... 상인동 지하폭발참사! 불순한 세력의 저의나 음모는 혹시 아니었을까?! 과연 진실은 보도된 것이 다란 말인가?! 이제 와 못 미더워 의심이 드는 건... 억울한 떼죽음에 희생된 3천리 금수강산의 수많은 넋들, 우리 못 나 무법천지 속에 님들의 여한 다 풀어드리지 못해 남을 지라도 님들이시여 부디 잊으시고 영면하소서!...



★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實錄 30분의 生과 死

▶ 『영아야, 힘을 내. 제발 엄마 얼굴을 떠올려 봐』 http://monthly.chosun.com/board/view.asp?tnu=200304100036&catecode=E&cPage=1[펌]
廉康洙 朝鮮日報 사회부 기자 ([email protected])
☞ 『오빠, 연기 땜에 숨을 못 쉬겠어. 헉헉, 오빠 사랑해』 『현진아, 내 딸아…. 이제 여한을 풀고 하늘나라로 가거라』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實錄 30분의 生과 死 - 산 자와 죽은 자의 마지막 대화 『영아야, 힘을 내. 제발 엄마 얼굴을 떠올려 봐』『어… 엄마, 사랑해…』 『어머이! 지하철에 불이 나 난리가 났어요』 『어머니, 애들 좀 부탁할게요. 나는 죽지 않아요. 제발 부탁할게요』
엄수미(여·7)·난영(여·6)·동규(남·4) 3남매의 어머니 박정순(34)씨는 울먹거리며 시어머니 황정자(66)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곧 끊겼다. 하지만 돌아온다던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시뻘건 불과 시커먼 연기가 난무하는 阿鼻叫喚(아비규환)의 지하철에서 박씨는 어린 아이들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끝으로 영영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버렸다. 지난해 1월 남편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이후 『애들 때문에라도 살아야 한다』며 악착같이 살아온 그녀였다. 박씨는 남편을 잃고 대구에서 시댁이 있는 영천으로 이사 온 뒤 학교 식당 일을 하면서 조리사가 되기 위해 대구 시내 요리학원에 나가던 길이었다
廉康洙 朝鮮日報 사회부 기자 ([email protected])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죽는 게 좋다』

대구지하철 방화사건 주범 金大漢(김대한·57·무직)씨는 2003년 2월18일 오전 8시쯤 집을 나와 인근 주유소에서 휘발유 7000원어치를 산 뒤, 송현驛(역)에서 대곡發 안심行 지하철 1079호를 탄다. 같은 시각, 같은 驛에서 이영복(49·대구시 서구 평리4동)씨도 지하철 중앙로驛 인근에 있는 검정고시 학원에 가기 위해 1079호를 탔다.
오전 9시35분. 이날 계명大를 졸업하는 김향진(여·22·공예디자인과)씨와 남동생 철환(20·중앙大 건축공학과)씨는 졸업식 참석을 위해 용계驛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남매는 뭔가 재미있는 일이 있는 듯 두런두런 얘기를 하고 있었다.
金大漢씨가 탄 1079호의 반대쪽 방향으로 운행하는 1080호 지하철이 驛에 도착하자, 남매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전철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그들이 탄 지하철은 터널 속으로 사라졌다.
각각 승객들을 태운 1079호와 1080호는 대구 지하철驛 중 가장 붐비는 중앙로驛을 향해 출발했다.
사망 198명(3월10일 현재), 부상자 145명, 실종자 284명이 발생한 대구지하철 방화참사의 시작이었지만 당시까지 죽음을 예감한 이는 자살을 결심한 金大漢씨뿐이었다. 평소 신병을 비관해 오던 그는 이날 자살을 결심했고,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죽는 게 좋다』는 잔인한 계획을 머리에 그리고 있었다.
이날 9시52분쯤. 1079호 기관사 최정환(33)씨는 안내방송을 통해 『지하철이 곧 중앙로驛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을 했다. 이때쯤부터 金大漢씨는 자신과 아무런 원한관계도 없는 사람들과 함께 죽기 위한 행동을 시작한다. 1079호와 1080호에 타고 있던 430여 명의 승객들의 운명은 分秒(분초) 단위로 엇갈리게 된다.
경찰조사와 대구지하철 관계자와 승객들의 증언을 토대로 그 처절했던 순간들을 시간 순서대로 再구성했다.
◆오전 9시52분
1079호에 탄 전융남(63·대구 남구 대명2동)씨는 중앙로驛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올 무렵 맞은편에 앉아 있는 金大漢씨가 가방 속에 있던 하얀 플라스틱통 마개를 연 뒤, 거기에 대고 라이터로 자꾸 불을 켜대고 있어 『왜 라이터로 불을 켜려 하느냐』고 나무랐다. 金씨와 송현驛에서 함께 탄 이영복씨도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주위의 핀잔에 金씨는 곧 그만뒀다.
오전 9시52분 45초. 1079호는 중앙로 플랫폼에 도착했고, 자동으로 출입문이 열렸다. 일부 승객들이 빠져나가는 사이 金씨의 가방 안에서 갑자기 불이 붙었다. 순식간에 金씨 자신의 몸에도 불이 옮겨 붙었다. 金씨는 옷에 불이 붙자 황급하게 가방을 바닥에 내동댕이쳤고 불길은 순식간에 전동차 안으로 번졌다.
불길이 번지자 승객들 사이에 혼란이 일어났다. 그 사이 전동차에서 내린 뒤 옷에 불이 붙은 채 허우적거리다 바닥을 뒹구는 金씨를, 이영복씨는 자신의 점퍼를 벗어 불을 꺼줬다.
1079호 전동차를 운전했던 기관사 최정환씨는 중앙로驛에 도착해 출입문을 연 뒤, 약 10초 후 『불이야』 하는 여자 목소리를 듣게 된다. 기관실 앞에 있는 폐쇄회로 TV 화면에는 객차 쪽에서 승객들이 서둘러 빠져나오는 모습이 나타났다. 당황한 최씨는 모든 전동차 운행을 통제하는 종합사령실에 먼저 보고해야 한다는 근무수칙을 어기고, 기관실 옆에 있는 소화기를 들고 나와 발화 지점에서 불을 끄려 했지만 가연성 소재로 가득한 지하철 내부의 불은 감당할 수 없었다. 그는 승강장에서 승객들에게 대피하라고 소리쳤다.
문제의 1079호 전동차가 중앙로驛 하행선으로 들어와 멈추고 승객들이 승하차하는 장면이 종합사령실 모니터를 통해 나왔지만 담당 사령은 모니터를 주의 깊게 보지 않았다. 참사의 시작이었다.
기관사를 찾는 메아리 없는 무전
◆오전 9시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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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53분 12초. 대구지하철 종합사령실 모니터에는 방화 용의자로 추정되는 사람(金大漢)이 하반신에 불이 붙은 채 객차 밖으로 뛰어나오고 누군가 겉옷을 벗어 이 사람의 몸에 붙은 불을 끄는 동안 다른 승객들이 우왕좌왕하며 서둘러 대피하는 모습이 나왔지만 근무자들은 이 장면을 놓쳤다.
화면은 승강장을 채운 연기로 뿌옇게 바뀌었다가 오전 9시53분33초쯤 완전히 작동을 멈췄다. 종합사령실이 중앙로 플랫폼을 볼 수 있는 눈을 잃어버린 것이다.
대구지하철본부 종합사령실 기계설비사령실에는 9시53분쯤 화재 경보음이 울리고 모니터 화면에는 「화재경보」라는 긴급 문자 메시지가 떴다. 그러나 기계설비사령실 권모(43)씨 등 근무자 3명은 화재경보 시설과 장비에 평소 오작동이 많았다는 이유로 이 경보와 문자 메시지를 무시했다.
기계설비사령실은 나중에 중앙로驛 역무원의 전화를 받고서야 화재 사실을 알게 된다. 7000원어치의 휘발유로 시도된 「테러」가 무려 198명의 사망자를 낳는 데까지 이르는 과정엔 이처럼 지하철 직원들의 무사안일이 크게 작용했다.
이때쯤 이영복씨는 냉정을 되찾고 주위를 둘러봤다. 주위에는 자신과 金大漢씨, 그리고 앞서 전동차 안에서 金씨에게 핀잔을 줬던 50代 남자뿐이었다. 이씨는 「이대로 두면 이 사람(金大漢) 죽겠다」는 생각이 들어 50代 남자와 함께 金씨를 계단 쪽으로 끌고 갔다.
1079호 기관사 최정환씨는 객차 출입문이 열려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출입구로 뛰어갔다. 그러다 남자 승객 2명이 소화전에서 호스를 빼는 것을 보고 함께 작업을 했다. 그러나 소화전 호스 하나로 꺼질 불이 아니었다.
오전 9시53분27초. 시커먼 연기로 모니터 화면의 시야가 가려졌다. 이때까지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종합사령실 사령들은 중앙로驛을 출발해야 할 열차가 그대로 정차해 있자 무전을 통해 『1079호, 1079호』를 10여 차례 외쳤다. 그러나 기관사 최정환씨는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운전석을 빠져나간 뒤였다. 무전을 받을 리 없었다.
驛 구내를 비춰 주는 모니터를 감시하고 있어야 할 중앙로驛 근무자 이모(35)씨는 다른 사무실에서 승차권 판매대금 입금을 위해 동전 세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씨는 『쏟아지는 동전 소리 때문에 화재를 알리는 비상벨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변호사에게 밝혔다.
1080호 기관사의 변명
◆오전 9시54분
대구소방본부에 40代 남자가 최초로 화재 신고를 했다.
『중앙로驛에 지금 불이 났습니다. 빨리 출동해 주십시오. 출동 부탁합니다』
이 남자는 비교적 차분하면서도 긴장된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을 했다. 이후 계속 대구소방서에는 1079호나 1080호 승객으로부터 화재신고가 들어오지만 목소리는 점점 더 절망적인 절규로 바뀌어 갔다.
◆오전 9시55분
종합사령실은 9시55분이 돼서야 비로소 중앙로驛 역무원의 연락을 받고 화재 사실을 알게 된다. 운전사령은 그제서야 비상사태임을 깨닫고 중앙로驛의 상황을 보기 위해 모니터를 연결했지만 이때는 이미 폐쇄회로 TV가 거세진 불길에 파손돼 까만색 화면만 나왔다.
지하철본부 운전사령은 화재연락을 받고 운행 중인 모든 열차에 「올콜(운행 중인 全기관차에 대해 운전사령에서 알리는 긴급통지)」을 했다.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있었지만 운전사령의 말은 태연했다.
『全열차에 알립니다. 중앙로驛에 진입시 조심해 운전하여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지금 화재 발생하였습니다』
1080호 기관사 최상렬(39)씨는 「화재」라고 말하는 부분을 놓치고 말았다. 최씨는 이후 변호사에게 『…하니까 주의운전하세요』만 들었다고 했다. 통상적이라면 「올콜」에 직접 연관되는 기관차에는 「복명」, 즉 올콜을 받았느냐는 연락이 운전사령으로부터 오지만 이날 최씨에게는 없었다. 최씨는 복명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과 별 상관없는 올콜로 생각했다고 한다. 종합사령실에서는 곧 대구소방본부에도 화재신고를 했다.
9시55분30초. 방화사건 직후 진천 방향으로 향하던 1080호 열차는 이 시각 대구驛을 출발했다. 종합사령실 등에서 당시 화면을 보고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했더라면 이 열차의 출발은 막을 수 있었다.
◆오전 9시56분
1080호는 이미 1079호에 불이 크게 번지고 있는 상황으로 추정되는 9시56분 45초에 중앙로驛 승강장에 도착했다. 1080호 기관사 최상렬씨는 중앙로 진입 45m 앞, 선로 전환기가 있는 지점에 도착할 즈음 앞에 보이는 중앙로驛 플랫폼의 불이 나갔다고 한다. 최씨는 이때서야 처음으로 이상징후를 발견했다. 경적을 몇 번 울리고 무슨 일이 발생했나 하고 운전사령에 무선연락을 하려고 했지만 통화 중임을 나타내는 「뚜뚜뚜」 소리만 났다. 최상렬씨는 경찰에서 『연기가 자욱했지만 사령실에서 추가 지시가 없어 그대로 驛에 정차한 것』이라고 말했다.
어두웠지만 최씨는 1079호에서 정상적으로 사람들이 타고 내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도착하자마자 자동으로 문이 열렸고 매캐한 연기가 「훅」 들어왔다. 당연히 최씨는 화재가 어디서 난 것인지 몰랐다고 한다. 무조건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던 최씨는 출입문을 닫고 출발한다는 안내방송을 했다. 문을 닫고 출발하려는 순간, 전동차에 전기 공급이 끊어져 버렸다.
황근출(여·50·대구 동구 신천동)씨는 중앙로에 있는 자신의 상점에 가기 위해 1080호에 탔다. 황씨는 출입문 바로 앞에 있었다. 그는 1080호 문이 잠시 열렸던 짧은 순간에 열차 밖으로 빠져나왔다. 연기가 자욱해 이미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는 간신히 벽을 더듬으며 계단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찾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사람들의 비명과 넘어지는 소리가 뒤섞여 나왔다. 유독가스를 많이 마셔 가슴이 따갑고 답답해 오면서 정신이 혼미해져 왔다. 겨우 계단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찾아 더듬으며 움직이는 시간은 하루처럼 길었다. 계단을 올라와 개찰구쯤에 이르렀을 때 그는 소방대원을 만나 구조됐다.
1080호의 뒤쪽 칸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황씨와 같은 행운을 누리지 못한 채 출발만 기다리고 있었다.
『아~, 연기가 나고 엉망입니다』
◆오전 9시57분
9시57분15초. 화재로 全플랫폼이 정전됐다. 1079호 기관사 최정환씨는 출입구로 뛰어가던 중 남자 승객 2명이 소화전에서 호스를 빼는 것을 보고 함께 작업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정전이 되자 결국 승객들과 함께 위층으로 내달려 현장을 빠져나왔다.
이때쯤, 이미 멈춘 1080호의 기관사 최상렬씨와 운전사령 간의 교신이 시작된다. 최씨도 운전사령도 중앙로驛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했는지 구체적인 상황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운전사령: 『예, 사령 이상. 사령 이상. 예, 사령 이상』 ♥1080호(기관사 최상렬): 『예, 1080입니다. 지금 단전입니까?』 ♥운전사령: 『단전이니까 방송 좀 하시고』 ♥1080호: 『예』 ♥운전사령: 『계세요?』 ♥1080호: 『아~, 연기가 나고 엉망입니다』
운전사령과 1080호 기관사 최상렬씨와의 최초 교신 내용에는 1079호에서 발생한 화재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이때쯤, 1079호 쪽 플랫폼에서는 이영복씨와 50代 남자가 화상을 입은 방화범 金大漢씨를 끌고 가고 있었다. 계단까지는 억지로 끌고 갔지만 완강하게 버티는 金씨를 두 사람의 힘으로 계단으로 끌고 올라갈 수 없었다. 50代 남자는 사람을 부르겠다며 계단 위로 올라갔다.
시커먼 연기는 벌써 플랫폼 천장에서 바닥에 이르는 높이의 3분의 2 정도를 위에서부터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金씨가 순순히 이씨의 손에 이끌려 계단을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개찰구 밑을 빠져 나올 무렵 그때까지만 해도 불이 들어와 있던 모든 전등이 나가 버렸다. 벌써 연기는 질식할 정도로 사방에 가득 차 있었다. 이씨는 입과 코를 가리기 위해 金씨를 잡았던 손을 뗐다. 곧 다시 손을 내밀었지만 金씨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이후 이씨는 소방관에 의해 구조돼 조광병원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엑스레이 촬영을 위해 검사실로 가던 중 金씨를 또 만났다. 그는 의사들에게 『저 사람이 불을 낸 사람』이라고 알려 줘 방화범이 金씨임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동요 없이 앉아 있던 승객들
◆오전 9시58분
응급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 내용이 빠진, 우왕좌왕하는 운전사령과 1080호 기관사 간의 교신은 9시58분에도 계속된다.
♥운전사령: 『1079호 열차 화재가, 지금 1079 열차 화재가 났으니까』 ♥1080호: 『예』 ♥운전사령: 『저거 뭐야, 안내방송하시고』 ♥1080호: 『엉망입니다. 답답하니까 빨리 조치 바랍니다』 ♥1080호: 『예, 예』 ♥운전사령: 『1080열차 이상, 1080열차 사령 이상』 ♥운전사령: 『예, 사령 이상』 ♥1080호: 『예, 중앙로驛입니다. 대피시킵니까? 어떡합니까?』 ♥운전사령: 『단전돼서 차 못 움직인다, 지금』 ♥1080호: 『예』 ♥운전사령: 『그럼 일단 방송하시고?』 ♥1080호: 『예, 지금 바로 출발합니다. 給電(급전: 전력이 공급됨)되었습니다』 ♥운전사령: 『給電됐어?』 ♥1080호: 『예』

1080호 기관사와 운전사령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이 1080호 승객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곧 출발한다』는 기관사 최상렬씨의 말만 믿고 동요 없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승객들은 도착 직후 출입문이 열리자마자 뿜어져 들어오는 연기를 보고 화재가 났다는 것은 알았지만 어디서 났는지, 얼마나 크게 났는지 전혀 몰랐다.
불 붙은 1080호, 상황 몰랐던 승객들
이영희(38)씨는 1080호 두 번째 객차에 타고 있었다. 이씨가 탄 객차에는 20여 명 정도의 승객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李씨는 도착하자 열렸던 문이 닫힌 직후 『곧 출발할 테니 기다려 달라』는 기관사의 안내방송을 듣고 출발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李씨는 9시58분, 기다리는 게 지루해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여기 불났다』고 말했다. 『대수롭지 않다』는 李씨의 말에 언니는 『알았다』고 대답했고, 바로 전화 통화는 끝났다.
김주연(23·대학생), 안승민(34·회사원), 김소영(29·학원강사), 이현경(21·대학생), 안세훈(20)씨 등은 1080호 첫 번째 객차에 타고 있었다. 김주연씨는 지하 2층(중앙로驛 플랫폼은 지하 3층이다)에서 화재가 난 줄로만 알고 있었다. 김씨는 밖으로 나가면 불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이현경씨는 중앙로驛에 들어올 무렵 「중앙로驛」이라고 적힌 안내판에 벌써 불이 붙은 것을 본 터였다. 『다음 驛으로 갈 테니까 앉아 있으라』는 안내방송을 들었지만 그 얘기를 듣고도 불안했다. 무슨 일인가 하고 한 번 일어났지만 바깥의 상황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안세훈씨는 출발을 기다리며 하릴없이 휴대폰만 쳐다보고 있었다. 상황을 전혀 몰랐던 안씨는 열렸던 문이 곧 닫히고 다음 驛으로 출발한다는 기관사의 안내방송에 일부 흥분한 아주머니들이 『왜 여기 안 선다는 거야. 왜 출발도 안 해?』라며 고함지르는 것을 짜증스럽게 듣고 있었다.
이미 코와 입을 막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 정도로 연기가 스며 들어오고 있었지만 200여 명이 사망하는 「참사」로 이어지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연기 속 승객 5명의 모습을 류호정(29·컴퓨터학원 강사)씨는 평소 휴대하고 다니는 디지털 카메라로 찍었다. 류씨가 사진을 찍은 직후 지하철 내부는 전원이 끊겨 암흑천지로 변했다.
9시58분46초. 대구소방본부에는 30代 후반에서 40代 초반으로 추정되는 여성으로부터 화재 신고가 들어왔다. 그녀는 다급한 듯 『불났습니다. 아이구, 우짜노』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같은 시각 또 다른 승객은 『빨리 부탁합니다. 지금 연기가 많이 납니다. 지하철에 불났습니다. (비명을 지르듯) 빨리』라고 절규하는 목소리로 소방본부에 신고를 했다.
10초 뒤인 9시58분56초. 30代 여성은 다급한 소리로 『불났습니다』고 말했다. 이미 연기는 1080호 객차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는 듯했다. 전화를 한 30代 여성은 말을 잇지 못하고 『웩웩』 하며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말이 없던 그녀는 『앞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그녀의 절박한 전화를 통해 주변 승객들의 심한 기침 소리와 비명도 함께 실려 왔다. 그리고 2~3초 뒤, 전화는 끊겼다.
『곧 출발하겠지 뭐, 걱정 마』
김경렬(23·대경大 1년)씨는 1080호의 다섯 번째 객차에 있었다. 지하철 좌석은 꽉 차 있었고 15명 정도의 사람이 서 있었다. 안내방송을 통해 『곧 출발한다』던 지하철은 시간이 지나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더 이상의 안내방송도 없었고, 창 밖은 연기가 자욱했다. 플랫폼 천장에서는 불꽃이 비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金씨는 옆에 앉아 있던 한 아저씨에게 『창문이라도 깨고 나가자』고 했다. 그 아저씨는 『곧 출발한다는데 왜 그러래? 더구나 사방이 불구덩이인데 어디로 간다는 말이냐』며 金씨를 제지했다.
어디서 불이 난 것인지, 얼마나 큰불인지 알 수 없었다. 金씨는 출입문 창문을 발로 차기 시작했다. 맞은편 출입구 쪽 창문도 꿈쩍하지 않았다. 필사적 탈출을 위해 창문을 몇 차례 발로 차자 창문은 찢어지듯 금이 갔다. 두세 번의 발길질 끝에 유리조각을 모두 걷어 냈다.
다른 사람들은 점점 차 오는 매캐한 연기를 피해 고개만 숙인 채 열차가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탈출에 앞서 金씨는 다시 한 번 다른 승객들에게 나가자고 권유했다. 다른 승객들은 망설일 뿐 金씨를 따르지 않았다. 처음엔 고개를 조금 숙여도 숨을 쉴 수 있었지만 金씨가 객차를 빠져 나올 무렵, 대부분의 사람들이 숨을 쉬기 위해 바닥에 엎드리고 있었다고 한다. 전화통화를 하는 사람도 많았다.
『연기가 들어와 숨을 못 쉬겠는데 문이 열리지 않아. 곧 떠난다는데?』
『무서워?』
『곧 출발하겠지 뭐. 걱정 마』

金씨는 무조건 지하철 진행방향 쪽으로 걸어나갔다. 경찰은 金씨가 탄 1080호 다섯 번째 객차와 여섯 번째 객차의 대부분의 승객들은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오전 9시59분
給電됐다는 1080호 기관사 최상렬씨의 보고를 받은 운전사령은 발차를 명령하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운전사령: 『그럼, 발차』 ♥1080호: 『예』 ♥운전사령: 『조심해 나가세요』 ♥1080호: 『아~, 미치겠네』 ♥운전사령: 『예, 사령 이상』 ♥1080호: 『지금 급전됐다 왔다 갔다 하는데. 차 죽여 다시 살릴게요. 지금 급전됐다 살았다가 죽었다 엉망입니다』 ♥운전사령: 『침착하게, 참착하게 하세요. 아, 여보세요』
선행 1079호에 화재가 발생한 지 6분이나 지난 시각이었지만 운전사령과 기관사는 승객 대피 대신 기관차를 출발시키는 데만 집착하고 있었다.
9시59분43초. 20代로 추정되는 여성이 아주 다급한 목소리로 대구소방본부에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여보세요. 지하철…』이라는 말만 한 뒤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같은 시각 30代로 추정되는 남자는 『중앙로 불, 중앙로 불』이라고만 외쳤다. 유독가스는 이미 승객들의 숨통을 죄고 있었다. 또 다른 20代 여성은 전화를 건 뒤 아무 말도 못한 채 「악」 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흐느끼는 소리만 겨우 낼 뿐이었다. 주변에서 비명소리가 2~3초 더 들린 뒤 통화가 끊겼다. 이날 중앙로驛에서 들어온 마지막 화재신고였다.
地下 3층 플랫폼 화재 현장 접근 못해
◆오전 10시

尹鎭泰(윤진태) 당시 지하철공사 사장은 『중앙로驛에 불이 났다』는 보고를 받았다. 尹사장은 곧바로 회사를 떠나 사고 현장으로 출발했다. 그는 『그때까지만 해도 3~4명 정도의 사망자가 생긴 화재사건 정도로 생각했다. 이렇게 엄청난 참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때쯤 중앙로驛은 최악의 상태에 빠져 있었다.
중앙로 지하철驛 화재 현장에 도착한 대구 북부소방서 구조대장 황윤찬(44) 소방위는 대원 6명과 함께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시커먼 연기가 치솟는 지하철 驛舍(역사)로 내달렸다. 지하철驛 구내는 이미 정전으로 코앞을 분간할 수 없는 암흑 세계였다. 매캐한 유독가스로 숨조차 쉬기 힘들었지만 이들은 먼저 비명소리가 들리는 지하 1층 여자 화장실로 달려갔다.
화장실 안에서 발견된 20代 여성 2명은 연기에 질식해 실신 직전이었다. 대원들은 이들을 업고 수백 개의 계단을 뛰어올랐다. 숨을 고를 여유도 없었다. 소방위 황씨는 대원들과 함께 개찰구와 계단 여기저기에 쓰러져 있는 승객들을 다시 끌고 나왔다.
대구소방서 이종각(42) 소방대장도 중앙로驛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이 시각 이미 지하철驛은 천장을 따라 시뻘건 불길이 넘실대고 있었다. 소방대원들과 함께 간신히 불길은 잡았으나 지하에 가득 찬 열기 때문에 지하 3층 플랫폼에 내려가지 못해 발만 굴러야 했다.
이때, 1080호와 교신하던 운전사령은 1082호 기관사와 교신한다. 운전사령은 운행 중인 全기관차에 「올콜」을 통해 한꺼번에 지시를 내릴 수 있다. 하지만 기관사는 운전사령이 다른 기관사와 통화하고 있을 경우에는 교신할 수 없다.
♥운전사령: 『예, 1082열차』 ♥1082호: 『예, 수고하십니다. 1082열차 14편성. 지금 단전되어 가지고 차가 칠성驛에 서 있어 못 가고 있습니다』 ♥운전사령: 『예, 지금 단전상태이니깐요, 안내방송하시오. 여보세요?』
운전사령은 엉뚱한 전동차와 교신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화재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지 못한 탓으로 추정된다.
이 시각쯤 대구지하철 전기신호사업소 신호분소 이현종(31·기능직 6급)씨, 교대 신호분소장 이성옥(43)씨, 교대 통신분소장 김인철(43)씨 등 4명은 월배 차량기지 사무실로부터 「신호장애」가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전화로 확인한 결과 중앙로驛 2층 기계실에서 근무하던 강화수 (35·전기신호 요원)씨로부터 『불이 난 것 같다. 지금 기계실 안으로 대피해 있는데, 청소용역원들과 승객들 10여 명이 여기에 함께 있다』는 다급한 목소리를 들었다. 기계실에서는 강씨와 청소용역업체 소속 아주머니 등 12명의 남녀가 기약 없는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엄마, 숨을 못 쉬겠어』

초등학교 5학년인 조효정(여·12·경북대 사대부속초등학교)양은 방학 중이었지만 당번이라 등교길이었다. 조양은 1080호에 타고 있었다. 조양은 만나기로 했던 설모(12)양에게 전화를 했다.
『불이 난 것 같은데, 내가 타고 있는 열차는 아냐. 조금 늦을 것 같다』
장계순(44)씨는 이날 오전 10쯤 딸 이선영(20·영진전문대)양의 전화를 받았다.
『엄마, 지하철에 불이 났어』

장씨는 명랑한 성격의 딸이 장난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딸의 울먹이는 소리에 깜짝 놀란 장씨는 자꾸만 끊기는 딸의 휴대전화에 몇 번씩 전화를 걸어 힘을 북돋워 주려고 안간힘을 썼다.
『영아야, 정신 차려야 돼』
『엄마, 숨을 못 쉬겠어』
『영아, 영아, 영아야?』
『헉헉, 숨이 차서 더 이상 통화를 못하겠어. 엄마, 그만 전화해』
『영아야, 힘을 내. 제발 엄마 얼굴을 떠올려 봐』
『어… 엄마, 사랑해…』

장씨는 바로 집을 뛰어나와 정신없이 중앙로驛으로 내달았다. 『우리 딸 좀 찾아줘요』라며 만나는 사람들을 붙잡고 하소연했지만 딸의 행적은 찾을 수 없었다.
밤새 가게에서 일하고 돌아온 김구한(31)씨는 겨우 눈을 붙이려고 하는 순간 아내 민심은(25)씨의 전화를 받았다.
『오빠, 연기 땜에 숨을 못 쉬겠어. 헉헉, 오빠 사랑해』
결혼 10개월 된 아내의 마지막 목소리였다. 金씨가 『어? 뭐라구?』라고 잠결에 답을 하는 순간 「뚜~뚜~」 소리를 내며 아내의 휴대전화는 끊어지고 말았다. 당황한 金씨는 허둥지둥 아내의 휴대전화 번호를 눌렀지만 아내는 받지 않았다.
『효정아, 일단 밝은 쪽으로 대피해』
◆오전 10시2분

천금 같은 2분이 순식간에 흘러가 버렸다.
♥운전사령: 『1077열차, 사령 이상』 ♥1077호: 『예』 ♥운전사령: 『예, 방촌에서 1분, 용계에서 1분 해 갖고 2분 연발해 가시고. 사유는 반월당에서 단전돼 가지고 뒤차가 못 도니까 간격조정입니다』
1080호 지하철 안에서 승객들이 비명을 지르며 죽어 가고 있는 동안 운전사령은 「간격조정」을 하고 있었다. 곧 이어, 운전사령은 혼잣말을 하듯 지령을 내린다.
♥운전사령: 『아니, 1080열차는 지금 급전 안 돼 있어요? 지금 보조계기가 제로인가요? 아, 그럼 일단 판 내려갔고 대기하고 있으세요. 아니 연기가 많이 찼어요? 연기가 찼으면 승객들 대피시키세요. 대피시키고 방송하세요. 문 열어 놓고 안내 방송 잘하고 승강장 위로 대피시키세요』
운전사령은 1080호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듯했다.
이때쯤 언니에게 휴대전화로 대수롭지않게 『불이 났다』고 했던 이영희씨는 1080호 기관사실에 있었다. 오전 10시쯤 첫 번째 칸에 타고 있던 어떤 아가씨가 『아저씨, 기관실 문 좀 열어 주세요』라며 기관실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따라 들어간 것이었다. 첫 번째 칸에는 승객이 많지는 않았으나 연기는 두 번째 차량보다 오히려 더 많이 차 있었다. 기관실에는 이씨와 아가씨 두 명, 아주머니 한 명, 어린아이 둘이 있었다. 기관실內에는 미등이 켜 있었지만 계기판의 불은 모두 꺼진 상태였다.
기관사는 무선교신을 계속하다 교신이 끊어지자 휴대전화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기관사 최상렬씨가 운전사령과 통화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씨는 최씨에게 『아저씨, 우리 이대로 죽는 거 아니에요?』라고 물었다. 이씨 옆에 있던 아가씨는 『하느님, 살려주세요』라고 외쳤다. 아이 둘은 공포에 질려 울어 대고 있었다.
기관사는 『이 소리가 안 들리냐. 사람이 죽어 가니까 빨리 조치를 취해 달라』고 했다. 그는 또 『대구驛 쪽으로 차를 빼면 안 되겠냐』고도 했다. 이런 다급한 와중에도 운전사령은 『일단 판 내려갔고, 대기하고 있으라』고만 했던 것이었다.
휴대전화 통화를 한 최상렬씨는 기관실 오른쪽 문으로 나가더니 바로 다시 들어왔다. 그는 『안 되겠다. 나갑시다』라며 문을 열고 나섰다. 이씨는 기관사의 팔을 놓치면 죽는다는 생각에 최씨의 팔을 꽉 붙들고 계단을 통해 올라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한 아주머니는 『아저씨(기관사) 어디 있어요』라며 계속 물었다. 지하 2층까지 올라왔을 무렵 이씨는 최씨와 헤어졌다. 소방관들을 만나 구조됐기 때문이다. 최씨는 탈출 이후 대구지하철공사 고위관계자들과 접촉, 어처구니 없게도 녹취록 조작 등 사건 은폐에 들어갔다.
◆오전 10시3분
조효정양은 10시3분 아버지 조진홍(40·회사원)씨에게 전화를 했다.
『사고가 난 것 같아요. 불이 난 것 같은데 아빠 어떻게 해야 해요?』
『효정아, 침착하게 행동해. 일단 밝은 쪽으로 대피해』

조씨가 딸에게 말하는 순간 전화는 끊겨 버렸다. 잠시 후 조씨가 딸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 딸은 『연기가 나서 숨을 잘 못 쉬겠어』라고 말했다. 조양의 목소리는 점점 흐릿해져 갔다.
1년 전 죽은 남편 따라 간 朴여인: 『어머니 애들 부탁해요』라고 마지막 전화
◆오전 10시4분
♥운전사령: 『1079 사령 이상, 1070 사령 이상』 ♥운전사령: 『1081. 1080. 1080. 1082. 1082 나오세요. 1079 나오세요. 1080』
◆오전 10시6분
♥운전사령: 『운전사령에서 본선 운행 중인 全열차에 알립니다. 현재 반월당 신천 간 하선 단전으로 하선 열차 정상운행이 안 되고 있으니까, 상선 열차는 정상운행을 하시고 상선 열차 중에서 보조 계기 제로인 열차 및 큰고개, 중앙로, 교대 간 신호 안 뜨는 열차는 속히 운전사령에 속히 연락 부탁합니다』
◆오전 10시7분
『어머이! 지하철에 불이 나 난리가 났어요』
『어머니, 애들 좀 부탁할게요. 나는 죽지 않아요. 제발 부탁할게요』

엄수미(여·7)·난영(여·6)·동규(남·4) 3남매의 어머니 박정순(34)씨는 울먹거리며 시어머니 황정자(66)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곧 끊겼다. 하지만 돌아온다던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시뻘건 불과 시커먼 연기가 난무하는 阿鼻叫喚(아비규환)의 지하철에서 박씨는 어린 아이들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끝으로 영영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버렸다. 지난해 1월 남편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이후 『애들 때문에라도 살아야 한다』며 악착같이 살아온 그녀였다. 박씨는 남편을 잃고 대구에서 시댁이 있는 영천으로 이사 온 뒤 학교 식당 일을 하면서 조리사가 되기 위해 대구 시내 요리학원에 나가던 길이었다.
◆오전 10시8분
♥운전사령: 『중앙로 전화 호출』(응답 없음)
♥운전사령: 『아, 빨리 인자 차 그렇게 놓고. 차 판 내려놓고 다른 데로 도망가…. 올라가라고. 아, 껌껌하고 그러니까 판을 인자, 판을 내리라고. 판을 일단 판을 내리고 승강장으로 대피하라고. 승강장으로 대피…. 저저, 대합실로 대피하라니까. 우리가 파악이 안 되잖아, 지금. 일단 판 내려야 돼요. 판, 판 내려놓고 차 죽이고 가야 돼, 사령 이상』(이후 전화벨 소리 울림)

기관사는 『일단 탈출했다가 다시 기관실로』 주장
판을 내린다는 것은 전원을 끊는다는 뜻이다. 차를 죽인다는 말은 마스컨 키(Key)를 빼라는 기관사들의 은어다. 「마스컨키」는 「마스터 컨트롤러 키(Master Controller Key)」를 줄인 말이다. 자동차 키와 다른 점은 마스컨 키를 뽑으면 배터리 전원도 끊긴다는 점이다. 따라서 비상등, 환기, 차내방송과 같은 긴급시설까지 작동을 멈추게 된다. 특히 객차 문이 열려 있었을 경우, 마스컨 키를 빼내면 모두 자동으로 닫히게 된다. 단, 이미 객차 안에서 수동으로 열었던 문은 이 키를 빼내도 되 닫히지 않는다.
대구지하철공사 측은 이 대화내용을 빠뜨린 채 작성한 녹취록을 경찰에 제출, 녹취록 조작 의혹을 받고 있다.
1080호에서 숨진 대부분의 승객들은 출입문이 닫혀 있는 바람에 객차를 빠져 나오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대구지하철공사 측에서 「마스컨키」 부분을 녹취록에서 의도적으로 빠뜨려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대구지하철공사 측의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이 시각 1080호 전동차 기관사 최상렬씨가 어디에 있었나 하는 부분은 논란의 대상이 된다. 사고 직후 경찰은 『최씨는 10시2분 이후 전동차를 빠져 나와 지상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다 지난 2월26일에는 『녹취록에 누락된 부분을 살펴보면 최씨가 기관실에 있었다고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씨는 변호사를 통해 『일단 기관차를 탈출했다가 다시 기관실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이영희씨 등과 함께 일단 지하 2층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되돌아왔다는 것이다. 또 이씨 등과 함께 나갈 당시에는 마스컨 키를 뽑지 않았으며 全객차의 출입문이 열려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최씨의 주장이다.
『지하 2층까지 올라갔다가 기관차를 다시 살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다시 기관차로 돌아왔다. 기관실에 들어가자 열차 전압을 알려 주는 고압 게이지가 0~1500볼트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驛 구내의 배전상황이 아니라 기관차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판(팬터그래프를 줄인 말. 전동차 위에 설치돼 터널 천장의 전차선으로부터 전기를 공급받는 장치)을 내리고 마스컨 키로 차량 전체를 죽였다가 10초 정도 기다린 뒤 다시 판을 올리고 키를 돌렸다. 게이지는 곧 1500볼트로 올라갔다. 마스컨 키로 차를 「죽이면」 객차의 출입문은 닫힌다. 그런데 출발이 안 됐다. 다시 객실문을 열었는데, 이때 출입문 개폐를 표시하는 장치가 고장이 나 「오류」라고 떠 있었다.
따라서 문이 실제로 열렸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미 문을 열어 둔 시간이 상당했기 때문에 승객들은 다 나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때부터 무선통화가 안 돼 휴대전화를 썼다. 사령실에 「사람이 죽어 가고 있는데 왜 조치를 안 해 주느냐」고 화를 냈다. 사령실로부터 「판 내리고, 차 죽이고 나가라」는 말을 들었다』
◆오전 10시9분
♥운전사령: 『1082열차 나오세요. 사령이상』
◆오전 10시10분
♥운전사령: 『1082열차 나오세요. 사령 이상. 1079 나오세요 사령 이상. 1080 나오세요 사령 이상』

교대 신호분소장 이성옥씨 등은 기계실에서 가장 가까운 중앙로驛 4번 출구에 도착했지만 상황은 비관적이었다. 시커먼 매연을 토해 내는 출구 앞에서 119구조대원들이 돌격과 후퇴를 거듭할 뿐이었다. 이러는 중에도 지하에서는 구조를 요청하는 전화가 계속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부하 직원들의 전화 목소리가 작아지고 있었지만 이씨는 발만 구를 뿐이었다.
지하의 기계실에서는 청소용 티슈로 문틈을 틀어막고 숨쉬기가 다소 편한 환기구와 배수구 쪽 구석에 교대로 앉아 가며 버티고 있었다(이들 중 일부는 대구驛에서 선로 위를 700여m나 달려온 이성옥씨 등 지하철공사 직원 4명과 119구조대 대원들의 도움으로 대구驛으로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김순자(여·51)씨 등은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오전 10시11분
♥운전사령: 『아이 씨, 중앙로 전화를…』
이 부분 또한 대구지하철 공사 측에서 작성해 경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는 빠져 있던 부분이다.
◆오전 10시13분

이숙자(여·45)씨는 딸 이현진(19)양의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휴대전화는 『안 돼, 엄마, 이러면 안 돼』라는 이양의 마지막 비명만 남긴 채 끊어져 버렸다. 서울大 사회과학계열에 합격한 이양은 대학 재즈 동아리에 들겠다며 음악학원에 가던 길이었다.
◆오전 10시15분
조효정양과 만나기로 했던 설양은 다시 조양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양은 말없이 흐느끼기만 했다.
새카만 재로 변해 버린 중앙로驛
◆오전 10시17분
金大漢씨에 의해 1079호에 화재가 발생한 지 25분이 지난 오전 10시17분이 돼서야 운전사령은 운행 중인 지하철에 대해 운행중지 지시를 내린다. 그러나 이미 1080호 안에 있던 대부분의 승객들이 사망한 이후였다.
♥운전사령: 『全열차에 알립니다. 驛에 도착한 열차는 사령지시 받고 발차하시기 바랍니다』
◆그 이후

대구지하철 방화참사에서 사망자의 거의 대부분은 1080호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지하철공사의 어이없는 화재사고 대처가 빚은 참극이었다.
1080호 전동차 5호 객차에 대한 시신 수습 작업을 한 경북大 법의학과 蔡鍾敏(채종민) 교수는 『최악이었다. 전동차에 들어서자 모든 게 헝클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蔡교수의 추론에 따르면 희생자들의 대부분은 탈출을 위해 무작정 열차 양끝으로 도망쳤다. 1, 2호차 쪽으로 달려간 승객들은 일부 열린 문을 통해 살아날 수 있었지만 5, 6호 차량은 출입문이 닫혀 피해가 더 컸다는 추론이다.
사망한 승객들이 차고 있던 손목시계는 오전 10시40분에 멈춰 있었다. 蔡교수는 『가스에 중독되면서 승객들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10시40분쯤 불길이 1080호 차량을 덮치면서 모든 것을 다 태워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어이없는 참사는 애절한 사연만 남긴 채 무려 200여 명의 생명을 앗아가 버렸다.
사고 며칠 전부터 어머니에게 『엄마, 어떤 선물이 갖고 싶어?』라는 질문을 하던 강수정(여·20·영남大 1년)씨는 빨간색 지갑을 꼭 쥔 채 발견됐다. 강씨는 사고 당일 24시간 식당에서 평소처럼 새벽 아르바이트를 마친 뒤 어머니 선물을 사기 위해 시내방향 지하철(1080호)을 탄 터였다.
이날 월급으로 받은 30여만원이 들어 있는 그녀의 빨간 손지갑은 두툼했다고 한다. 화염과 연기에 그을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손에 꼭 움켜쥔 빨간 손지갑이 그녀의 신분을 확인시켜 주었다고 한다. 자신의 선물을 사겠다고 한 딸의 빨간 손지갑을 확인하는 순간 어머니 이모(44)씨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말았다.
대구지하철 방화사건 범인 金大漢씨가 2001년 뇌경색으로 쓰러져 입원치료를 받았던 대구 달서구 M병원의 원무계장 이상철(36)씨.
그는 『범인이 2주 전 제가 근무하는 병원에 와서 「나를 죽여 달라」고 행패를 부릴 때 가족에게 정신치료를 받게 하라고 연락하지 못한 게 너무 후회됩니다. 그 사람 때문에 아내를 잃을 줄이야…』라며 2월20일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시민회관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시내 병원을 돌며 사흘을 찾아 헤맸지만 지난 2월18일 지하철 사고 이후 연락이 끊긴 아내 박건희(36)씨의 소식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여한을 풀고 하늘나라로 가거라』
서원우(33)씨는 아내 강은숙(26)씨와 아들 민수(2)군, 장모(58)를 한꺼번에 잃었다. 사고 당일은 서씨의 처제 정숙(25)씨의 대학 졸업식이면서 아들 민수군의 생일이었다. 강씨는 이날 동생 졸업식과 아들 생일파티를 위해 직장에 휴가를 내고 어머니, 동생 등과 졸업식장에 가다가 변을 당하고 말았다.
장재혁(25·경산大 3년)씨는 연인 이정님(21·경산大 3년)씨를 잃었다. 이씨와 장씨는 사고 당일인 2월18일 오전 10시 장씨의 집 근처인 성당못驛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이씨는 이날 오전 7시40분 대구行 무궁화열차를 타고 점촌驛을 출발했다. 이씨는 중간 중간 휴대전화를 걸어 위치를 알렸다.
『오빠, 나 김천驛이야. 나, 지금 왜관驛 지났어. 보고 싶어, 빨리 갈게』
문자 메시지도 두 번 보냈다.
『지금 심심해. 기차 차창으로 나무가 보이네』

하지만 이씨는 약속시간이 지났는데도 나타나지 않았다. 불안해하던 장씨는 사고 소식을 듣고 급히 이씨의 휴대전화로 연락했으나, 이씨의 목소리는 들려 오지 않았다.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한 결과, 이씨는 사고 당일 오전 10시22분 중앙로驛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씨의 휴대폰에는 이씨가 건 네 통화의 부재중 통화가 찍혀 있었다. 장씨는 『마지막 순간 정님이가 걸어 온 전화를 못 받은 게 가장 가슴 아프다』며 『암흑 속에서 다급하게 자신을 찾아 전화 거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지난 3월3일 서울大 입학식이 열린 교내 체육관. 신입생 대표의 『우리 서울대 학생은 학생의 본분을 다하고…』라는 선서가 시작되는 순간 이숙자씨는 가방에서 신문지에 싸온 딸 이현진양의 사진을 꺼냈다. 대구지하철 방화참사로 실종되기 하루 전 친구들과 찍은 활짝 웃는 모습이었다.
李씨는 『입학식에 안 올 생각이었지만 딸의 못 이룬 꿈을 이뤄 주기 위해 왔다』고 했다. 이양의 부모는 이미 낸 등록금을 환불하지 않고 다른 차점자를 합격시켜 달라고 학교 측에 요청하기도 했지만 학교 측은 어렵다는 의사를 밝혔다.
마지막 식순인 교가 제창을 마치고 학부모·신입생 1만여 명이 환호를 지를 때 李씨는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말했다.
『현진아, 내 딸아…. 이제 여한을 풀고 하늘나라로 가거라』
경찰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사망 198명, 부상 145명 등 인적피해가 총 343명에 이르고 실종 신고된 605명 가운데 생존확인 289명, 사망확인 23명, 부상확인 3명, 이중신고 33명, 확인 중 257명 등으로 잠정집계됐다고 지난 3월5일 밝혔다.
경찰은 방화범 金大漢씨를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1080호 기관사 최상렬(38)씨 등 대구지하철공사 직원 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했다. 또 1079호 기관사 최정환(32)씨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종합사령팀장 곽모(50)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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