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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낮게 부드럽게
gigo

 

윤종호                                                

 

늙으면서 키는 점차 줄어든다. 등뼈 마디 사이의 연골은 얇아지고, 허리가 굽어지며 뼈를 둘러싼 근육도 위축된다. 머리가 땅과 더 가까워지니, 하늘을 찌를 듯하던 기상도 자연히 움츠러든다. 하늘 쪽으로 기웃거릴 게 아니라 땅에 가까이 가라는 조물주의 뜻을 짐작했는지, 벼 이삭도 익으면 머리를 숙인다.

용기와 근면은 나이와 건강이 받쳐줄 때 미덕이 되었으며,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기도 하였다. 도전과 시행착오도 연부역강(年富力强)할 때의 얘기다. 세월의 비바람을 맞은 마음이 낮은 곳으로 향하는 순리를 알고 실천한다면, 남은 삶이 한결 평화로울 것 같다.

밀물처럼 스미는 노화 현상에 감정을 감추기도 쉽지 않아서, 거울을 보다가 ‘억’ 소리를 지를 뻔한 적도 있었다. 벼가 익으면 숙이고 과일도 여물면 땅에 드리우는 이치야 뻔히 알면서, 자신의 노화 현상에 이토록 낯설어하는 심사라니!

욕망과 경쟁심에 불타던 젊은 날은 멀리 갔다. 이제 소소한 취미와 정신적 활동을 되살리거나, 삶의 궁극적 의미를 찾아 서서히 나아갈 때 노인만이 누리는 평화나 행복감도 맛볼 수 있으리라.

노익장을 과시하며 젊은이와 힘겨루기 할 때는 아니다. 노인에게 어울리는 오솔길을 찾고, 부드러운 방법을 구사할 때 육체와 정신 간에 균형과 조화를 이루기가 수월할 것 같다. 내가 빚는 글과 행동 간의 균형, 사람들 간의 화합과 조화를 이루는 균형, 물질과 정신 간의 균형 등은 남은 세월에 이룰 과업이다.

나이가 들면 실행력이 떨어지지만, 걱정은 오히려 많아지고 말수도 늘기 쉽다. 육신은 퇴화해도 마음을 낮게 갖기는 쉽지 않은 탓이다. 남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는 데도 상당한 덕성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앞서고 싶고 아는 척하는 본능이 사람을 진득하니 두질 않는다. 남은 시간을 의식해서 예민해질 때쯤엔 더 그럴 것 같다.

도가(道家)의 가르침에 “사람은 말이 많으면 자주 이치에 궁(窮)하게 되니, 묵묵히 중도를 지키는 것만 못하다.”라고 했는데, 글 쓰고 말할 땐 이 말씀이 내 손과 혀를 잡고 늘어진다.

대통령 자리를 노리는 어떤 이는, 국민을 대할 때 죄인 다루듯 윽박지르고 헛소리를 탕탕 친다. 인문학적 소양이 빈약하고, 경제의 ABC도 모르는 사람 같다. 그를 편들며 목소리를 높이던 100세가 넘은 어느 학자는 망신스러운 비난을 듣고서야 멈칫했다. 70여 년 내려다보며 가르치더니, 자신이 가장 권위 있고 현명하다고 자부하는 모양새다. 심한 착각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더 현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는 국정 전반을 매도하고, ‘감 놔라, 대추 놔라’ 했다. ‘그러잖으면 나라가 곧 망한다.’며 목청을 돋우는 호들갑이 참 경박스럽다. 그는 학자로서 지닌 반듯한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 결국, 어떤 이가 그에게 심한 모욕감을 주는 사건이 터졌다.

노학자가 견강부회적 논조로 사회 소요를 부추기는 점, “지금 나라가 무너지고 있다.”라는 그의 데마고기(demagogy)를 한 줄 비판도 없이 한 면 전부를 할애하여 게재한 조선일보의 편집 태도, 그 노인이 지지하는 후보자의 자질이 시대적 요구나 국민의 기대치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점 등은 눈에 띄는 문젯거리다.

1990년대부터 근래까지 휴거론(携擧論)이 사회를 술렁이게 했다. “구세주가 믿는 자들을 데리고 승천한다”라는 주장이었다. 많은 목회자가 나팔을 불었다. 가정은 소용없으니 이혼할 것, 집은 팔고 학교는 자퇴할 것, 감사 헌금을 바치고, 하얀 옷 입고 천국에 갈 준비만 하란다. 이 소동으로 이득을 취한 선동꾼들은 뻔뻔스럽다. 그들은 왜 여태 지상에 남아 있는지?

그리고 한국은 “망하고 있다”라고 주장하는 노학자의 말이 옳은지 그른지는 한 두 해 안에 판명이 난다. 국가 부도를 맞든, 공산주의로 통일이 되든, 아니면 지금처럼 발전을 지속하든 말이다. 노인이 무책임한 휴거론자들의 전철은 밟지 말기를 빈다.

살면서 얻은 지식과 경험이 모두 진리일 수는 없다. 변화가 빨라서, 고작 몇십 년의 내 경험이나 지식은 잠깐 새 보잘것없게 된다. 전자 기기(器機) 덕에 저마다 똑똑한 시절인데, 내 경험담에 귀 기울일 사람이 그리 많을까? 알량한 지식과 체험담을 알리느라 심마니처럼 목소리를 높이면, 주위에서 보이던 인간적 존경심마저 걷어가 버릴라. 마지막 날이 저만치 보일 때쯤이면 뭔가를 이루려는 조바심은 더할 테지. 그런 처지가 되면 현학적 허세까지 끌어다 쓰려는 유혹을 참기 어려울 것이다.

여름 꼬리가 길 때면 화려한 단풍을 보기 어려워 섭섭했다. 화려한 빛깔만 마지막 장식으로서 가치를 지녔을 리 있나. 추풍에 지기는 마찬가지인데. 뇌졸중이나 치매로 가족생활을 황폐화하지나 말고, 마른 잎같이 조용히 질 수 있다면, 그도 좋으련만. 조촐하고 평범한 삶에도 자연의 이치는 살아있다. 소박한 마무리에도 절도가 있으면 절로 위엄이 서리고, 복 받았다고 여길만한 삶도 그 속에 있지 않을까.

나이 들수록 말수는 줄이고, 목소리는 낮추고, 행동은 부드럽게 유지하는 게 현명하다고 일러 주는 것 같다. 인류의 영원한 스승이나 공인된 종교가 권하는 길도 그러하니, 벌떡거리는 욕망을 지그시 누르게 된다. (202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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