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땅에 헤딩하기”로 비유되는 이민의 삶에 대하여, 몇몇 사람들과 진지하게 의견을 나눠본 적이 있다. 1970년대는, 한국정부의 외환통제정책으로 이민자들이 거의 빈손으로 나가 정착할 수밖에 없었고 캐나다에서 한국의 학력이나 경력이 거의 쓸모가 없었던 시절이라고 한다. 당시에는, 타국으로 이주하여 정착하는 것 자체가 문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기”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 당시만 그랬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다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이민 와서 뿌리를 내리는데 “맨땅에 헤딩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민 정착지를 결정하기 전에, 두 가지 상반된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표현이 지나칠지 모르겠으나, ‘풍요로운 나라에서 거지처럼 살기’와 ‘빈곤한 나라에서 귀족처럼 살기’다. 어느 곳에 가서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든 각자 알아서 할 일이겠지만, 풍요로운 나라에 와서 빈궁하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어쩐지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하는 느낌이 든다. 물론, 생활의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것만이 이민의 목적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낯선 타국에 가서 억지로 고생하며 구질구질하게 살 이유는 없는 것이다. 애당초 이런 삶을 목표로 이민을 결행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1980년대 말, 미국으로 건너가 자동차 계통의 연구소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 부러운 것이 하나 있었다. 당시에도, 일본 자동차회사나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미국에 많이 진출한 상태였기 때문에, 일본인들은 미국에서도 어렵지않게 좋은 조건의 Job을 구할 수 있었다. (지금 상황도 크게 다를 바 없지만…) 미국회사 내에서도 여러가지 상황이 일본인들로 하여금 상대적인 우월감을 조성하여 주고있었다. 비록 버벅거리는 영어를 구사하는 그들이지만, 당당하게 활보하는 것이었다. 미국인들이 날 것을 먹는 야만인이라고 비아냥거리던 일본인들이다. 그런데, 어느새 미국인들도 날고기를 세련되게 먹을 수 있어야 품위 있는 것으로 여기고있는 것이다. 맛도 제대로 모르고 먹는 주제에… 미국인들이 변한 것이다. 필자에게는, 미국인들이 날고기를 맛을 알고 먹든지 말든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저 남의 나라에 와서도 맨땅에 헤딩할 필요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일본인들에게 주어진 여건만큼은 솔직히 부러울 뿐이다. 오늘도 정신없이 맨땅에 헤딩하고 있는 사람들은 필자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