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연 (Joyoon Cho)
현 퀸즈칼리지어트 학장, 문학박사 (사회언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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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rginia-Tec 사태가 남긴 충격, 실망, 그리고 교훈
queenscollege
2013-07-15
12년 전 미국의 Michigan주로 이민 왔다가 다시 Virginia주로 이주하여 일구월심 자녀교육이라는
American Dream을 이루기 위해 세탁소에서 하루하루 고되지만 열심히 살아온 Komerican
(Korean American) 이 바로 조승희 (Seung-Hui Cho) 의 부모이고 가족이다. Virginia주의
Fair Fax County 는 좋은 학군으로 유명하여 한국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이다. 조승희
부모님의 교육에 대한 열정을 알만하다. 더구나 누나인 조선경 (Sun-Kyung Cho)씨는 명문
Princeton University를 졸업한 재원으로 미국사회에 성공적으로 적응했을 뿐만 아니라, 그녀가
가족을 대신하여 작성한 Virginia-Tec 희생자들 (victims) 에 대한 사과문을 봐도 학문적으로
인격적으로 확실히 뛰어난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조승희 역시 135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주립대학인 Virginia-Tec의 영문학과에 들어가서 4학년을 재학 중이었으니 적어도 학문적으로는
실패한 사람은 아니었다. 조승희 가족의 교육이민이, American Dream이, Komerican의 애환
어린 결실이 눈 앞에 보였다.
그런데 4월 16일 이른 아침 아직 한국국적을 가지고 있던 이민자 조승희가 Virginia-Tec의
Campus를 피로 물들이고, 미국과 한국, 그리고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엄청난 대학살
(massacre) 을 감행했다. 그것도 면밀주도하게 계획된 학살이었으며, 무고한 동료들을 향한
무차별 총격 (random shooting) 이었고, 기독교와 성경을 비유하여 모두를 방탕한 부자들로
일반화하여 사탄을 쓸어버리듯 대범하고도 잔인하게 만행을 저질렀다. 미국사회는 총기관리와
이민자에 대한 정책을 재고할 수 밖에 없게 됐고, 미국은 물론 캐나다에 이민 와서 살아가는
Korean Community는 타 인종으로부터 오해 받을까 봐 심히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한국사회는 조승희와 조승희 가족에 대한 무차별 보도는 물론 조승희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대통령까지 나서서 공식적인 애도를 표시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총격사건을 겪으면서 필자가
경험한 것은 충격과 실망 그리고 교훈의 연속이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미국인과 한국인의 반응과
대응, 그리고 이번 사태를 통한 교훈에 대하여 생각해보고자 한다.
첫째로, 조승희의 문제는 상상하기도 싫지만 꼭 나쁜 악마의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의
자식에게서도 일어날 수도 있는 우리의 문제이다. 그는 원래 괴물이 아니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괴물이 되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기 때문이다. Robert Louis Stevenson의 소설, Dr. Jekyll
and Mr. Hyde가 보여주듯 한 개인 속에는 선하고 지적인 지킬 박사 (Dr. Jekyll) 가 있는
동시에 악날한 살인마 하이드씨 (Mr. Hyde) 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수줍고 내성적 성격의
소유자로 엄청난 부정적 감정이 축적되어 우울증에 시달려 온 조승희, 미국학교의 동료들이
보여준 냉랭한 배타적 분위기, 일방적이고 이론적 (unidirectional and theoretical)인 신앙으로
무장한 듯 보이는 그에게, 자유 분망하고 타락한, 게다가 지극히 개인적이고 여전히 끼리끼리
어울리는 미국의 학교사회는 결국 그로 하여금 감정여과 (emotional filtering) 를 하지 못한 채,
1.5세로서의 자기자신의 정체성 (identity) 의 출구를 찾지 못한 채, 그 자신의 내부에 있던 Mr.
Hyde가 Dr. Jekyll을 누르고 화산처럼 폭발한 결과이다.
둘째로, 조승희 사건은 한국인이나 동양인의 인종적 문제 (ethnical problem) 가 전혀 아닌
개인의 문제 (individual problem) 인 것이다. 따라서 조승희가 한국인이라는 것과 연결시켜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추론 (inference) 이며, 그래서 이번 사건은 정말 충격적이지만 모든
이들의 문제이고, 인간의 무서운 자화상 (self-portrait) 이며, 특히 유학생들의 경우 조승희가
겪었을 엄청난 정신적 압박 (mental pressure) 은 누구나 유학 초기에는 겪어 왔고 또 겪게 되어
있는 일이다. 이것 또한 이상한 일이 아니다. 미국의 어린 학생들이 어떻게 그렇게 성숙하게
다른 나라에서 온 말이 잘 안 통하는 친구들을 따뜻하게 배려하기를 바라겠는가? 아쉬운 학생이,
필요한 학생이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대응하고 돌파해야 할 문제이다. 점심시간에 자기들끼리
운동하고, 자기들끼리 밥 먹고, 자기들끼리 얘기할 때 느낀 외로움과 서운함, 그리고 영어를 잘
못 알아들었던 ESL학생의 처지에서 겪은 그러나 이제는 잊혀진 수모 (insulting) 가 하나 둘이
아니었을 우리 자녀들인데, 부모님들께서 잘 모르실 따름이다. 조승희는 성격상 감정을 여과하지
못했고, 또 설상가상으로 보복심리가 많은 성격에 우울증이라는 정신적 질병이 Mr. Hyde를
폭발시키는 가속 (accelerating) 의 결과로 보인다.
셋째로, 이번 조승희 사건을 접하여 미국이나 캐나다에 살고 있는 이민자와 유학생 등 Korean
Community 의 예민한 반응 (sensitive reaction) 은 이해 할 만 하다. 우리는 같은 처지에
있기에 그렇다. 같은 처지에 있는 우리들은 자녀들을 생각해보고 똑 같은 감정을 겪었지만 잘
이겨낸 우리 자녀들에게, 또 지금도 학교에서 조승희처럼 놀림 받기도 하고 오해 받기도 하는
우리 자녀들에게 격려와 배려와 용기를 주어야 한다. 중국인으로 오해 받아 “중국으로 돌아가!
(Go back to China!)”, 발음이 안 좋았는지 “뭐라고 말한 거야? (What did you say?)”, 엉뚱한
것을 하게 되면, “너는 그거 하는 게 아냐! (You are not supposed to do that!)” 등은 흔히
있는 일이고, 인종적 차별로 받아들여지는 말과 욕들이, 특히 남학생들의 경우에는 많이 있다.
이것은 동남아시아에서 Korean Dream을 가지고 한국에 와 있는 외국사람들이 한국인들에게
겪는 수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지만, 사실 영어가 약한 유학초기에는 누구나 겪는 일이다.
잘 이겨내 준 자녀들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이고, 지금 학교에서 영어 때문에 못 알아들으면서도
알아듣는 체 하는 자녀들에게 격려와 용기를, 극복과 돌파의 용기를 줘야 할 일이다. 우리
자녀들이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얼마나 소중한 인내와 용서, 극복의 시기를 지냈는지,
부모들로서 자녀들을 대견스럽게 생각하셔야 한다.
넷째로, 한국의 방송과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충격과 실망을 감출 수 없다. 어떻게 확실하지도
않은, 그것도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을 여과 없이 앞 다투어 내 보낼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조승희가 저지른 총격사건은 분명 한국민들이 수치로 받아들이고 조승희로 인하여 한국인이 받을
오해와 불이익을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지나치고도 지나치다. 부모의 자살 설이 도대체
무엇인가? 자식을 잘 못 교육하였으니 정말 자살이라도 하란 말인가? 이 세상에 그 어떤 부모가
자식에게 사람을 죽이라고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 세상 어떤 부모가 자식에 대하여 그렇게
장담하며 책임질 수 있단 말인가? 어머니의 사망 설과 아버지의 재혼 설은 또 무엇인가? 아들이
문제라고 부모에 대해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매도하고 추측하고 사적인 문제들을 맘대로 보도해도
된다는 말인가? 조승희가 미국땅에서 32명을 희생시키고 미국을 충격 속에 몰아넣었어도 미국의
방송들은 조승희 부모에 대해서 일체 보도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당국은 부모를 격리시켜
보호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주었다. 이번 일로 일부 네티즌들은 보모의 자살이 당연하고, 더
나아가 나라가 싫다고 가더니 무슨 꼴이냐고 반문하여, 외국유학과 이민을 근본적으로 매도하는
의중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남의 슬픔을 내 슬픔으로 아파하기 보다는, 남의 행동이 나에게
피해를 줄까 걱정하는 신경질적인 반응 (hysterical reaction) 을 보였다. 남 얘기 (gossiping)
를 좋아하고, 남을 매도하는 문화, 남을 내 식으로 심판하는 문화, 감정의 문화, 굿거리문화는
이제 청산했으면 한다. 어려운 처지의 남을 배려하고, 내가 억울하게 피해를 보아도 남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승화시키는 한국인이 되었으면 한다.
다섯째로, 미국사회는 아주 많이 반성해야 한다. 사람들은 흔히 “낳은 부모보다 기른 부모가
진짜 부모” 라고 들 한다. 조승희가 이민자이고 국민학교 2학년 때부터 대학교 4학년 재학 중일
때까지 미국의 교육을 받았다. 미국의 교육시스템을 점검해야 할 일이다. 미국은 이민자들의
나라로 시작했고 또 모두가 이민자들의 자손이다. 미국의 역사적 처지 (historical identity)
를 살펴볼 때 누구한테도 외국인이라고 홀대할 처지가 아니다. 조승희 개인의 악마 같은
성격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미국사회가 교만하고 배타적이고 부도덕하고 부패한 것 또한
사실이다. NBC가 공개한 조승희 파일 중 일부가 미국사회를 향하여 퍼부은 독설은 시사하는
바가 엄청나다. 미국국민 모두가, 특히 정치인들은 충격 속에서 반성해야 한다. 미국은 잘 못된
자세, 교만과 독선적 자세를 스스로 청산해야 한다. 대량학살무기를 가진 자는 이라크가 아니라
미국 자신이다. 누가 미국에게 이라크의 무고한 국민을 학살하라고 허락했나? “세상사람들은
미국을 왜 미워하는지 모르겠다” 고 미국국민들이 생각한다는 기사가 캐나다 신문 1면에 보도된
것을 보고 기가 막혔다. 그렇게 자신을 모르는 게 미국이고 미국인들이다. 누가 Saddam
Hussein, 김정일, 그리고 Osama Bin Laden을 칭찬하겠나? 그렇다고 누가 George Bush를
칭찬하는 사람도 없을 성 싶다. 9.11로 인한 미국과 미국인의 충격 또한 엄청나다. 그래서
이것은 미국이 Afghanistan과 Iraq를 공격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미국의 방송들은 Iraq와의
전쟁보도를 할 때 대부분, “The War for Iraq” 로 타이틀을 잡는다. 교만의 극치이다. 이라크의
국민 누가 미국에게 자국민을 학살하고 이라크를 해방시켜달라고 했나? 미국은 자신의 국익을
위해 석유자원의 확보를 위해 남의 나라를 유린하고는 있지 않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런
미국의 교만이 조승희 사건을 불러온 것은 아닐까 반성해보아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을
아신다. 어려운 기대이겠지만 미국의 엄청난 반성과 변화가 뒤 따르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한국과 한국인들도 좀더 신중하고 성숙한, 그리고 남을 배려하는 태도를 가졌으면 한다.
하나님께서 미국인에게 주신 교훈은 ‘겸손’ (humbleness) 이며, 한국인에게 주신 교훈은 ‘배려’
(consideration) 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