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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운 변호사의 풀어쓴 캐나다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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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UBC) 경제학 학사 (B.A)
UBC 법무 석사 (J.D.)
Georgetown 법학 석사 (LL.M.) 국제상경법 전공 (International Business and Economic Law), Certificate in WTO Studies 국제무역기구에 관한 연구 증서), Global Teaching Fellow

캐나다 변호사 (British Columbia 주)
미국 변호사 (New York 주)

Amicus Lawyers 근무 (2009 - 2011)
New Westminster 시 상공 회의소 이사 (2010 - 2012)
밴쿠버 조선일보 법률 칼럼니스트 (2010- 2012)
현 Crowell & Moring LLP 국제무역 분석가 (Washington, DC)

Law Society of British Columbia 회원
Canadian Bar Association 회원
Korean Canadian Lawyers Association 회원
New York State Bar Association 회원
American Society of International Law 회원

E-mail: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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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4
여덟 번째 이야기 ? 자필 유언장

1948년 6월 8일 있었던 일입니다. Saskatchewan 주의 농부였던 Mr. Cecil George Harris는 이날 아침 평소처럼 트랙터를 끌고 자신의 밭으로 향했습니다. 아내와 두 어린아이에게는 밤 10 정도까지 밭에서 일한다고 이야기를 해 놓았습니다.

밭에서 일을 한 지 1시간 정도 지났을 때 Mr. Harris는 트랙터의 설정을 조정하기 위해 타고 있던 트랙터에서 내려 잠시 그 뒤에 섰습니다. 이때 트랙터는 후진 기어로 놓여 있었는데 Mr. Harris가 이사실을 눈치챘을 때는 벌써 갑자기 후진하기 시작한 트랙터의 뒷바퀴에 자신의 왼쪽 다리가 깔린 후 였습니다.  

 

Mr. Harris는 트랙터에 다리가 깔린 체로 10시간 이상 있다가 같은 날 밤 10시 30분 자신을 찾으러 밭으로 나온 아내에게 발견되어 병원으로 호송되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심각한 부상을 입은 Mr. Harris는 결국 병원에서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Mr. Harris가 세상을 떠난 후 사건 현장을 관찰하던 이웃들은 트랙터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트랙터의 펜더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었던 것입니다.

“In case I die in this mess, I leave all to the wife. Cecil Geo Harris.”

트랙터에 깔렸을 때 Mr. Harris는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가지고 있던 주머니칼로 트랙터의 펜더에 만약 이 사고로 자신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내에게 남긴다는 메세지를 새겨 놓았던 것입니다.

이 글 이외에 Mr. Harris는 어떠한 유언장도 남기지 않았고 법원은 이 트랙터 펜더를 Mr. Harris 의 자필 유언장으로 인정했습니다. 

 

이 펜더는 현재 University of Saskatchewan 법대 도서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Mr. Harris 가 남긴 글귀가 자필 유언장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유언에 관련된 Saskatchewan 법 (Wills Act 1996) 이 holographic will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Holographic will 이란 유언을 남기는 사람이 직접 손으로 쓰고 서명한 유언장으로 굳이 증인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필 유언장이 모든 주에서 법적인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BC주는 holographic will을 인정하지 않는 주의 하나로 유언자가 특별한 상황에 처한 군인이나 선원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반듯이 2명 이상의 증인 앞에서 유언장에 서명해야 합니다. 

 

유언장은 그 진위를 판단해야 할 때 유언자가 이미 세상에 없으므로 작성하는데 더욱더 그 절차가 중요합니다.  따라서 유언에 관련된 법은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규제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규제를 잘 알지 못하고 작성한 유언장은 작은 실수 때문에 법적 효력을 잃는 일도 있습니다.


*법적 책임면제고지: 이 글은 법률 조언이 아니며 저자는 이 글에 대한 일체의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법률 조언이 필요하신 분은 변호사를 찾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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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4
일곱 번째 이야기 ? 워런티 (warranty)

라틴어 격언으로 “Caveat emptor”라는 말이 있습니다. 영어로 번역하면 “Let the buyer beware” 즉 “구매자가 조심하게 하라.”라는 뜻으로 무언가를 구매할 때 물품의 하자 유무에 대해서는 구매자가 확인할 책임이 있다는 일종의 구매자 위험 부담 원칙입니다. 

 

이 원칙은 중세에 영국에서 관습법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구매자의 권리를 중요시하는 근대의 상거래 문화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Caveat emptor는 판매자에게는 유리하지만, 구매자가 안심하고 물품을 살 수 없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warranty라는 개념의 발달과 함께 상거래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개념이 되었습니다.  

 

Warranty는 representation(진술, 4회 참고)의 일종으로 거래에 중요한 어떠한 사실을 약속한 것입니다. Warranty 는 미래의 사실에 대한 약속을 포함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우리가 물건을 살 때 쉽게 접할 수 있는 품질보증의 경우 해당 물건의 현재 품질뿐만 아니라 미래의 품질도 일정기간 보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품질보증은 대표적인 express warranty 즉 명시되어 있는 보증이지만 매매법에는 판매자가 명시하지 않더라도 인정되는 보증도 있는데 이러한 보증을 implied warranty 즉 묵시적 보증이라고 합니다.

Implied warranty에 대한 법조항은BC주 Sale of Goods Act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캐나다는 common law 즉 보통법을 따르는 국가이기 때문에 (3회 참고) 많은 분야에서 성문화된 법보다 판례로 이어져 내려오는 관습법을 따릅니다. 하지만, 상거래와 관련해서는 법률을 제정하여 따르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각주에서 제정한 Sale of Goods Act입니다. 
 
Sale of Goods Act를 처음 제정한 나라는 영국으로 19세기 말 MacKenzie D. Chalmers라는 판사가 그때까지 매매에 관한 영국의 관습법을 집대성하여 성문화시켰습니다.

이후 이 법은 수많은 영연방 지역에서 도입되었는데 B.C. 주도 그중에 하나로 1987년 영국의 법을 별다른 수정 없이 그대로 도입하였습니다.

 

현재 BC주의 Sale of Goods Act에서 보장하는 implied warranty는 근 130년 전에 제정된 영국의 법에서 보장하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판매자는 별도로 명시되어 있지 않아도 자신이 해당 물건을 팔 권리가 있음을 보증해야 하며 물건이 매매된 후 구매자가 제삼자의 방해 없이 해당 물건을 온전히 소유할 수 있음을 보증해야 합니다.

또한 상인이 물건을 판매했을 때 별도로 해당 물건의 품질에 대해 명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물건의 품질을 보증해야 하는데 이럴 때 적용될 수 있는 보증으로 implied warranty as to quality and fitness (상품적격성에 대한 묵시적 보증) 와 implied warranty of merchantability (상품성에 대한 묵시적 보증) 가 있습니다.

Warranty 덕분에 오늘날 구매자는 물건에 하자 유무를 조사하는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Caveat emptor의 원칙은 아직도 영미법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이 고대의 격언은 물건을 거래할 때 경계를 게을리하지 말라는 교훈으로 아직도 충분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법적책임면제고지: 이 글은 법률 조언이 아니며 저자는 이 글에 대한 일체의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법률조언이 필요하신 분은 변호사를 찾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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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4
다섯 번째 이야기 ? 미성년자도 계약을 할 수 있을까요?

캐나다에서 법적으로 성인으로 인정받는 나이는 몇살일까요? 

어쩌면 단순한 듯한 이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하실 수 있는 분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정답은 “경우마다 다르다” 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형법상 18세 이상은 모두 성인과 같은 처벌을 받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미성년에 대한 형법상 처벌을 완화하는 연방법인 Youth Criminal Justice Act가 오직 18세 미만에게만 적용이 됩니다. 

 

그 이외의 경우 주마다 성인으로 인정받는 나이가 다릅니다. B.C. 주의 경우 성인으로 인정받는 나이는 만 19세입니다. 온타리오와 알버타는 만 18세 입니다. 이는 주마다 주정부법으로 성인의 나이를 정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성인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법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겟지만 그중에 대표적인 예가 계약을 이행해야 할 의무의 유무(有無)입니다. 

 

미성년자라고 해서 계약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미성년자에 관한 B.C. 주 법 (Infant Act) 에 따르면  미성년자가 한 계약이라 할지라도 그 계약의 상대방이 성인이라면 그 성인은 반드시 계약을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미성년자는 반드시 계약을 이행해야 할 의무가 없습니다.  미성년자의 경우 만약 원한다면 자신이 한 계약이 무효임을 주장하고 계약 내용 전체를 파기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계약의 대가로 무언가를 받았다면 모두 돌려주어야 하겠지요. 

 

미성년자의 계약이 일반적인 계약이 되려면 그 미성년자가 성인이 된 후 자신의 계약을 인정하거나 이행해야 합니다. 만약 미성년자가 성인이 된 후 1년 안에 자신의 계약을 파기하지 않으면 그 계약은 인정된 것으로 간주됩니다.  

 

미성년자가 한 계약이라도 일반적인 계약과 똑같은 취급을 받는 계약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택임대에 관한 B.C. 주 법 (Residential Tenancy Act) 에 따르면 주거 공간이 필요해서 체결한 주택임대 계약의 경우 미성년의 계약이라고 할지라도 일반적인 계약과 똑같은 취급을 받습니다.  또한 학자금 융자에 관한 연방법 (Canada Student Loans Act) 에 따르면 학자금 융자에 관해서는 미성년이라고 할지라도 성인과 똑같은 채무 상의 의무를 가지게 됩니다. 이러한 예외는 전통적으로 미성년자의 계약이 최소한의 생필품, 의료 서비스, 교육, 등에 관해서는 일반적인 계약과 같은 취급을 받았던 데에서 기인합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계약들은 부당하게 성립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예외가 있다고 하여도 미성년자와의 계약은 위험부담이 큽니다. 따라서 어려 보이는 상대와 계약을 할 때는 가능하면 상대방의 신분증을 꼭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미성년자에게 무엇을 팔거나 빌려줄 때에는 계약이 있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파기될 수 있음을 명심하시고 만약 반드시 미성년자와 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다른 성인에게 보증을 요구하거나 미리 법원의 승낙을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법적책임면제고지: 이 글은 법률조언이 아니며 저자는 이 글에 대한 일체의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법률조언이 필요하신 분은 변호사를 찾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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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4
네번째 이야기 ? 말에 따르는 책임

집을 사거나 팔아보신 분들은 계약서를 꼼꼼히 읽어보신 경험이 있을겁니다.  

보통 집을 매매할 때는 BC주 부동산 협회 (BC Real Estate Association) 와 변호사 협회 (Bar Association) 가 함께 제작한 표준 양식의 계약서를 많이 씁니다.  그래서 계약서 내용이 많이 다르지 않지요.  표준 양식 계약서에는 Representation and Warranties 라는 흥미로운 조항이 있습니다.  

 

Representation 은 한국 법률 용어로 진술(陳述), 고지(告知), 또는 개진(開陳) 이라고 합니다만 간단히 설명하면 누군가를 유도해 계약을 맺기 위해 말한 내용을 일ㅤㅋㅕㄷ는 표현으로 만약 그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면 손해배상청구의 근거가 됩니다.

Representation 성립은 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특히 계약의 당사자들 간의 지식이 현저히 차이나는 경우 representation 이 성립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자전거를 전문으로 파는 가게의 주인이 손님에게 “이 자전거는 산길에서 타기 좋은 자전거입니다” 라고 했다면 그 말은 자전거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구매자에게 representation 이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은 자신의 판단보다는 자전거 주인의 말을 믿고 자전거를 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지요. 만약 그 말이 거짓이었다면 구매자는 자전거 주인에게 손해 배상을 청구 할 권리가 있습니다. 

 

비슷한 예로 A가 집을 팔 때 “이 집은 비가 새지 않습니다” 라고 말하였고 그 말을 믿은 B가 집을 구매하였다면 A의 말은 representation 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만약 A가 판 집이 비가 새는 집이 었다면 A 는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고 B 에게 손해 배상을 해 주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집을 사거나 팔때 쓰는 표준 양식의 매매 계약서를 살펴보면 “There are no representations, warranties, guarantees, promises or agreements other than those set out in this Contract…”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무슨 뜻인가 하면 계약서상 명시되어있지 않은 진술 즉 representation 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집을 팔때 판매자는 그 집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난방이 잘 된다거나 방음이 잘 된다거나 혹은 깨끗하게 사용한 집이라는 말로 구매자에게 그 집의 가치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을 따로 명시하지 않고 표준양식의 주택 매매 계약서에 서명을 한다면 결국 계약서상 판매자는 자신이 한 어떠한 말에도 법적 책임을 질 의무가 없습니다. 이러한 점이 바로 표준 양식의 계약서를 쓰는데 따르는 위험성입니다.  

 

일반적으로 주택매매의 경우 기본양식의 매매계약서를 써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구매자의 경우 가능하면 inspection 을 철저하게 하고 판매자가 해당 주택에 대해 밝힌 내용 중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은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판매자의 경우 주택에 대해 과장된 말이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을 하지않고 추후에 분쟁의 소지가 될 만한 representation 을 계약서상 명시 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또한 일반적인 부동산 거래가 아니라면 가능하면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법적책임면제고지: 이 글은 법률조언이 아니며 저자는 이 글에 대한 일체의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법률조언이 필요하신 분은 변호사를 찾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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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9
세번째 이야기 ? “캐나다 법은 어디에 적혀 있나요?”

세번째 이야기 – “캐나다 법은 어디에 적혀 있나요?”

 

간혹 캐나다 법은 어디에 적혀 있냐는 질문을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럼 저는 다시 물어보지요. “어떤 법을 말씀하시나요?”

법에는 종류가 많습니다.  

 

일단 법중의 법, 가장 기본이 되는 법, 헌법이 있겠지요.  캐나다 헌법의 역사는 상당히 길지만 간단히 이야기 하면 1867년 캐나다가 영국의 통치로부터 자치권을 획득할 때 영국의회에서 제정한 British North America Act 라는 법을 캐나다에서 Constitution Act 1867 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어서 헌법으로 사용하여 오다가 1982년 트루도(Trudeau) 총리의 주도로Constitution Act 1982 을 제정하여 함께 헌법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범죄와 형벌의 내용을 규정하는 형법의 경우 1892년 처음 제정된 Criminal Code of Canada가 있습니다. 이 법은 연방의회에서 제정한 법으로 캐나다는 미국과 다르게 주(州)형법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위에 말씀드린Constitution Act 1867에 명시된 바에 따르면 형법 제정에 관한 모든 권한은 연방정부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대부분 범죄에 대한 형법제정을 각주(州)에 맡긴 미국과는 상반되는 부분입니다. 

 

한국분들이 가장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캐나다법은 민법입니다. 캐나다의 민법은 법조항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헷갈리지요?  그 이유는 캐나다가 영국, 미국과 같이 Common Law 를 사용하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Common Law 는 한국말로 직역하면 보통법이지만 미국과 영국에서 쓴다고 해서 영미법(英美法)이라고도 하고, 제정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불문법(不文法)이라고도 합니다.  또한 관습에 의해서 형성되었다고 관습법(慣習法), 재판의 선례에 의해 성립되었다 하여 판례법(判例法)이라고도 합니다.  이렇듯 많은 이름은 Common Law 가 우리나라,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이 사용하는 대륙법과 어떻게 다른지 잘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Common Law 의 역사는 13세기 영국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때부터 영국은 일일이 법조항을 만들기 보다는 관습을 토대로 한 법관들의 판결을 기록하여 후대에 따르도록 해, 법관이 법을 만드는 전통을 만들고 발전시켰습니다. 대륙법에서는 법관의 역할을 법의 적용과 해석에 제한하는 것에  반해 확연한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Common Law 를 따르는 캐나다에서는 과거 영국과 캐나다 법원의 재판 결과가 그대로 법이 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한 법은 찾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새로운 판례에 의해 계속 바뀝니다. 따라서 변호사조차 모든 분야의 법을 꿰뚫고 있기 힘듭니다. 다만 변호사는 법을 찾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캐나다의 변호사는 대부분 고객의 질문에 즉답(卽答)을 하지 않는데 이는 아는 질문이라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대답을 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남들보다 더욱 더 조심스러워야 하는 변호사에게는 필수적인 습관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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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9
두번째 이야기 ? 약속의 대가?

두번째 이야기 – 약속의 대가?

 

연락이 끊겼던 친구와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적 있으십니까? 보통 반가운 마음에 한참을 이야기하고 안부를 묻다 다음에 꼭 함께 밥이라도 먹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집니다.  그러나 대부분 바쁜 일상에 ㅤㅉㅗㅈ겨 언제 그런 약속을 했는지도 잊고 지내지요. 한참이 지나서 겨우 생각이 나도 그때는 이미 시기를 놓쳐버린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연락을 못하게 되고 결국 힘들게 만난 친구와 다시 연락이 끊겨버리고 맙니다. 

 

우리는 살면서 때때로 이렇게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 그러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도 별 문제 없이 넘어갑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키지 않아도 될 약속과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을 구분하며 살아가기 때문이지요. 

법적으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약속을 contract 즉 계약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모든 약속을 지키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니듯 모든 약속이 계약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떤 약속들이 법적 효력을 가지는 것일까요? 

 

많은 분들이 잘못 알고 계신 것 중 에 하나가 계약은 반드시 서면상에 적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문서에는 반드시 계약 당사자의 도장이나 서명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흔한 이 오해는 계약서와 계약을 동일시 해서 생겨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계약서는 계약의 증거일 뿐 계약 자체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약은 문서없이 구두상으로 충분히 이루어 질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나중에 계약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할 수 있지요.  

 

구두상이든 서명상이든 약속이 계약이 되려면 몇몇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그 중에 한국분들이 유난히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 바로 consideration 입니다. 한국말로는 약인(約因)이라고 합니다만 그저 “대가” 쯤으로 해석해도 별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 “대가” 라는 개념은 영미법에 고유한 것으로 그 바탕에는 사람은 “대가” 없이 무언가를 약속하지 않는다 라는 실로 물질적인 사고 방식이 깔려 있습니다.  한마디로 “대가를 주고 받지 않는 약속”은 계약이 아니라는 것지요.

독일, 프랑스, 일본처럼 대륙법을 따르는 한국에는 이 consideration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대륙법에서는 당사자 간의 의사표시만으로 계약이 성립 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대가가 없는 약속도 계약이 될수 있는 것이지요. 

어쩌면 이 consideration 이란 상당히 직관적인 개념입니다.  누구나 어떤 대가를 받고 약속을 하면 부담이 되지요.  그리고 좀 더 그 약속을 지켜야 할 것 같은 부담이 듭니다.  

 

Consideration 이 반드시 금전적이어야 하진 않습니다.  약속을 하는 사람에게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약속의 대가가 될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오랜만에 마주친 친구과 즐거운 담소를 나누고 그 담소의 “대가”로 나중에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다면 그 약속은 반드시 지켜하는 계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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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9
첫번째 이야기 ? 당연한 일

첫번째 이야기 – 당연한 일

 

첫번째 이야기 –  당연한 일

 

라틴어로 Res Ipsa Loquitur 라는 말이 있습니다.   영어로 번역하면 “The thing speaks for itself”  즉 설명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뜻 입니다.  이 말이 처음 법적인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은 1863년에 영국에서 있었던 피해보상 관련 소송 때문이었습니다.
 

Byrne v. Boadle 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이 소송은 피고가 운영하던 밀가루 가게 2층에서 밀가루 통이 떨어져 원고의 머리에 맞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원고는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되었고 그로 인한 손해 배상을 청구하였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영국에서는 비슷한 경우 원고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가해자의 과실을 밝혀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사건에서의 문제는 원고가 도대체 그 밀가루통이 “어떻게” “누구의” 과실로 피고의 가게에서 떨어지게 되었는지 밝힐 방법이 없었다는 거지요. 
 

이에 영국판사는 Res Ipsa Loquitur 라는 라틴어 구절을 사용해 일종의 추론방식을 제시합니다.  이 추론 방식을 자세히 설명하려면 복잡하겠으나 간단히 설명하자면 그 밀가루통이 떨어지는 일이 “누군가”의 “어떠한” 과실이 있기 전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고 또 그 과실이 일어난 장소가 100% 피고의 책임 아래 있었기 때문에 굳히 원고가 그 과실을 밝혀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피고가 자신의 과실이 아니었다는 것을 밝혀내야 손해배상을 면할 수 있겠지요. 

이 Res Ipsa Loquitur 라는 추론방식은 캐나다 법원에서 역시 통용되어오다 1998년 캐나다 대법원에서 처음으로 거절 된 후 캐나다 손해배상 사건에서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사용되지 않지만 이Res Ipsa Loquitur 라는 과실 추론방식은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쉬우며 피해를 입은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면 지극히 “상식적”이라고 할 수 있는 과실 추론방식이었습니다.
 

제가 이 “상식적” 과실 추론의 원칙을 법률 이야기 코너의 첫번째 주제로 정한 이유는 그동안 법적 문제로 저를 찾으신 많은 분들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한결같이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당연한 것 아니냐”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맞습니다.  억울한 일은 “상식적”으로 당연하니까 억울한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억울할 이유가 없지요.  하지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상식”은 모두 다릅니다. 그래서 어찌보면 일반인 들에게는 아주 당연한 일도  법적인 논쟁으로 이어지면 복잡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소송과정에서 지극히 “상식적”인 주장도 쉽게 받아 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있고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위한 소송에서 오히려 억울함만 쌓이는 결과가 생기기도 합니다. 
 

앞으로 저는 이 법률 이야기 코너를 통해 여러분들에게 일주일에 한번 아주 작은 “법률 상식” 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법에 관한 이야기는 어렵고 딱딱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능하면 여러분들께 유익한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 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법적책임면제고지: 이 글은 법률조언이 아니며 저자는 이 글에 대한 일체의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법률조언이 필요하신 분은 변호사를 찾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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