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곳 토론토의 우리 사회는 펜데믹상황이 거의 끝나고 예전의 생활로 돌아간 듯  보입니다. 그리운 친구들과도 만날 수 있고, 한 동안 접었던 야외활동도 전과 같이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마라톤 대회도 다시 열렸습니다. 덕분에 필자도 5월 초에 10Km 달리기 대회에 3년 만에 다시 참가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물가상승속도가 한풀 꺾이고 집값도 다시 들썩이지만, 정작 어느새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율 때문에 경제적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은 늘고 있습니다. 즉, 신용카드빚은 늘어가고, 열심히 갚아도 원금은 줄지 않아 채무상환불능상태에 빠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빚으로 사업체의 운명을 연명하던 사람들도 한계에 부딪히고 사업체를 정리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이런 캐나다인들이 마지막으로 의지할 곳은 결국 정부에서 마련해 준 파산법(BIA: Bankruptcy and Insolvency Act)입니다. 두 가지 선택중 파산(Bankruptcy)은 필자가 수 회에 걸쳐 설명을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또 다른 선택인 소비자제안(Consumer Proposal)에 대해 얘기하겠습니다.

한국에서는 ‘개인회생’이라 불리지만, 이곳 캐나다에서는 ‘소비자제안’입니다. 그렇다면, 왜 소비자제안(Consumer Proposal)입니까? 그것은 소비자들이 채권자들에게 거래를 제안하는 것이기 때문이며, 채권자들이 소비자들이 제출한 채무상환계획에 동의를 해야 거래가 성사됩니다. 채무상환계획이란 대개 원금의 60~70% 를 감면한 금액을 이자 없이 5년(60개월) 동안 매월 일정액을 지불하겠다는 것입니다. 즉, 만약 채권자들이 소비자가 제안한 채무상환계획에 동의를 하지 않으면 소비자제안(Consumer Proposal)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개는 트러스티가 이 모든 과정을 잘 지휘하고 조율하여 적당한 중재안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또한, 채권자들도 원금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이지만, 소비자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그들에게도 득이 되기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개는 트러스티가 제안한 금액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먼저, 소비자제안에 포함시킬 수 있는 채무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5,000 이상 $250,000 이하의 채무들만 해당됩니다.

1. 대표적인 무담보채권인 각종 신용카드들의 잔고들입니다.
2. Line of Credit을 비롯한 각종 은행빚들과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개인채무들입니다.
3. Payday Loan과 같은 여러 사채업자들의 채무입니다.  
4. 7년이 넘은 대출학자금(Student Loans)입니다.
5. 정부에 내야 할 밀린 소득세(Income Tax)입니다. 물론, 여기에 따른 이자나 벌금도 포함됩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무담보채권들만 가능하기 때문에 담보대출인 모기지, 자동차할부금, 사업가들의 장비할부금 등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즉, 이런 것들에 대한 대금을 제때 납부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주인인 은행에서 집, 자동차, 장비들을 회수해 갑니다. 그런 다음 시장가(Market Value)로 팔던지, 빨리 자금이 필요하면 Power of Sale을 해서 처분할 것입니다. 이 경우에 만약 여러분이 직장이 있거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어 일정한 수입이 있다면, 한국에서는 ‘개인회생’이라고 불리는 ‘소비자제안’(Consumer Proposal)으로 확실하게 빚더미에서 벗어날 수 도 있습니다.   (캐나다경제 2023년 8월 4일자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