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나 겉모습이 멀쩡해도 일단 유통기한이 지나면 먹기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루 이틀 정도는 고민하지만 며칠 지난 것은 미련 없이 버리게 마련. 이런 식으로 유통기한이 지나 버려지는 식품이 연간 6000억 원에 이른다. 유통기한 표시제도가 식품 폐기를 유도한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유통기한 VS 소비기한 차이점
사람들은 대부분 유통기한을 식품의 신선도를 판단하는 척도로 여긴다. 식품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최종 시한으로 생각하는 것. 하지만 유통기한의 사전적 정의는 먹을 수 있는 기간이 아니라 제품의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는 법적인 기한을 의미한다. 식약처에서는 식품이 출시되기 전 실험을 통해 식품이 변질되지 않는 기한을 책정하는데, 제조사는 소비자의 안전을 고려해 식약처에서 정한 기한의 60~70% 정도로 유통기한을 짧게 정한다. 식약처에서 정한 기간이 10일이라면 소비자에게 유통되는 기한은 6~7일 정도인 것. 그에 비해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건강에 이상 없이 식품을 먹을 수 있는 실제 기한을 의미하는데, 식품마다 차이가 있으나 보통 유통기한보다 기간이 더 길다. 이미 미국, 일본, 독일, 스웨덴 등지에서는 유통기한이 아닌 소비기한을 표기하고 있으며 이를 섭취기한으로 여긴다.
한국 소비자원에서 2011년 6월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생크림케이크와 크림빵은 유통기한으로부터 최대 2일, 칼국수 면 같은 생면은 9일, 식빵은 20일, 냉동 만두는 25일까지 유통기한이 지나도 식품이 변질되지 않는 소비기한으로 책정되어 있다. 우유는 50일, 슬라이스 치즈는 무려 70일로 소비기한이 길다. 단, 개봉하지 않고 적절한 보관법을 지켰을 때의 얘기다. 이를 토대로 녹색식품안전연구원이 유통기한이 10일 지난 우유와 유통기한이 9일 남은 우유의 신선도를 비교 분석한 실험 결과 성분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에서 대장균 등 식중독 균이 검출되지 않은 것. 다만 유통기한과 관계없이 제품을 개봉한 직후에는 두 제품 모두 신선도가 떨어졌다.
유통기한은 이를 책정한 제조사에서 책임을 지는 기간이지만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기간이다. 때문에 소비자는 보관 기준을 지킬 의무가 있다. 일단 개봉한 제품은 소비기한은 물론 유통기한에 관계없이 변질될 우려가 있으므로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통기간이 지났다고 무조건 버릴 필요는 없지만, 마음대로 안전성을 판단해서도 절대 안 되는 것. 특히 장이 약한 아이들은 조금만 문제가 있는 제품을 먹어도 탈이 나기 쉬우므로 늘 조심해야 한다.
is It safe?
유통기한이 없는 제품이 있다?
아이스크림은 영하 18℃ 이하에서 보관하므로 세균이 생기거나 내용물이 변질될 우려가 없고, 소주는 도수가 높아 미생물에 대한 안전성이 높아 유통기한이 아예 없다. 설탕이나 껌 역시 유통기한을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 제품. 유통기한이 없는 제품을 구입할 때는 제조일자를 확인하는 게 기본. 아이스크림의 경우 유통되는 과정에서 녹았다 어는 과정이 반복되면 미생물이 생기기 쉬우므로 만졌을 때 내용물의 변형이 있는 제품은 피하는 게 좋다. 이외에 개봉하지 않은 레토르트 식품이나 통조림, 밀가루, 꿀, 멸균 음료나 맥주는 제품의 특성상 적절한 보관 방법이나 기준만 잘 지키면 식품 고유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어 유통기한 표시를 생략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