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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0
세계 10대 골프코스

[1] 비슷한 홀이 전혀 없는 파인밸리
 
   미국 뉴저지주(州)에 있는 파인밸리는 자연친화적이면서도 정확한 공략을 요구하는 코스로 정평이 나있다.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로 알려진 이곳은 울창한 숲을 깎아낸 한복판에 들어서 있다. 내륙 삼림지대에 있으면서도 해안의 링크스 코스의 잔디와 비슷한 종류의 잔디가 자라 링크스 코스의 특성을 보이는 코스로도 유명하다.
 
  코스의 설립자인 미국의 호텔리어 조지 크럼프는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뒤덮인 모래 언덕의 부지를 처음 보는 순간 골프코스를 위한 최적지임을 확신했다. 필라델피아에 있던 집과 사업을 정리하고 골프장 건립에 나선 그는 최고의 코스디자이너로 손꼽히는 영국인 해리 콜트에게 코스 설계를 의뢰했다. 크럼프는 6년 동안 현장에 머물며 콜트와 함께 코스 조성에 몰두했다.
 
  크럼프 생전에 14홀까지 완성된 코스는 이후 18홀 규모를 갖춰 1919년 개장했고, 이후 톰 파지오의 리노베이션을 거쳐 재단장했다.
 
  코스는 설계 단계부터 몇 가지 원칙을 고수했다. 같은 방향으로 홀을 연속해서 배치하지 않았고, 한 홀도 비슷한 홀이 없도록 했다. 이웃한 홀이 전혀 보이지 않게 했고, 캐디백 안의 14개 클럽을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샷의 다양성을 추구했다.
 
  이런 설계를 통해 파70, 6996야드로 조성된 코스는 모든 홀의 티잉그라운드와 그린이 섬처럼 고립되어 있다. 페어웨이가 넓은 대신 볼이 떨어지는 IP지점만 잔디로 조성되어 있다. 홀과 홀 사이는 작은 관목과 나무, 물과 모래, 낭떠러지 등이 자리해 정확한 플레이를 구사하지 않으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코스에는 야디지마크나 거리목이 전혀 없다. 캐디의 야디지북에 기재된 스프링클러 번호를 통해서만 그 거리를 파악할 수 있다. 자연과의 싸움인 골프의 기본에 충실해 골퍼 스스로 판단하고 공략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때문에 파인밸리의 코스는 험난하기로 악명 높다. 어느 곳을 공략해야 할지 혼란스럽고, 거리 가늠도 쉽지 않다 보니 2라운드 33오버파로 우승한 클럽챔피언이 등장하기도 했다. 파3 홀에서 20타를 기록하는 일도 흔했다고 한다.
 
  파인밸리의 이 같은 특성은 모두 원래의 지형과 자연을 그대로 살리고자 한 설계의 결과다. 그럼에도 모든 홀이 다양성과 전략성이 뛰어난 완벽한 레이아웃을 갖추고 있어, 부동의 세계 최고 코스로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철저한 회원 중심 클럽을 지향하는 파인밸리의 회원은 골프계 명사와 전 세계의 재력가들로 이루어져 있다. 파인밸리의 회원이 되는 것만으로 엄청난 명예이기 때문에 회원가입을 위해서는 10년 이상 대기해야 한다. 비(非)회원은 회원을 동반할 때만 라운딩할 수 있다. 여성은 회원이 될 수 없으며, 회원과 함께 라운딩하더라도 일요일 오후에만 가능하다.
 
 
  [2] 절벽에서 灣을 가로질러 티샷하는 사이프러스포인트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의 사이프러스포인트는 태평양과 접한 몬터레이 해안을 따라 조성되었다. 풍광이 뛰어나고 해안절벽을 활용한 절묘한 설계가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코스가 자리한 몬터레이 해변은 태평양을 접하고 있는 세계적인 휴양도시로 골프코스도 즐비하다. 1915년 몬터레이 해변에 관광단지가 조성되기 시작하면서 페블비치 골프링크스와 사이프러스포인트의 조성이 추진됐다.
 
  이들 코스를 설립한 사무엘 모르스는 전신(電信)을 발명한 모르스의 손자다. 그는 스코틀랜드인 의사 앨리스터 매킨지에게 설계를 맡겼다. 영국의 유명한 설계가 해리 콜트의 제자인 매킨지는 골프가 좋아서 의사의 길을 포기했는데, 골프 코스 설계 분야에서도 탁월한 실력을 발휘했다.
 
  1928년 개장한 이 코스는 ‘신(神)과 인간이 만든 최고의 걸작’, ‘골프설계와 조경설계의 가장 아름다운 결합’으로 평가받고 있다.
 
  코스는 총 6524야드로 짧은 편인 데 비해 난이도는 상당히 높다. 아웃 코스는 해변에서 약간 떨어진 내륙의 모래언덕과 숲에 자리하며, 인코스 13번홀부터 장대한 태평양이 펼쳐진다. 그중 해안을 따라 이어진 절벽에 자리한 15, 16, 17번홀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홀로 알려져 있다. 이들 홀은 태평양을 따라 펼쳐지는 절벽의 숨막히게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긴장감을 선사한다.
 
  바다를 건너 샷을 날려야 하는 15번홀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파3 홀로 알려진 16번홀도 훌륭하지만, 백미(白眉)는 17번홀이다. 세계에서 가장 스펙터클한 파4 홀로 알려진 이 홀은 가파른 절벽 꼭대기에서 바다의 만(灣)을 가로질러 티샷을 날려야 한다.
 
  파3와 파4, 파5가 고르게 배열되는 일반적인 코스와 달리 파5 홀이 10번홀까지 모두 등장하고, 파3 홀과 파5 홀이 연속해서 이어진다. 남성에게 파72, 여성에게 파74로 성별(性別)에 따라 파 적용을 차별화했다.
 
  파인밸리가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기 전까지 세계 최정상이었던 사이프러스포인트는 2009년 <골프 매거진> 선정 세계 100대 코스에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곳 역시 회원은 250명에 불과하며 회원 동반이 아니면 절대 라운딩할 수 없다.
 
 
  [3] 골프장 초청 없이 회원가입 못하는 오거스타내셔널
 
   미국 조지아주의 오거스타내셔널은 ‘골프의 성자(聖者)’로 일컬어지는 보비 존스와 앨리스터 매킨지의 새롭고 전략적인 코스 설계로 높은 평가를 받아온 곳이다.
 
  어려서부터 ‘골프 신동(神童)’으로 불린 보비 존스는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을 획득했다. 24세 때 메이저급 대회에서 첫 승을 기록한 이래 13차례 메이저 대회를 석권한 그는 더 이상 정복할 대회가 없어지자 1930년 28세의 나이로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 후 그는 세상의 눈을 피해 친구들과 골프를 즐기기 위한 코스 조성에 나섰다. 그는 절친한 친구인 금융업자 클리포드 로버츠와 손잡고 오거스타 롤링우드랜드에 오거스타내셔널 건설을 추진했다.
 
  존스는 사이프러스포인트를 설계한 앨리스터 매킨지와 공동으로 코스를 설계했다. ‘코스란 잘못된 샷에 대한 처벌만이 아니라 골프의 상상력과 전략을 테스트하는 곳’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 그들은 새롭고 전략적인 코스를 추구했다.
 
  매킨지는 각 홀에서 보기를 하기는 쉽지만 파를 하기는 어려운 코스를 조성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오거스타내셔널은 적은 러프, 찾아보기 힘든 벙커, 커다란 그린이라는 심플한 디자인으로 완성됐다. 해저드는 5개 홀에만 배치되고, 페어웨이는 투어대회가 열리는 코스 중에서 가장 넓은 특성을 갖게 됐다. 대신 그린은 그린스피드가 아주 빠르고 기복이 심하도록 조성해 전략성을 높였다.
 
  존스와 매킨지는 현재 오거스타의 상징과도 같은 무성한 잔디 때문에 코스 설계에 어려움을 겪었다. 존스는 최고의 코스 건설을 위해 직접 깊은 러프에서 수많은 어프로치샷을 했고,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최적의 상황에서 프로들이 어느 정도의 드라이브샷을 보내는지 보여주기 위해 드라이브샷을 했다.
 
 

오거스타내셔널을 건설한 보비 존스.

  코스가 완공단계에 이른 시점에 보비 존스는 친분 있는 아마추어와 프로골퍼들을 초청해 대회를 치렀다. 이 대회는 이후 마스터스의 시초가 됐다. 오거스타내셔널이 주최하는 유일한 투어 대회인 마스터스는 매년 4월 첫 메이저대회로 이곳에서 열린다.
 
  코스가 들어선 곳은 원래 인디고 농장이자 과수원이었던 곳으로, 이국적인 초목과 나무들이 오늘날까지도 아름다운 광경을 자아내고 있다. 만개한 작은 꽃나무와 최적의 장소에 배치된 워터 해저드, 빈틈없이 완벽한 코스 관리상태는 마스터스를 통해 그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11, 12, 13번 홀은 ‘아멘 코너’로 불린다. 플레이어는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는 이 홀들 중에서도 압권은 파3의 12번홀이다. 거리는 155야드 정도지만 난이도는 가장 높다. 옆으로 길게 뻗은 그린 앞쪽에 벙커와 건천(乾川)이 가로지르고, 그린 뒤편에도 2개의 벙커가 만들어져 있다.
 
  2002년 톰 파지오가 코스를 285야드 늘리는 등 매년 마스터스를 위해 코스를 개조하는 오거스타내셔널은 어느 메이저 대회 코스보다 난이도 높은 코스로 유명하다. 하지만 버뮤다 그린이 벤트그라스로 바뀌고, 러프에 변화를 주는 등 초창기의 설계가 변형되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마스터스 챔피언을 포함한 300여 극소수 회원의 플레이만을 허용한다. 그린재킷을 입은 회원과 동행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입장할 수 없다. 회원은 대부분 억만장자들로 골프장 측의 초청이 없으면 가입하지 못한다.
 
 
  [4] 600년 넘은 골프장의 원형 세인트앤드루스
 
   영국 스코틀랜드 중동부 파이프주의 해안도시 세인트앤드루스에 자리한 세인트앤드루스 골프링크스는 골프의 발상지로 통하는 곳이다. 골퍼라면 누구나 한 번쯤 방문해 보고 싶어하는 이곳은 골프의 기원과 초창기 골프코스의 형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1400년대에 탄생한 것으로 알려진 세인트앤드루스는, 양치기들의 놀이에서 시작됐다는 골프의 유래를 증명하듯 넓은 초원에 자리 잡고 있다.
 
  세인트앤드루스는 언뜻 보면 어디가 페어웨이이고, 어디가 그린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오늘날의 코스들과는 달리 비와 바람 등 대자연에 의해 조성됐기 때문이다. ‘최고의 설계자는 자연’이라는 코스설계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보여주는 것이다.
 
  7115야드, 파72의 코스는 중세 유럽의 성을 연상시키는 클럽하우스와 인근 마을을 배경으로 황량한 초원에 펼쳐져 있다. 현대 코스에서 보기 드문 수많은 블라인드 홀과 숨겨진 벙커, 7곳의 더블그린과 십자로 교차하는 페어웨이 등이 코스의 전략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자연 그대로를 살린 코스는 세월을 거치면서 올드 톰 모리스 등이 조금씩 손을 댔으며, 이 과정에서 벙커의 위치나 그린의 굴곡 등 현대적인 요소들이 더해졌다.
 
  코스는 전체적으로 황량하지만 페어웨이만큼은 잘 관리되어 있다. 대신 폭이 25m 정도로 좁은데, 페어웨이 옆으로는 무성한 러프와 112개에 이르는 벙커가 골퍼들을 위협한다. 벽돌을 수직으로 쌓은 리버티드 벙커와 항아리 벙커가 대표적인데, 눈에 잘 띄지 않고 탈출이 어려워 ‘관’, ‘묘’, ‘지옥’ 등의 무시무시한 별명이 붙어 있다. 그린은 매우 크고 스피드가 빠르며, 4개 홀을 제외하면 그린을 공유한다. 링크스 코스답게 끊임없이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플레이를 더욱 어렵게 한다.
 
  태초의 코스이자 자연과의 치열한 승부의 장으로 손꼽히는 명성에 걸맞게 세인트앤드루스에서는 브리티시오픈이 자주 열린다. 4대 메이저 중 하나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대회로 알려지는 브리티시오픈은 1860년 1회 대회 이래 140년간 8개 링크스를 순회하며 열리고 있다.
 
  세계 최초의 시영(市營) 골프코스이기도 한 올드 코스에서는 연간 4만2000회의 라운드가 이루어진다. 티타임의 절반은 세인트앤드루스 시민들에게 할당된다. 남은 티타임은 관광객들에게 추첨을 통해 허용되는데 언제나 세계 각지의 골퍼들로 넘쳐난다. 공식 핸디캡 28 이하가 아니면 플레이할 수 없다. 골프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과 세계 골프계를 관장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 본부도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5] 전형적인 링크스 코스 로열카운티다운
 
   영국 북아일랜드 뉴캐슬의 로열카운티다운은 120년 전에 선보인 전통 링크스 코스다. 올드 톰 모리스의 설계로 1889년에 개장한 코스는 스코틀랜드 던드롭 만과 먼 산맥에 둘러싸인 해안가에 자리하고 있다. 해안 지형을 그대로 살린 자연에 가까운 환경이 특징이며, 코스에서 바라보이는 아름답고도 황홀한 경관으로 잘 알려져 있다.
 
  로열카운티다운을 설계한 올드 톰 모리스는 1860년대와 70년대 브리티시오픈을 네 차례 석권한 골퍼 출신으로 코스 디자인의 초창기를 개척한 대표적인 설계가 가운데 하나다.
 
  그는 로열카운티다운에서 전형적인 링크스 코스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해변의 땅을 그대로 살린 레이아웃을 추구했다. 그 결과 로열카운티다운은 일반적인 코스에 비해 많은 수의 블라인드 홀로 이루어져 있다. 골퍼들은 블라인드 홀을 공략하며 코스의 불확실성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대신 페어웨이는 충분히 넓고 해저드도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다.
 
  로열카운티다운은 링크스 코스의 특성을 보여주듯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언덕 사이로 페어웨이가 펼쳐진다. 바다와 산 아래 마을이 이루는 아름답고도 목가적인 풍경은 골퍼들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하다. 세계적인 선수인 톰 왓슨은 이곳의 전반 9홀을 아일랜드의 가장 순수한 링크스 코스이자 자신이 플레이했던 코스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극찬했다.
 
 
  [6] 미국 골프장의 시초 시네콕힐스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 반도 끝 사우샘프턴에 위치한 시네콕힐스는 미국 골프장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다.
 
  스코틀랜드의 링크스 코스의 영향을 깊이 받은 시네콕힐스는 미국에 세워진 링크스의 전형으로 ‘최고의 코스는 자연에서 나온다’는 명제에 충실하게 조성됐다.
 
  1890년 가을 개장 당시 코스는 12홀 규모였고 클럽하우스도 갖춰지지 않았다. 이듬해 6홀을 추가 조성하면서 시네콕힐스는 미국 최초의 정규 18홀 코스로 탄생했다. 1년 뒤 메디슨스퀘어가든으로 유명한 건축가 스탠포트 화이트의 설계로 클럽하우스가 건설되면서 시네콕힐스는 완벽한 형태를 갖춘 첫 번째 골프클럽이 됐다.
 
  시네콕힐스는 1894년 미국골프협회를 창립한 5개 클럽 중 하나로 기록됐고, 2년 후에는 제2회 US오픈이 개최됐다.
 
  설계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프로골퍼 윌리엄 플린이 맡았다. 그는 롱아일랜드 반도에 고향 스코틀랜드의 링크스에 가까운 코스를 구현해냈다. 1931년 코스를 재단장한 딕 윌슨은 코스를 늘리면서도 원래 코스의 특성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6781야드의 파70 코스는 주변에 나무가 무성한 점을 제외하면 대서양 연안의 아일랜드 코스와 비슷하다. 바람이 만든 낮은 구릉지에 조성된 코스는 굴곡이 많은 페어웨이와 무성한 러프, 종잡을 수 없는 바람 때문에 까다롭기로 악명 높다.
 
  페어웨이는 평균 폭이 24m에 불과할 정도로 좁은 데다 딱딱하고 빨라 볼이 떨어지면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워터해저드를 찾아볼 수 없는 대신 곳곳에 벙커가 자리하고 있으며, 사람 키만큼 자란 갈대가 러프를 형성하고 있다.
 
  가장 큰 장애는 바다에서 육지로 끊임없이 방향을 바꾸며 불어오는 바람이다. 경기의 모든 것이 날씨에 의해 좌우된다. 이 때문에 장타자보다는 정교한 샷과 쇼트게임 기량을 갖춘 골퍼에게 유리한 코스다.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시네콕힐스는 2회 US오픈이 열린 이후 90년 가까이 메이저 대회를 열지 않다가 1980년대 이후 다시 US오픈의 단골코스가 됐다. 1986년과 1995년, 2004년의 US오픈을 개최하면서 시네콕힐스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기량을 테스트하는 무대가 됐다.
 
 
  [7] 세계 최고의 퍼블릭 코스 페블비치
 
   미국 서부 해안가 몬터레이 해변에 자리한 페블비치 골프링크스는 사이프러스포인트를 만든 사무엘 모르스가 조성했다.
 
  페블비치 골프링크스는 당시 아마추어 챔피언이었던 잭 내빌과 더글러스 그랜트의 설계와 시공으로 1919년 문을 열었다.
 
  링크스라는 코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코스는 해안을 최대한 활용해 홀을 조성했으며, 대부분의 홀이 태평양 해안을 따라 배치되어 있다. 평균 폭이 32야드 정도로 좁은 페어웨이 가장자리로 길고 무성한 러프가 조성되어 있고, 그린이 빨라 공략이 까다롭다.
 
  링크스 코스답게 쉴 새 없이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골퍼들을 곤혹스럽게 한다. 대부분의 홀이 어렵지만, 특히 난이도가 높은 곳은 해안절벽에 자리한 8번홀이다. 8번홀은 오른쪽으로 굽은 파4의 도그렉홀로 자칫하면 볼을 바다에 빠뜨리기 쉽다. 해안절벽의 풍광이 빼어나다.
 

페블비치에 있는 설립자 사무엘 모르스의 동상.

  페블비치 골프링크스에서는 1929년과 1961년 US아마추어 대회가 열렸고, 1972년과 1982년, 1992년, 2000년까지 10년에 한 번꼴로 US오픈의 개최지로 명성을 떨쳤다. 세인트앤드루스처럼 퍼블릭 링크스로 잘 알려져 있지만, 세계 10대 코스의 하나인 만큼 라운드 기회를 얻기는 쉽지 않다. 그린피는 18홀 기준 500달러로 만만치 않으며, 코스에 딸린 숙박시설을 이용하지 않으면 예약할 수 없다.
 
  그럼에도 코스는 늘 붐비며, 자동차 전시회, 문화 예술 행사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해 휴양과 비즈니스를 조화시킨 리조트 코스의 진수로 평가받고 있다.
 
 
  [8] 벙커만 210개 오크몬트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를 가로지르는 오하이오 강변에 조성된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은 ‘메이저 대회의 성지(聖地)’로 통한다. 5차례의 US아마추어 챔피언십과 8차례의 US오픈, 3차례의 PGA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 등 총 19차례 메이저 대회의 무대가 된 오크몬트는 역대 메이저 사상 가장 어려운 코스로 평가받고 있다.
 
  골프장의 설립자는 미국의 유명 철강업자 H. S. 파운스다. 40대 초반에 골프를 시작한 그는 예선전을 거쳐 US오픈에 네 차례나 출전할 정도로 실력 있는 골퍼였다. 그는 오크몬트를 조성할 때 코스의 난이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덕분에 1903년 개장한 이 코스는 악명 높은 그린과 깊은 벙커, 긴 러프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오크몬트 코스는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나 28년 만에 오버파 챔피언이 탄생한 US오픈의 윙드풋보다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크몬트는 1927~2007년 8차례 US오픈이 열려 US오픈 최다 개최 코스로도 알려져 있다. 2006년 톰 파지오가 코스를 리노베이션하면서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재단장했다. 파지오는 코스 주변의 나무 500여 그루를 제거해 초창기에 가까운 모습으로 복원했다.
 
  특별히 어려운 홀이 없는 대신 18홀 전체가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스를 어렵게 하는 요소 중 하나는 길이다. 총 길이는 7257야드로 최근의 긴 코스와 비슷하지만, 파를 70으로 조정한 탓에 공략하기가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파4 홀은 모두 460야드 이상이며, 파3 홀도 모두 288야드 이상에 달한다. 파4의 1번홀은 480야드가 넘어 골퍼들은 시작부터 어려운 홀에 직면한다. 파4의 18번홀은 484야드로 500야드에 가까워 가장 난이도 높은 홀에서 라운드를 마무리해야 한다.
 
  그 외에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벙커가 무려 210개에 달한다. 굴곡이 심한 그린에서는 3퍼트, 4퍼트가 속출한다. 러프도 깊어 2007년 필 미켈슨이 US오픈 연습 라운드 도중 손목 부상을 입은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적 선수들도 오크몬트에서 열리는 US오픈에서 10오버파는 감수해야 한다고 한다.
 
 
  [9] 그린에서 누구도 말을 해선 안되는 뮤어필드
 
   영국 스코틀랜드 걸레인의 뮤어필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코스 중 하나다. 뮤어필드는 세계 최초의 클럽(골퍼들의 모임)이 만든 코스다. 골프규칙이 최초로 제정됐고, 아웃코스와 인코스의 개념이 처음으로 도입된 곳이기도 하다.
 
  1774년 창립된 에든버러 명예회원 클럽은 5홀 규모의 코스에서 친선게임을 즐기다가, 세계 최초의 공식 대회를 열었고, 대회 운영을 위해 13개 조의 골프룰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이들은 몇 차례 코스를 옮긴 끝에 현재의 위치에 자리 잡았고, 1891년 뮤어필드 코스를 설립했다.
 
  그들이 가져온 최초의 골프룰 원본은 현재까지 이곳에 보존되어 있으며, 이후 영국왕립골프협회(R&A)에 의해 개정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톰 모리스가 디자인한 코스는 바닷가에 자리한 전형적인 링크스 코스로 조성됐는데, 독특한 레이아웃이 눈길을 끈다. 골프 코스에서는 인코스와 아웃코스가 클럽하우스를 중심으로 좌우 마주보며 흘러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뮤어필드는 아웃코스가 시계방향으로 원을 그리듯 이어지고, 인코스는 그 안쪽에서 다시 시계 반대방향으로 흘러간다. 같은 시계방향일지라도 홀의 각도가 달라져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이 조금씩 달라지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파71, 7331야드의 코스는 좁은 페어웨이를 길고 무성한 러프가 뒤덮고 있어 공략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볼이 떨어질 만한 곳에는 포트 벙커가 지뢰밭처럼 포진해 골퍼를 위협한다.
 
  특이한 레이아웃과 함께 눈길을 끄는 것은 독특한 경기방식이다. 뮤어필드에서는 오전에는 포섬 방식으로, 오후에는 포볼 방식으로 플레이가 이루어진다. 최초의 클럽 명맥을 이어오듯 개인플레이가 불가능한 경기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로컬룰을 통해 그린에서는 플레이어와 캐디를 불문하고 누구도 말을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1800년대에 지어져 당시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해 오고 있는 클럽하우스는 훗날 클럽하우스 설계의 기초가 된 것으로 유명하다. 조성 당시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클럽하우스에는 재킷과 넥타이 차림이 아니면 입장할 수 없다.
 
  이렇듯 문턱이 높은 코스지만 매주 화, 목요일에는 비회원에게 코스를 개방한다. 단, 메일이나 전화, 편지를 통해 신청한 후 1년 정도 기다려야 한다. 여성은 남성을 동반해야만 라운딩할 수 있다. 뮤어필드에서는 링크스 코스를 순회하며 열리는 브리티시오픈이 5차례 개최됐다.
 
 
  [10] 풍선 모양 바스켓 핀으로 유명한 메리언
 
   미국 필라델피아주 애드모어의 메리언 골프클럽은 세계 10대 코스에 포함된 미국의 코스 중 오크몬트 다음으로 긴 역사를 자랑한다.
 
  코스가 개장한 것은 1912년이지만, 14명의 골퍼가 클럽을 결성한 18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메리언 골프클럽 이사회는 1895년 코스 조성에 나서 4년 후 18홀 코스를 완성했다. 1910년 정식으로 설계를 의뢰해 탄생한 코스가 바로 메리언이다.
 
  코스를 디자인한 이는 프린스턴대 골프팀 주장을 지냈고 스코틀랜드에서 골프 코스에 관해 공부한 휴 I.윌슨이다. 1912년 18홀 규모의 동(東)코스가 개장했고, 2년 후 서(西)코스가 추가되어 36홀이 완성됐다.
 
  세계 10위에 이름을 올린 메리언 동코스는 모든 홀이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다. 코스 레이아웃도 독특한 리듬으로 흘러간다. 처음 6개 홀은 비교적 어렵고, 이어지는 7개 홀은 비교적 짧아 쉬우며, 나머지 5개 홀은 매우 길고 어렵다.
 
  개장 후 여러 차례 코스 개조작업이 이루어졌으며, 2004년에는 코스길이를 400야드 늘려 파70, 6887야드의 코스로 운영하고 있다.
 

홀을 표시하는 메리언의 ‘워커 바스켓’.

  메리언은 코스가 짧은 대신 독특한 바구니 형태의 핀으로 난이도를 높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홀을 표시하는 핀은 대개 깃발이 달린 형태가 일반적이지만, 이곳에서는 깃발 대신 풍선 모양의 바구니가 달려있다. ‘위커 바스켓’으로 불리는 핀은 길이가 8피트에 이르는데, 바람에 흔들리지 않아 바람의 방향과 강도를 알 수 없다. 메리언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사용되는 바스켓 핀을 클럽을 상징하는 로고에 사용하고 있다.
 
  메리언은 1894년부터 시작된 미국 골프투어의 주무대 중 하나로 이름을 떨쳐 왔다. 1904년 이래 US아마추어오픈과 US오픈 등을 10차례 개최했으며, 2013년에도 US오픈이 열릴 예정이다.
 
  메리언은 골프사에 길이 남는 스타들을 탄생시켰다. ‘골프의 성인’으로 불리는 보비 존스는 1930년 브리티시아마추어와 브리티시오픈, US오픈까지 3개의 메이저 대회를 석권한 후, 메리언에서 열린 9월의 US아마추어오픈까지 제패했다. 그는 골프사에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유일한 인물로 기록돼 있다. 1950년에는 교통사고를 당했던 벤 호건이 메리언에서 열린 US오픈에서 극적으로 우승하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지금도 메리언에는 보비 존스의 그랜드슬램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벤 호건이 연장전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 18번홀에는 ‘완벽한 1번 아이언 샷’으로 불리는 그의 샷지점 표지석이 있다. 보비 존스의 그랜드슬램 50주년인 1980년부터는 보비 존스를 기리는 대회가 매년 열리고 있다.
 
  100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메리언의 회원은 현재 900명이다. 기존 회원의 추천을 받아야 예비회원이 될 수 있으며, 추가로 다른 회원의 동의를 얻어야 정식 회원이 될 수 있다.
 
 
  역사와 전통에 걸맞은 클럽문화
 
  세계 10대 코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부동의 1위 파인밸리를 비롯해 7개 코스가 모두 미국에 있다. 미국 코스가 이렇듯 세계 톱10에 이름을 올린 것은 ‘골프의 발상지’가 스코틀랜드라면 ‘골프의 천국’은 미국이라는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미국은 유럽으로부터 골프를 도입한 이래 골프산업과 프로 골프투어를 성장 발전시켰다. 미국의 골프코스는 3만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골프코스가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시작한 초기부터 세계적인 코스들이 곳곳에 들어섰다.
 
  10개 코스 모두 골프사를 통틀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코스들이다. 1400년대에 자연 형성된 골프의 발상지 세인트앤드루스를 비롯해 1800년대에 올드 톰 모리스에 의해 조성된 로열카운티다운과 뮤어필드, 미국 최초의 정규 18홀 코스인 시네콕힐스 등은 골프코스의 초기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초창기 시절이기 때문에 코스 디자인을 개척한 세계적인 설계가들의 작품이라는 것도 공통된 특징이다.
 
  세계 최고의 코스들은 코스의 역사와 전통을 유지·계승하려는 회원들의 자질도 최고다. 골프계의 명사와 이름난 재력가들로 구성된 파인밸리 회원들은 클럽 관련 행사는 물론 각종 기부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클럽 운영도 회원들에 의해 이루어지며, 클럽을 운영하는 캡틴도 회원이 맡고 있다.
 
  메리언은 정통 프라이빗 클럽답게 회원들이 클럽의 규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클럽하우스 내에서는 흡연과 휴대폰 사용이 엄격히 금지되며, 코스에서는 USGA 룰이 엄격하게 적용된다.⊙

 

 

출처  월간 조선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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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2
시간이 멈춰버린 바람 계곡의 사람들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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