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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파도를 넘어-코스타리카 사람들의 ‘푸라 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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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언론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또는 도시라든가, 각국 국민들의 행복지수 같은 것이 발표되곤 한다. 그런 통계가 전혀 근거없는 것은 아닐테지만, 실제 살아보면 다소 공허하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캐나다는 분명 살기 좋은 나라 상위권에 속하고, 그중 토론토도 결코 어느 도시에 뒤지지 않는다. 다만, 각 개인이 느끼는 행복은 살기 좋은 국가, 살기 좋은 도시에서 산다고 모두가 같이 체감하는 것은 아닐 터이다.  


 내가 처음 이민 와서 느낀 캐나다는 분명 천국이었다. 그것도 지금같은 한여름이었으니, 아름다운 자연만 감상해도 절로 배가 부를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먹고 살 일을 찾아 나서다 보니 그림같은 자연도 그저 무덤덤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나이를 먹어가니 차라리 한국의 시골 농촌 정경(情景)이 더 그리울 때가 많다. 


 이처럼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지는가 한다. 비록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 못했지만 마음은 마냥 행복했던 옛시절이 그리워지는 것은 이런 연유 때문이리라.  

  
0…영국의 민간단체인 신경제재단(NEF)이 매년 발표하는 지구행복지수(HPI)에서 자주 상위권에, 어느땐 1위에 오르기도 하는 나라가 있다. 세계에 잘 알려진 북유럽 국가들은 그렇다 치고, 중미의 자그마한 섬나라가 상위에 오르는데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은 바로 코스타리카(Costa Rica)란 나라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소 생소한 이 나라가 행복지수 상위에 오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 나라 이름의 뜻은 해변을 일컫는 코스타(Costa)와 부유함을 뜻하는 리카(Rica)를 합한 것이다. 즉, 해양자원이 풍부한 해변가에 위치한 나라란 뜻이다. 코스타리카는 100년이 넘는 민주주의 전통과 착실한 경제성장, 탄탄한 사회안전망을 갖춘, 중남미에서 보기 드문 나라다. 국민들이 축구를 사랑하고, 맛있는 커피를 생산하는 곳으로도 손꼽힌다. 


 대한민국의 절반 정도 면적에 약 48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으며, 1인당 국내총생산(GDP)으로만 보면 중남미 국가 중에서도 평균 수준이다. 이런 면으로 보아도 국가 경제수준이 반드시 국민들의 행복을 좌우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코스타리카는 군대가 없는 나라로도 유명하다. 1949년 헌법 개정을 통해 군대를 없앴다. 보통 군대가 맡는 국경 경비를 이 나라에서는 경찰이 맡는다. 국민적 합의로 군대를 없애면서 국방비에 들어갈 돈을 보건과 교육 분야에 돌렸다. 군대가 없으니 다른 중남미 국가들이 흔히 겪었던 군부 쿠데타나 군사 독재를 걱정할 일도 없다. 이웃나라인 엘살바도르나 니카라과, 파나마 등이 숱한 군부독재, 내전 등에 시달려온 것을 고려하면 코스타리카의 정치적 안정은 놀라운 일이다.


0…특히 코스타리카 국토의 4분의 1 이상은 국립공원 등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비율이다. 잘 보존된 자연환경 덕분에 코스타리카는 생태관광의 천국이다. 한해 외국인 관광객이 250만 명 이상이다. 안정된 정치, 사회적 환경, 잘 보전된 자연환경 등으로 코스타리카는 ‘중미의 스위스’라고도 불린다. 


 한가지 주목할 점은 코스타리카 국가경제에서 ‘사회적 경제’가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이는 소규모 생산자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했다. 실제로 코스타리카 전체 경제활동인구 130만명 가운데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일하는 인원이 전체 고용의 약 16%를 차지하고 있다.


 소규모 커피농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연대함으로써 더 나은 조건에서 생산•판매하고, 생산된 커피를 최고 품질의 상품으로 세계에 유통시켜 조합원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다. 대통령실에서도 협동조합에서 커피를 공급받아 코스타리카를 방문한 국빈에게 선물로 주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코스타리카는 국가정책을 연구하거나 집행하는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나라가 됐다.   


0…이런 외적 요소들 말고 국민행복지수가 높은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국민들의 마음가짐에 있다. 코스타리카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로 ‘푸라 비다’(Pura Vida)란 말이 있다. 이는 스페인어로 ‘순수한 삶’(pure life)이란 뜻이지만 실제로는 ‘기쁨이 충만한 삶’, ‘진짜 인생’, ‘풍요로운 인생’ 등 여러 의미로 다양하게 쓰인다. 나아가 “인생은 좋은 것”, 혹은 “다 잘될 거야”라는, 다분히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뜻이 담겨있다. 


 코스타리카 사람들은 이처럼 현실의 삶을 찬미하는 인사말을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통상적인 안부를 물을 때나, 또는 좋지 않은 일을 겪었을 때도 대답은 “푸라 비다”다. 이는 “괜찮아”, 혹은 “인생이 그렇지 뭐”라는 뜻도 담겨 있다. 이런 여유있고 낙천적인 사람들이 행복지수가 높은 것은 자연스럽다 할 것이다.  


 군대가 없고 큰 전쟁이나 독재를 겪어보지 않은 대다수 코스타리카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의 충돌이나 갈등도 가급적 피하려 한다. 그래서 속으로는 괜찮지 않아도 겉으론 괜찮다고 말한다. 이곳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면 그것으로 그와의 인간관계는 끝이라고 한다. 


 각박한 삶에 찌든 사람이라면 가끔 ‘푸라 비다’를 외쳐보자. 행복은 저 멀리 있지 않으니.  


 ‘사랑하고 미워하는 그 모든 것을/못 본척 눈감으며 외면하고/지나간 날들을 가난이라 여기며/행복을 그리며 오늘도 보낸다/비 적신 꽃잎의 깨끗한 기억마저/휘파람 불며 하늘로 날리며/행복은 멀리 파도를 넘는다’ (이수만 ‘행복’)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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