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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나이 서른네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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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정상회담과 오찬에 이어 단 둘이 산책을 하고 있다.

 

 


 ‘나는 나이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吾十有五而志于學), 서른에 뜻이 확고하게 섰으며(三十而立), 마흔에는 미혹되지 않았고(四十而不惑), 쉰에는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알게 되었으며(五十而知天命), 예순에는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곧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게 되었고(六十而耳順), 일흔이 되어서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공자의 위정편(爲政篇))


 사람의 나이에 따라 갖춰야 할 품격을 제시한 이 말씀대로 나이에 걸맞게 인품이 형성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이는 그야말로 공자님 같은 성인군자들에게는 해당될지 모르나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 무지렁이 중생들에게는 그저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터이다. 공자님에 따르면, 내 나이 정도면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곧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게 되어야’ 할텐데 나는 그럴 준비가 돼 있질 않다. 그 전에도 그랬다. 나이 50이 넘어도 하늘의 명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았다. 지금도 그러한데 하물며 30년 전에는 얼마나 어슬프게 세상을 살았을까 생각하면 쓴웃음이 나기도 한다. 


0…그런데, 올해 나이 서른 넷의 새파란 ‘청년’이 요즘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세계 최강국 지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협상 테이블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에 언론의 초점이 맞춰진다.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 그는 공식적으로 1984년 1월8일 출생한 것으로 표기돼있다. 만 34세인 것이다. 올해 72세인 도널드 트럼프(1946 년 6월 14일생) 미국 대통령과는 무려 38살 차이가 난다. 한참 아버지뻘이자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의 대통령과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벌이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어냈다. 이 사람을 어떻게 봐야 하나.  


 김정은의 실제 나이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다. 1981년 출생 설부터 1984년설까지 다양하다. 월일은 1월 8일로 모두 같으나 해가 다르다. 이는 북한에서 김정은이 권력 후계자로 지목되면서 나이를 1982년생으로 고치려는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이 강성대국 원년으로 삼은 2012년이 '김일성 탄생 100년', '김정일 탄생 70년', '김정은 탄생 30년'으로 일관성이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아버지(김정일)의 갑작스런 사망(2011년)으로 김정은은 20대 나이에 북한 최고지도자 지위에 오르게 됐다. 그런데 김정은은 당초 권력 후계자가 되기에는 핸디캡이 있었다. 그는 일본에서 귀국한 재일조선인 출신 고용희의 둘째 아들인데, 고용희는 ‘유부남’인 김정일의 눈에 들어 정철, 정은 형제와 딸 여정을 낳았지만 생전에 시아버지(김일성)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김정은이 할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는 것은 그런 때문이다. 고모 김경희는 '분별도 없는 아이'라는 이유로 김정은의 후계를 반대했다고 한다.


0…김정은은 65세인 문재인 대통령(1953년 1월 24일생)과는 31살 차이가 난다. 역사적인 4.27남북정상회담 역시 아버지-아들 뻘이 정상회담을 벌인 것이다. 김정은이 최근 잇달아 세 차례나 만난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도 65살이다. 서른 네살 젊은이가 최강국 지도자들과 대등한 지위에서 나란히 걷는 모습을 보면 그는 확실히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는데 성공한 것이 틀림없다. 일본, 러시아 등의 최고 지도자들도 김정은의 환심을 사려고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지난 6.12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은 ‘광기(狂氣)의 고독한 독재자'에서 ‘노련한 지도자’로 초고속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김정은은 1년 전만 해도 고모부를 처형하고 이복형을 암살했으며 식량난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려 국제사회에서 ‘미치광이 로켓맨’으로 불렸다. 하지만 불과 몇 개월만에 현대 외교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미지 쇄신을 이뤄냈다.


 더욱이 트럼프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취소’와 ‘예정대로’를 오락가락하며 변덕을 부림에도 김정은은 냉정한 태도로 회담 개최를 관철시키면서 노련한 정치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뛰어난 전략가라는 평까지 얻게 됐다. 이번 북미정상회담 결과는 북한의 승리라는 분석이 많다.


 이런 가운데 한국인들은 트럼프보다 김정은을 더 신뢰한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물론 김정은의 이미지 변신에 한국,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크게 기여했다는데도 이론(異論)이 없다.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의 모든 순간은 상호 존중, 민족 단결, 나아가 통일로 연결되는 이미지를 연출해냈다. 특히 김정은이 문 대통령의 손을 이끌고 잠시나마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땅을 밟게 한 장면은 어떠한 정치적 언어도 초월하는 극적인 효과를 거뒀다. 


0…“한 국가의 지도자가 어떻게 이렇게 빨리 바뀔 수 있을까?” 외신의 공통된 평가다. 이는 아마도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던 인간이 조금만 인간다운 행동을 하면 확 달라져 보이는 이치에서 비롯된 것일 터이다. 그것은 트럼프도 마찬가지다. 역대 최악의 미국 대통령으로 인식되는 트럼프가 이번처럼 무모할 정도로 대범하고 화통하게 행동함으로써 환호를 받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안과 밖은 다르다. 김정은이 트럼프와의 회담을 통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고 완전한 비핵화 국가를 만들 것처럼 행세하긴 했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가 목적이다. 특히 트럼프의 예측불가한 스타일 때문에 협의가 무산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아무튼, 세계 최강국 지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협상을 끌어가는 서른네 살 젊은이. 나는 과연 그 나이 때 무엇을 하고 있었나.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 나 자신도 잊은채 밤낮을 헤맸을 것이다. 사람은 처할 자리를 타고 나는 것일까, 아니면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일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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