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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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멀티태스커(multitasker)
ywlee

 

 “요즘 선거운동 하느라 고생이 많겠습니다.” 주변에서 자주 듣는 얘기다. 온주 총선에 출마한 조성훈(Stan Cho) 후보를 내가 전담해서 도와주는 것으로 알고 하시는 말씀들이다. 


 많은 분들은 내가 조 후보 선거캠프에 전속돼 일하는 줄 아시는 것 같다. 그러나 실은 그렇지가 않다. 조 후보를 짬짬이 도와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의 본업(本業)은 신문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에 조 후보를 전력투구 도와주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특히 요즘 가장 신속한 대중의사전달 수단인 SNS를 통해 수시로 안내말씀이나 선거정보를 올리다 보니 내가 하루종일 이 일에만 매달려 있는 줄 아는 것 같다. 그러나 사실은 그게 아니다. 내가 하는 일이 데스크 잡으로, 온종일 인터넷과 기사 앞에 앉아 있으니 뉴스 속보를 접하게 되고, 그것들을 요약해 한인사이트에 올리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일도 해본 사람이 하는 것 같다. 나는 이른바 멀티태스킹(multitasking)에 강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즉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데 익숙하다. 이같은 버릇은 30년 이상 종사하고 있는 언론생활의 영향이 무엇보다 크다. 예전엔 한 손에 펜을 들어 기사를 쓰고, 또 한 손으론 전화를 하고, 재떨이에 담배를 들었다 놓았다 하고, 커피를 마시며 옆자리 동료와 얘기도 하고… 그야말로 뭘하는지 정신이 없을 정도로 여러 동작을 동시에 하는 것이 버릇이었다.    


 이런 습성이 몸에 밴 나는 지금도 수십 명의 필자들께 원고수신 확인 및 감사 메일을 쓰고, 교정을 보면서 뉴스도 체크하고 전화를 받고 휴대폰도 들여다본다. 특히 요즘은 온주 총선 관련 소식도 수시로 업데이트해 SNS에 올린다. 아마 멀티태스크에 약하다면 스트레스가 쌓여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동시다중 동작에 약하면 일처리 속도도 늦고 매번 편집마감 시간에 쫓겨 허둥댈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업무 스피드만큼은 누구 못지 않아 일처리가 빠르다. 그래서 누군가 일을 갖고  꾸무럭거리면 나 스스로 견디지를 못한다.     


 그런데 문제는, 일처리가 빠른 대신에 치밀하고 심사숙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오는 실수와 일의 내용에 깊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 점은 나 스스로도 인정한다. 하루종일 인터넷과 SNS, 전화통화, 교정작업 등을 하고 퇴근하면 온몸이 착 가라앉는 기분이다. 그래서 저녁엔 무조건 쉬고 싶은 생각 뿐이다. 


0…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현대사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멀티태스킹을 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기엔 많은 문제가 따른다.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태스킹의 부정적인 영향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 몇가지 일을 동시에 하다 보면 주의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 이와 관련해 나는 가끔 엉뚱한 실수를 범한다. 대화 도중 생뚱맞은 소리를 하는 것이다. 언젠가 어느 선배님이 외국여행 다녀오신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그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내일 할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자리가 조용해지자 나는 말했다. “선배님, 최근에 외국여행 좀 다녀오셨나요?” 그러자 아내가 내 옆구리를 꼬집으며 눈치를 주었다. “지금 그 말씀 하고 계신데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둘째, 창의력이 저하된다. 멀티태스킹 도중에는 엄청난 집중력을 요구하는 만큼 뇌가 쉴 틈이 없고 따라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어려워진다. 


 셋째, 실수를 유발하기 쉽다. 심사숙고하지 않은 채 흑백논리에 입각해 판단을 내리고, 번갯불에 콩볶아 먹듯 빨리빨리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넷째, 뇌가 항상 긴장상태에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에 빠지기 쉽고, 단기 기억능력도 떨어진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돌아가면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생각해내는 게 어려워지는데 멀티태스킹은 단기간 기억력에 폐해를 가져올 수 있다.


 다섯째, 작업속도도 저하된다. 연구에 따르면, 휴대폰으로 통화하면서 운전하는 경우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운전했을 때를 비교하면 후자 쪽이 훨씬 빨리 목적지에 도착했다. 


 무엇보다, 사람의 뇌는 한 가지 작업을 하고 있을 때 또 다른 작업을 하기 위한 공간이 거의 남아 있지 않으며, 작업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생산성도 떨어진다. 결국, 실제로는 멀티태스킹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0…멀티태스킹을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뇌에 과부하가 걸리기 때문에 쉽게 피로해지고 주의력 결핍성향이 나타난다. 이럴 땐 직장과 일에서 벗어나 휴가를 떠나거나 마음의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일을 할 때는 한번에 하나씩 집중해 처리하고, 하루에 30분 정도는 사유와 명상의 시간을 갖는 등 자신이 하고 있는 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스스로 멀티태스킹에 강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멀티태스킹이 나의 정신건강과 일의 능률, 생산성 향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해봐야겠다. 멀티태스커에게서는 흔히 성급함, 초조, 비능률 등의 측면이 나타나기 쉬운데 내가 바로 그런 성향을 갖고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주말엔 가급적 메일도 열지 않고 전화도 하지 않으려 하지만, 그러면 왠지 불안하고 고립된 듯한 느낌이다. 이것이 바로 멀티태스킹 후유증 아닐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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